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당신에게 있고 나에게 없는 것
말에서 공중 로데오를 한 뒤로 나는 한층 더 얼어붙었다. 내 말 타는 모습이 너무 답답한 나머지 선생님은 소리쳤다.
"위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돼. 내가 가는 거지, 말이 가주는 게 아니에요. 말을 타야 해."
나는 매번 최선을 다했지만, 찍힌 동영상을 보면 그냥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여기 누가 보낸 거야? 본인이 말 타겠다고 등록한 거 아니에요? 나 지금 고문하러 온 거죠? 혹시 스파이죠?"
처음에 나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냥 웃었다.
그 뒤로도 계속 못 타니까 선생님은 말했다.
"솔직히 말해요. 누가 보냈어요? 보낸 사람 있을 거 아니에요?"
나는 참다못해 처음 나에게 승마하라고 권했던 K 님의 이름을 속 시원히 외쳤다.
"고성희!!!"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고성희가 누구야? 고성희가 누군데?"
그 뒤로 제임스 선생님은 내게 누가 여기에 날 보냈는지 더 이상 물어보진 않으셨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선생님께 질문했다.
"선생님, 저는 다른 운동은 문제가 없는 데 왜 승마가 안 돼요?"
"다른 운동 뭐 해 보셨는데요?"
"글쎄요. 잘하는 건 없지만 아크로바틱, 요가, 수영 이런 거 해봤어요. 승마는 발이 공중에 떠 있어서 무서워서 못 하는 건가?"
혼자 중얼거리는 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아크로바틱이 뭐예요?"
"매트 같은 거 깔고 백텀블링 하는 거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백텀블링 혼자는 못 하지만. 선생님이 휙 돌려주시면 할 수는 있죠."
"전 그런 거 절대 못 해요. 사람들이 저한테 말 위에서 텀블링할 수 있냐고 물어보거든요. 그럼 저는 못 한다고 해요. 저는 승마선수이지 기예단이 아니잖아요. 텀블링은 무서워서 절대 못 해요."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선생님에겐 있고 내겐 없는 것. 선생님은 되고 나는 안 되는 것.'
그게 무엇인지를 찾고 싶었다. 잠시 다녔던 아크로바틱에서 내게 근력과 유연성이 있다고 했다.
'근데 왜 승마만 안 되는 거야? 승마는 근력하고 유연성은 안 쓰는 거야? 말이 두렵다는 말로 지금 이게 왜 안 되는지 모두 다 설명이 안 되잖아. 두려움은 이제 익숙할 때도 됐는데, '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착한 J님이 다가왔다.
"용희 님, 무슨 생각해요?"
"J 님, 왜 저만 승마가 안 되는 걸까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되는데... 저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겁을 내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런 건가요?"
집으로 돌아와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번 학기 수업이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는데, 그 기간 내내 계속 선생님께 혼나고 싶진 않았다.
'공중에서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 건 어디에 중심을 잡고 어떻게 하는 거지?'
도저히 감을 못 잡는 나는 방바닥에서 기마자세를 취하고 무릎을 굽혔다 폈다.
"어? 이게 뭐야? 이게 왜 안돼?"
그때 나는 깨달았다. 승마는 근력으로도 유연성으로도 되는 게 아니었다. 필요한 건 바로 코어 힘.
'젠장, 이거였어?'
기마자세를 취하고 무릎을 위아래로 굽혔다 폈다 해보니 내 몸은 코어의 힘이 부족하고 몸의 양쪽 밸런스가 다 무너져 있었다.
가뜩이나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뒤쪽 허벅지에 힘이 없는 데다가, 집중할 때는 늘 의자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기 때문에 오른쪽 다리 복숭아뼈 아래쪽 발등근육을 잘 쓰지 못했다. 기마자세를 취하기 위해 발바닥을 땅에 딱 붙이고 무릎을 굽혀보니 오른쪽 발목, 오른쪽 무릎, 오른쪽 골반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아, 놔. 이러니까 말이 자꾸 왼쪽 방향으로 쏠려 트랙 안으로 들어가지. 이러면 절대 트랙을 넓게 못 쓰겠네'
오른쪽에 힘이 없으니 내 몸은 그냥 서 있어도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고, 평지에서도 똑바로 서지 못하는 데 말 등 위에 앉아 상체를 곧게 세운다는 게 애초에 불가능했다.
'이걸 고치려고 내가 승마를 시작하게 된 건가? 근데 이건 어떻게 고칠 수 있지?'
나는 승마선수들의 코어 근육 단련법을 찾아보려 했지만, 말 타는 동영상만 많고 평소 훈련법과 관련한 동영상은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