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거문오름에 쉬고 있는 달팽이

#1 달팽이를 만나려면 거문오름으로

by 김용희

제주의 달팽이는 왕 크다. 그만큼 자연이 왕 깨끗하다는 증거 아닐까? 달팽이는 착한 일을 많이 하고 생태계의 순환을 돕는 데 그만큼 성격도 왕 착할 것 같다. 꿈에 달팽이를 보면 기다리던 일이 이루어진다는 데 혹시 제주에서 달팽이를 만나게 되면 많은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달팽이는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바로 거문오름에 가면 왕창 볼 수 있다.


제주에 온 후로 나는 거문오름에 자주 갔다. 그곳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는 포근함이 느껴지면서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거문오름은 예약하고 가야 해서 당일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쉽게 갈 수 없고 선 예약의 특성상 방문일의 날씨는 더더욱 장담할 수 없다.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렸지만 그래도 나는 탐방을 취소하지 않고 거문오름으로 갔다.


‘그냥 가. 숲으로 가면 나무가 비를 막아주잖아.’


어차피 숲으로 들어가면 비는 많이 안 오니까 마음의 소리를 따라 나는 거문오름 향했다.


거문오름은 해발 456m의 오름으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시발점이다. 제주의 오름 가운데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는데 이는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들이 해안가로 흘러가면서 세계적으로도 지질학적 연구 가치가 있는 독특한 화산지형과 여러 용암동굴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벵듸굴 등 제주의 대표적 용암동굴 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이곳의 시작이 바로 이 신령스러운 거문오름이다. 거문오름에 가면 독특한 화산지형을 배우고 희귀 식물들을 볼 수 있어 단연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해설을 통해 제주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다. 탐방은 예약한 사람만 볼 수 있고 당일 예약은 불가능하다. 거문오름으로 들어갈 때는 생수만 가져갈 수 있고 색깔이 있는 음료는 가져갈 수 없음에 주의해야 한다. 이곳은 곶자왈 지형으로 물이 아래로 스며들기 때문에 음료수가 떨어지면 지구를 오염시키므로 ‘색깔 있는 음료는 절대 절대 반입금지’이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제주에 놀러 갈 건데 어디가 보면 좋아? 한 군데만 추천해 줘.”라고 물어보면 거침없이 “거문오름으로 가야지.” 한다. 이곳은 얼마 남지 않은 편하게 원시림 그대로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많은 관광지가 개발되면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다 없어졌고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면 걷기에 불편한데, 거문오름은 원시림 그대로의 느낌이 나면서도 편안하게 많은 걸 구경할 수 있어 좋다. 특히 연중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함이 느껴진다. 거문오름은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쾌적하며 숲 해설 통해 아무 데서나 쉽게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약 부모님께서 나이가 들어가고 계시다면 앞으로 걷는 걸 싫어하게 되실 수도 있기 때문에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모시고 가야 한다. 안 그러면 평생 이렇게 예쁜 풍경은 보실 수 없을 것이다.


탐방은 해설사님의 안내에 따라 시작되는 데 처음에는 계단이 많아 다소 놀랄 수 있다. 하지만 처음만 그렇고 조금만 참으면 곧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 코스가 끝나고 나면 해설사님이 “힘드시거나 먼저 내려가실 분들은 내려가세요.” 한다. 그럼, 그때 정말 특별한 일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절대 절대 내려가면 안 된다. 힘들다고 하시는 부모님들도 못 내려가시게 막아야 한다. 거문오름 탐방은 분화구 코스부터가 시작이다. 멋지고 좋은 것은 분화구 코스에 다 있다. 물론 달팽이도 거기에 있다.


제주에서 가장 처음 만난 달팽이는 잎사귀 뒤에 동그랗게 말려서 쉬고 있는 아이였다. 많은 사람이 거문오름에서 해설을 들으며 숲을 배우고 있었지만 나는 왕 귀여운 왕 달팽이의 모습에 빠져 달팽이들만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제주 달팽이는 육지의 달팽이보다 커다란 모습이라 일단 심쿵했고 크다 보니까 어디에 있어도 동그란 모습이 눈에 확 띄어 두 번째로 심쿵했다. 나는 원래 동그라미를 좋아하는 데 달팽이의 동글동글한 모양들이 유달리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봄비가 오는 날이라 비 맞으러 나와 있는 달팽이가 많았고 나뭇가지에 붙은 수분을 진지하게 빨아먹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다. 이후 차윤정 님의 책을 보고 얘들이 왜 이러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봄비를 맞는 달팽이>


봄비는 땅의 얼음을 녹이는 에너지와 식물들에게 필요한 미네랄을 함께 지니고 있다.

나무줄기에 떨어지는 빗물은 그대로 흘러가 버린다.

식물은 오로지 뿌리를 통해서만 물을 흡수한다.

그러나 줄기에 고이는 물은 작은 동물들이 빨아들일 수 있는 웅덩이와 같다.


-차윤정 『숲의 생활사』, 22p.


IMG_4388.JPG

비 안오면 달팽이 쉼

keyword
작가의 이전글2. 토끼 네가 왜 사라봉에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