10. 말등에서 잠시 쉬어 가기
"제가 다음 주엔 대회에 나가야 해서, 다음 주에 오시면 제가 없을 거예요."
제임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럼 우리 반은 누가 가르쳐요?"
M 언니가 물었다.
"다음 주 한 번만, 첫날 만나셨던 <오늘의 선생님>께 배우세요."
그렇게 다음 주가 되었고, 나는 센터로 향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말을 꺼내서 준비하려는 데, 마방에 평소 못 보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탈출 전문 마필 - 소설>
반드시 체인 고리 잠금
탈출 시 위험합니다.
"어? 이거 뭐지? 언니 얘 탈출했었나 본데요?"
M 언니가 다가왔다.
"그러네. 어디 나갔다 왔나?"
우리가 말을 준비하고 있을 때, <오늘의 선생님>이 오셨다.
"어? 얘 오른쪽 다리 부었네?"
'처서'의 무릎을 만지면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눈으로 보면 티가 안 나는데 어떻게 아세요?"
나는 선생님께 다가가 여쭤보았다.
"여기 보면 이쪽이 좀 부어 있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만져보면 뜨거워요."
사람들은 '처서'의 다리를 만져보았다.
"어제 말들의 집단 탈출 소동이 있었어요. 얘들이 가출했다 돌아왔거든요. 그때 주변을 뛰어다니다가 다리 다쳤나 보네."
'처서'의 무릎을 살피던 선생님은 몸을 일으키며 말씀하셨다.
"처서는 다시 마방으로 넣으시고요. 오늘은 푸른밤으로 탈게요."
'푸른밤? 이름 멋지다.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이름이야.'
남자분들이 마방에 가서 '푸른밤'을 데려왔는데, '푸른밤'은 '소만이'와 '동지' 보다 말머리가 하나 더 있을 만큼 키가 컸다. '푸른밤' 옆에 있으니 '소만이'와 '동지'가 작아 보였다.
"이야, 얘 진짜 멋지다."
우리는 처음 보는 큰 말을 만져보고 사진도 찍었다. '푸른밤'은 하얀 바탕에 갈색 점박이 무늬가 멋지고 인상적인 말이었다.
"푸른밤은 좀 무게가 나가는 분들이 타는 게 나아서, 남자분들이 돌아가면서 탈게요."
선생님 말씀에 남자들은 '푸른밤'을, 나는 M 언니와 '동지'를 준비했다.
"다른 애들은 다 24절기로 이름 짓는 데, 쟤는 왜 이름이 '푸른밤'이래요?"
나는 M 언니에게 물었다.
"소주 이름이래."
언니가 대답했다.
"네? 소주요?"
"응, 소주. 그 센터는 사장님이 술 이름으로 말 이름을 짓는다는데?"
"아, 그 그래요?"
<오늘의 선생님>은 우리를 마장의 큰 공간에서 타게 했다.
'아, 잘됐다. 난 큰 공간이 좋아.'
나는 오늘 그냥 '동지'위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옆에서 이리저리 지나갔다.
"용희 씨, 오늘 안 탄다."
M 언니가 J 님 남편에게 말했다.
"저 선생님은 이런 승마를 더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힐링 승마"
J 님 남편이 말했다.
나는 두 분을 향해 소리쳤다.
"오늘 찾았어요. 제가 원하는 승마. 제가 생각했던 승마는 바로 이런 거였어요."
"내가 볼 거야. 용희 씨 언제까지 그렇게 앉아 있는지."
M 언니가 소리쳤다.
나는 사람들을 피해 마장을 가장 바깥쪽으로 말을 데려다 놓고 말 등에 앉아서 유유자적 힐링 승마를 즐겼다.
"아, 진짜 행복하다. 이런 게 정말 내가 원하는 승마지."
나는 내가 원하는 승마가 구현돼서 정말 행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말 위에 앉아 '말 멍' 때리고 있는데
바로 그때<오늘의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거기 '동지' 탄 선생님 이리 오세요."
나는 '동지'를 탄 채 선생님께 다가갔다.
선생님은 끈을 가져오셔서, 동지에게 연결한 후, 자기 몸을 원의 중심으로 해서 '동지'를 동그랗게 달리게 만들었다.
"제가 밑에서 이렇게 잡아 드릴 테니까 한 번 타보세요."
그렇게 갑자기 <오늘의 선생님>의 특훈이 시작되었다.
"자, 말이 출발하면 말을 먼저 보내고, 반동을 느낀 다음에 무릎을 펴서 일어나시는 거예요."
나는 힘을 꽉 주고 일어나려 했으나 마음처럼 잘 되진 않았다.
"일어나야 해요. 타야 해. 타야 해요."
