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우당도서관
“자기야. 저 현수막 봐. <우당도서관 구내식당>에서 4,000원 콩나물 국밥을 판대.”
“친구가 먹어봤다는 데 맛도 좋대요. 우리도 한 번 가 봐요.”
“저 현수막 진짜 웃기지 않아? 어느 도서관에서 밥 먹으러 오라고 여기에 현수막을 걸겠어?”
“그러네요. 이런 게 제주 감성 같아요. 투박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우린 그렇게 우당도서관으로 향했다.
나는 이곳이 참 좋다. 어떤 사람은 이 도서관의 책이 너무 낡고 오래된 게 많아 별로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도서관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이고. 오래된 책이 많다고 소문이 나서 아무도 안 빌려가는 새 책이 더 많다. 그리고 지금은 절판된 도서인데 꼭 읽고 싶은 책을 구하고 싶을 때는 우당도서관이 제격이다. 말하자면 이 도서관은 헌 책과 새 책 그리고 좋은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도서관의 밥이 저렴하고 맛있다는 점이다. 사라봉을 돌다가 지치면 우당도서관에 들어가 책 한 권 읽고 배가 고파지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하루 종일 혼자 놀아도 지치지 않는다.
우당도서관 식당은 새로 리뉴얼을 했는데 이전에는 많이 왔었지만 리뉴얼 후에는 이번이 첫 방문이다. M이 전에 이 도서관 밥이 맛있었다고 했는데 얼마나 맛있을지 내심 기대 됐다.
“자기야. 뭐 먹을 거야?”
“음. 저는 현수막에 적혀있던 콩나물 국밥 먹을게요.”
“그럼 나는 비빔밥. 어 저기 황태해장국도 있다는 데 맛있겠다.”
언니는 비빔밥을 시켰고 나는 콩나물 국밥을 시켜서 식당 창가에 나란히 앉았다. 곧 밥이 나왔고 우리는 한 입씩 먹어보았다.
“뭐야. 이거 맛있잖아. 언니 이 콩나물 국밥 진짜 시원해요. 이걸 4,000원에 먹을 수 있으면 시중에서 파는 김밥보다 싼데요? 언니 거는 어때요?”
“이것도 맛있어. 다음에도 와서 먹어야겠다. 다음에는 황태해장국 먹어도 좋을 것 같아. 밥을 사 먹으러 도서관에 오는 건 처음인데?”
“사람들 여기 밥 먹으러 많이 와요.”
“사라봉에 와서 새로 알게 된 게 많다. 나 독립출판물은 본 적이 별로 없는 데 그런 구경도 신기하고. 여기 우당 도서관에서 밥도 먹다니.”
우리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도서관을 나섰다.
“언니 그거 알아요? 이 도서관 누가 지었게요?”
“뭐? 그런 것도 있어? 도서관은 다 도에서 짓는 건 줄 알았는데?”
“여기 개인이 지어서 도에 기증한 거예요.”
“진짜야? 신기하네. 개인이 도서관 기증할 수도 있는 거야?”
“제 기억으로는 그런 것 같은데 도서관 안에 내용이 쓰여 있어요. 거기 한번 가볼래요?”
우리는 우당도서관 로비로 들어가 <우당 도서관 세움> 비석을 읽었다.
「우당도서관은 제주가 낳은 교육계 원로요 서예가이신 우당 김용하 선생의 높은 뜻을 기리어 세운
학문의 전당이다. (...) 선생의 다섯 아들 태중, 관중, 덕중, 우중, 성중이 대우 가족을 이룩하여
여기 사라봉 기슭에 학문을 닦는 이들의 보금자리를 선사하였으니
책 속에 담긴 바른길을 열어나가면서 나라사랑은 고향 아낌에서 비롯되고
고향 아낌은 조상 섬김에서 우러남을 모든 이가 보고 배우게 되었다.(...)」
“이 글 누가 쓴 거지? 문체가 특이한데?”
“<대우가족 이웃사촌 윤석중>이라는 데요? 전에 어릴 때 『윤석중 전집』이 있었는데. 그분인가? 동시와 동요 쓰시는 분 같은데요?”
“아 맞네. <앞으로>를 쓰셨대.”
“아 그분이구나. 노래 생각난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어릴 때 많이 불렀는데. 역시 글 잘 쓰신다.”
“신기하다, 여기. 별로 기대도 안 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장소예요. 그나저나 뭔가를 기증하려면 이렇게 통 크게 도서관을 기증하는 것도 멋지지 않아요? 제대로 플렉스(flex).”
“그러게. 그 시절에 도서관을 지어서 사람들에게 책을 읽게 해 주다니 좋은 일 많이 하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