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승마

8. 더럽게 위험한 말 타기

by 김용희

나는 센터에 등록하기 전 승마는 '귀족 스포츠'라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경험한 승마는 '귀족의 고상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먼저 마구간에 도착하면 메탄가스 냄새가 진동한다. 그 고소함을 참고, 아래쪽에 쫙 깔린 말똥을 피해 말 얼굴을 밀어 마방 굴레를 씌워 나온다. 그러다 보면 가끔 똥도 밟는다.


어느 날은 마방굴레를 씌우던 M 언니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악. 소만이가 물었어."

이 구역의 악동 소만이가 드디어 사고를 친 것이다. 마방굴레를 쓰기 싫어하는 소만이의 얼굴을 억지로 넣다 보니, 언니는 팔을 크게 물렸다.


"언니 괜찮아요? 팔 많이 다쳤어요?"

"아니, 괜찮아요. 살짝 물린 거예요."

언니는 애써 웃었지만, 보여준 팔은 피는 흐르지 않아도 빨갛고 깊은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세게 물린 것 같은데요? 흉터가 좀 깊어 보이는데..."

"집에 가서 연고 바르면 되겠죠. 뭐."

"아니, 원래 말도 물어요? 얘들 사람도 먹나? 말은 초식동물 아니에요?"

"지금 물린 걸 보니 말도 사람을 무는 건 확실하네요."


그렇게 말을 끌고 나와 안장을 얹기 위해선 마방 앞 말 준비하는 곳에 말을 묶어야 하는 데, 중요한 건 이 좁은 공간에서 말을 또 한 바퀴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을 U턴시켜야 하는데, 아래쪽에 풀이 있어서 말이 그걸 뜯어먹으려 버티기 때문에, 이게 진짜 쉽지 않다. 말은 쳐다도 보지 않고 줄을 짧게 잡고 내가 말 보다 앞서 U턴을 스무스하게 해 줘야 그나마 말이 나를 따라온다.


"아픈 거야? 동지? 그거 먹고 싶었어? 자 돌아봐. 자 돌자. 착하지, 동지." 이런 말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다 보면 말은 진짜 계속 풀만 뜯어먹고 있다. 이 말과의 전쟁에서는 결국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어느 날 나의 짝꿍인 N 언니가 말을 U턴시킬 때의 일이다.


"악. 지금 발 밟혔어."

"발 밟혔다고요? 말한테요?"

나는 얼른 언니 쪽으로 달려갔다.


"알아서 조심해야 돼. 말 몸무게 450kg라고 했어요. 말은 대형동물이에요. 강아지 아니야. 옆에 너무 붙지 마요."

선생님은 뒤 쪽에서 소리치셨다.


우리가 타는 '처서', '소만이' '동지'는 걸음걸이에 각각의 특징이 있는데, '소만이'는 겅중겅중 뛰고 '처서', '동지' 종종걸음을 친다. 어느 날 말을 타던 J 님이 말했다.

"악. 소만이가 지금 얼굴에 침 뱉었어요."

"그건 뱉은 게 아니에요. 잠깐 튄 거지. 진짜 뱉는 걸 못 봐서 그래요. 달릴 때 소나기가 막 내려요."

제임스 선생님이 말했다.


가장 황당한 건 잘 달리던 말이 갑자기 멈춰 서서 똥을 쌀 수 있다는 점이다. 말이 똥 싸는 일은 승마에서 아주 흔하다. 지난번 구경했던 <치열한 승마대회>에서도 1분 1초를 다투는 경기에서 말이 갑자기 멈춰서 똥을 싸기도 했다. 그때 나는 내가 지금 뭘 본 건가 싶었다.


말이 똥을 쌀 때는 가던 길을 멈추고 꼬리를 좀 위쪽으로 연다. 그니까 변을 볼 때면 말 엉덩이와 말총이 연결된 부분이 하늘 쪽으로 봉긋하게 더 올라간다. 그게 신호이고 그리고 위에 탄 기수는 말한다.


'방금 뭔가 시원하게 나가는 느낌이 났어.'


어느 날 수업에서 우리는 평소 타던 말을 바꿔, 내가 이 구역의 악동 '소만이'를 타고, M 언니가 착한 '처서'를 타고, J 님이 '동지'를 타고 있을 때였다. 그날도 마장 바닥에는 여기저기 말들이 방금 싼 똥이 많았다. J 님이 탄 '동지'는 오늘 뭔가 불편한지 연신 머리를 흔들어 댔다.


'아, 동지 좀 불안한데...'


그때 갑자기 실내 마장 위쪽으로 비둘기가 날았고, 놀란 동지는 그대로 앞발을 들어 올렸다.

"히이잉"


뒤에서 큰 소리가 나고 가장 앞쪽에서 '소만이'를 타고 있던 나는 제대로 공중 부양 로데오를 했다. 뒷말 소리에 놀란 '소만이'가 달리다 앞발을 들어 올렸다. 소만이의 말 갈퀴가 내 눈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안장 가장 앞쪽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소만이가 잠잠해질 때까지 버텼다.


'휴, 그래도 오늘 안 떨어졌네.'

안심하고 소동이 일어난 뒤쪽을 보는 데 사람들이 '동지' 쪽으로 모이는 게 보였다.


"그래도 잘 버텼어요."

제임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진짜 무서웠는데 안 떨어져서 다행이에요."

J 님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승마가 끝나고 나는 J 님에게 다가가 아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다.


"아, 동지 오늘 미쳤어요. 너무 무서워요. 안장 안쪽에 뭐가 들어가 있었는지, 아니면 비둘기에 놀란 건지 모르지만 갑자기 앞발을 확 들어 올리니까 저 진짜 떨어질 뻔했어요. 아래쪽 똥 무더기 보니까 이대로 떨어지면 아픈 건 둘째로 치고 똥을 뒤집어쓸 것 같아 최대한 버텼지, 뭐예요."


"아, 맞네요. 진짜. 말 타다가 똥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거네요..."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말했다.


"그래도 잘 버텼어요. 초보인데 떨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오늘 진짜 잘 탄 거죠."

나는 놀란 J 님을 위로하고 싶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요일 승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