선생님께서 소리치셨다.
"만약 무서우면 안장 앞에 달린 손잡이를 잡아도 돼요."
그렇게 몇 번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 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시선 어디 봐. 바닥 보면 바닥으로 꽂혀요. 그러다 낙마하는 거예요. 말 목 잡지 말고 시선 높이 보세요. 저기 창문 보이죠? 시선은 가는 방향 그 높이쯤으로 유지."
'아, 그러니까 비록 몸은 안 돼도 머리로는 이제 좀 알겠다.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시선은 창문 높이의 가는 곳 방향으로 유지하고, 말이나 땅을 절대 보지 말고 계속 앞으로 달리는 거구나. 그리고 달리는 동안 몸은 말과 일직선을 유지하고 무릎은 굽혔다 폈다.'
그렇게 특훈이 끝나고 나는 말에서 내려왔다. 우리는 6명이 3마리 말을 타기 때문에, 3명이 먼저 말을 탄 뒤 교대해서 다음 3명이 말을 탄다. M 언니는 다음 차례에 '소만이'를 탔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나는 오늘의 차례가 다 끝났으므로 숙제를 마친 홀가분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구경했다. 저 멀리 하얀 백마를 탄 <까만 옷 입은 남자>가 보였다. 말 등자에 발을 올리고 몸은 정확히 일직선을 유지한 채 위아래로 무릎을 굽혔다 폈다 했다.
'아, 저렇게 타는 거구나. 자세 진짜 멋지다. 말도 멋지네.'
나는 '찰칵' 사진을 찍었다.
그때였다. M 언니가 "어, 어, 어."하고 소리치더니 '소만이' 진행 방향으로 떨어지려는 게 보였다.
"뭐, 뭐야."
나는 언니 쪽으로 달려갔다. 언니는 달리는 말에서 고삐를 붙잡고, 잠시 버텼다. 언니의 허리가 굽혀졌다 펴졌다.
그때 소만이가 한 번 말머리를 뒤로 흔들었다. 언니는 위로 살짝 떴다가 아래로 몸을 구부리면서 고삐를 살짝 잡고 엉덩이로 땅에 떨어졌다. 약간 살짝 '콩' 이렇게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잘 떨어졌다.'
나는 언니에게 다가갔다.
"언니, 괜찮아요?"
사람들이 달려왔다.
J 님에게도 특훈을 해주던 선생님은 고개를 돌리고 언니에게 소리쳤다.
"괜찮아요? 어쩌다 떨어진 거예요?"
M 언니는 말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오늘의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래도 오늘은 집에 가서 약도 바르시고 좀 쉬셔야 해요. 살짝 떨어졌어도 낙마는 낙마니까."
수업이 끝나고 나는 M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몸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어요?"
"응, 나 진짜 괜찮아. 나 원래 잘 넘어져서 낙법에 익숙해."
"그럼 다행이고요. 제가 보기에도 언니 진짜 잘 떨어졌어요."
"사실 처음에 한 번 버텼거든. 근데 두 번째 '소만이'가 목을 뒤로 젖힐 때 한 번 더 버틸까 했었는데, 몸이 위로 붕 뜨는 느낌이 들어서, 더 버티다가는 크게 다칠 것 같아서 그냥 떨어졌어."
"잘했어요. 언니. 진짜 운동신경 좋으시다."
"자전거 많이 타 봐서 조금 도움이 됐던 거 같아."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오늘의 선생님>께 인사드렸다.
"수업이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코치마다 다 지도하는 방법이 다르니까요."
"전 좋았어요." 나는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하나하나 우리 승마자세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고 수업을 마쳤다.
나는 선생님께 다가가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선생님, 혹시 평소 승마선수들이 훈련하는 운동이 있나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말을 타는 데 현실적으로 말을 매일 탈 수는 없으니까, 집에서라도 조금 운동하고 오면 좋을 텐데요..."
"아, 짐볼 있잖아요. 그걸 벽에 대고 손을 앞으로 올리고 상체를 뒤쪽으로 좀 보낸 뒤 앉았다 일어났다 해보세요. 그럼, 연습은 좀 될 거예요."
나는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하고, 사람들이 기다리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나저나 우리 오늘 '용희 승마'했다."
M 언니가 말했다.
"용희 승마요?"
"응, 용희 만 좋은 승마. 자기는 좋았지?"
"네, 저는 정말 좋았죠. 10점 만점에 10점. 원래 제가 생각한 승마가 이런 거였는데. 말 등에 앉아 있다가 선생님께 약간의 스킬을 배우는 그런 힐링 승마. 오늘 전 혼나지도 않고, 제대로 즐겼네요."
"우린 제임스 선생님이 그리워요."
J 님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