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만의 책 만들기 수업 등록
어느 날 운명처럼 한라도서관에서 일하는 지인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지금 책 만들기 수업 수강생을 홈페이지에서 모집하고 있어요. 용희 씨도 신청가능한데 어쩌면 필요할지 몰라서 보내요.”
링크를 살펴보니 글은 쓰고 있지만 책 만드는 법을 모르는 내게 꼭 필요한 교육 같았다. 설명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당신만의 책 만들기>
언젠가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보는 꿈을 갖고 계신 분
평범한 일상에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보고 싶은 분
글, 그림, 사진 등 SNS에 보관만 해오던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분
‘머야. 딱 내게 필요한 교육이잖아.’
나는 바로 지인에게 답장을 보냈다.
“저 갈게요. 신청했어요.”
수업은 한라도서관에서 열렸고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진행되었다. 나는 도서관 교육에서 책 만들기 선생님인 S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힘든 시절 매일 먹던 빵 하나가 많은 위안이 되어 닉네임을 지었다고 했다. 첫 수업이 끝나고 기획서 작성 숙제를 내주셨는데 인터넷 카페에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책 기획서를 올리라고 하셨다. 이때까지 책 콘셉트이나 기획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나는 ‘어떻게 적을까?’ 많은 생각을 해 보았지만 되든 안 되든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기획안에 대한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이 책을 왜 만들고 싶은가
- 갑자기 신기한 동물을 만나거나 특이한 경험을 하는 제주 여행지 추천 책
- 식상한 여행지 말고 진짜로 가면 진짜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을
주소 정보와 함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2. 어떤 형식의 책을 만들 것인가? 책의 주제는?
- 에세이 형식 짧은 글+ 여행지 주소+ 사진으로 구성된 제주 관련 콘텐츠책
- 주제: 제주 소개
3. 내 책의 특징은?
- 감성이 부족한 여행정보지에 감성 한 스푼 더하기.
- 투박하지만 유머러스한 제주감성이 담긴 책
- 구성: 여행지와 관련한 에세이 + 찾아가기 주소 + 관련 사진 + 짧은 시 한 편 선물
(부족한 부분 수업에서 개선)
이윽고 다음 월요일이 되었고 수업시간에 기획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 책은 뜻밖의 장소에서 야생동물을 만나거나 특별한 경험을 했던 관광지의 이야기를 에세이를 쓰고 다음에 만난 장소에 대한 소개를 쓰고요. 주소를 적어서 독자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만드는 여행가이드 책입니다. 다른 여행 책을 보면 정보만 많아서 글을 읽는 재미는 없잖아요. 그래서 장소와 관련한 짧은 에세이와 사진을 담아서 유머러스하게 만들면 제주의 관광지 소개하기에도 좋고 독자들도 읽으면서 재밌지 않을까 했어요. 관광객들도 제주에 왔다가 비싼 굿즈 대신 이 책을 사갈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제가 노루를 만난 곳은 삼의악인데 그때의 느낌을 에세이로 쓰고 삼의악 주소를 쓰고 노루 사진 위에다 ‘오늘은 못 만날 수도 있어요.’ 이렇게 써보는 거죠.”
발표가 좀 특이했는지 사람들이 집중해서 내 이야기를 들었다. 종이를 넘기며 발표를 이어갔다.
“여기는 사라봉이고요. 이렇게 토끼가 뛰어다니는 사진을 넣고 사라봉 소개를 넣고요. 여기는 거문오름인데 달팽이를 만난 사진을 넣고 주소를 적고요. 위에는 ‘비 안 오면 달팽이 쉼’ 이런 식으로 좀 재밌게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하하하”
많은 사람들이 나의 아이디어를 꽤나 흥미 있어했다.
“좋은데요? 재밌는 책이 나올 것 같아요.”
S선생님이 말했다.
“정말요? 근데 이제는 아이디어가 고갈되었어요. 우연히 동물을 만나는 콘셉트인데 어떤 동물을 만나면 좋을 까요? 동물 취재를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여러분들 혹시 추천장소 있으시면 좀 추천해 주세요."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도두봉에 가면 닭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