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도두봉으로 출발
도두봉에 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도두봉으로 갔다. 마침 미세먼지가 없이 화창한 날이라 사진을 찍기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주차장에 주차하고 어느 쪽으로 오르면 닭을 볼 수 있는 지를 검색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를 아무리 검색해도 도두봉에 닭이 있다는 말만 있지 도두봉 어디쯤 닭이 있는지는 찾지 못했다. 정상까지는 높지 않다는 건 알아서 올라가는 데 부담은 없었지만 여기서 닭을 찾는다는 게 좀 막막했다.
‘방법도 없고 그냥 일단 올라가 보지 뭐.’
나는 닭을 찾으러 왔지 벚꽃을 보러 온 것은 아니었지만 마침 벚꽃이 만개한 시점이라 벚꽃을 구경했다. 오늘 도두봉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날씨도 좋고 맑은 하늘이 예쁜 날이라 닭을 못 찾아도 사진은 잘 나올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책을 쓴다는 핑계로 이렇게 벚꽃도 구경할 수 있다니 운이 좋잖아.’
그날의 도두봉은 햇살과 바람이 좋았고 연인들, 친구들이 함께 여행하고 있어서 분위기도 좋았다. 행복한 사람들을 보자니 마음까지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정상에 올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는데 한쪽에는 탁 트인 바다와 반대편에는 커다란 한라산이 나를 반겼다.
‘한라산을 지나는 비행기 사진을 찍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
그렇게 나는 핸드폰을 들고 한라산을 맘껏 찍었다. 파란 하늘 탁 트인 한라산 뷰, 벚꽃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아 맞다. 키세스존 사진도 찍으면 멋진데.’
전에 개인적으로 도두봉에 왔을 때는 책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키세스존에 나를 크게 넣어서 찍었었다.
‘저번에 찍은 사진은 못 쓸 것 같고 온 김에 키세스존도 찍어 놔야겠다.’
키세스존은 도두봉에 있는 사진명소로 우리가 흔히 아는 초콜릿 모양의 돈나무 굴이 있는 곳이다. 많은 연인들이 이곳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다.
‘사람들은 알까? 이 나무가 돈 나무 인 걸.’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키세스 존 앞에 줄을 섰다. 오늘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 찍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 줄 서 있는데 나 혼자 줄 서서 기다린 다음 나무만 찍는 게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2명씩 여행하기 때문에 사진 찍을 사람도 필요했다.
‘어차피 남는 인력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면 뭐 해. 연인들 사진이나 찍어주자.’
“사진 찍어드릴까요?”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앞줄의 연인에게 말을 걸었다.
“아 정말요?”
“네. 저는 어차피 나무 사진만 찍고 가면 돼서 제가 찍어 드릴게요.”
나는 연인들의 모습이 예뻤고 나무가 예뻤고 도두봉의 분위기가 좋았다. 사진을 찍으면서 연신 감탄을 했다.
“아 미쳤다. 엄청 예쁘다. 한 번 보세요. 사진 잘 나온 것 같은데 맘에 안 드시면 다시 찍어드릴게요.”
“오 잘 나온 것 같아요. 멋지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가죽 재킷을 입은 연인> 한 팀, <귀엽고 발랄한 친구들> 한 팀, <아이 두 명과 함께 온 엄마> 한 팀, <신생아를 안고 여행 온 젊은 부부>한 팀의 사진을 차례로 찍어주었다.
‘설마 나도 사진 잘 찍는 사람인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키세스 존이 너무너무 예뻤고 사람들이 예뻤고 사람들이 사진 멋지다며 감탄해서 더 즐거웠다. 사람들이 만족해하니 내가 마치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혹시 여기서 닭을 보신 적 있으세요?”
사진을 찍으며 사람들에게 물었다.
“닭이요? 닭이 있대요?”
“네. 닭이 산대서 여기 찾으러 왔는데 정상에도 없고 키세스 존에도 없어요.”
나의 질문에 의아해하며 사람들이 대답했다.
“저희는 못 봤는데요.”
“그 그렇죠. 여기 닭이 있을 곳이 도저히 없어 보이는 데...”
사람들과 인사하고 다시 도두봉 정상에 올라 닭이 있을 만한 곳이 있나 아래쪽을 살펴보았다. 능선 아래가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쯤 <귀엽고 발랄한 친구들> 팀이 내게로 다가왔다.
“사진 감사해요.”
“하하. 뭘요.”
“언니는 어디서 오셨어요?”
“아 저는 도민인데요. 여기 살아요.”
“아 여행 온 게 아니시구나. 근데 언니 왜 닭을 찾아요?”
“책을 쓰고 있는데 닭을 취재하려고요. ‘도두봉에 가면 닭이 나와요.’ 이런 콘셉트예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닭이 안 보이네요.”
<귀엽고 발랄한 친구들>은 나를 꽤 흥미 있어했고 나는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방문하면 좋을 듯한 도내 여행지 몇 곳을 소개했다.
“여행 즐겁게 하시고요. 추억 많이 만들고 가요. 저는 이만 닭을 찾아야 해서요. 안녕. 꽃이 많이 피었는데 꽃도 많이 보고 가요.”
웃으면서 헤어졌으나 닭이 어디 있는지 몰라 곧 걱정이 앞섰다.
‘오늘 도두봉에서 닭 찾을 수 있는 거 맞아?’
터덜터덜 내려오는 데 길 옆에 귀여운 <뱀 주의> 표지판이 있었다.
‘아 맞다. 이거. 이거 여기 있었네. 여기저기 찾아다니려 했는데.’
이 표지판을 어디선가 봤었는데 그게 어디인지 생각이 안 나던 차에 도두봉에서 다시 뱀 표지판을 만나니 반가웠다. <뱀 주의> 표지판은 귀여운 뱀이 직접 뱀을 주의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표지판이다. 제주에는 동물이 직접 자신을 주의하라고 알려주는 표지판이 많은데 나는 그 표지판들을 찍어서 책에 실으면 귀여울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왠지 이런 사소하고 귀여운 것들이 투박하고 유머러스한 제주의 감성을 잘 보여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반가운 마음에 나는 정성껏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직고 있는 데 표지판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나는 애완견을 데리고 온 사람들과 동네 산책복장을 한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닭의 행방을 물었다. 이 주변에 살고 자주 오는 느낌이 나는 분들이라면 도두봉을 익숙하게 알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닭? 우리 여기 매일 오는 데 닭은 본 적이 없는 데? 석굴암에 가면 토끼가 있는 데 거기 가봐요.”
많은 도민들에게 물어봤으나 아무도 몰라서 나는 그렇게 한 참을 표지판 옆에 서 있었다. <뱀 주의> 표지판은 도두봉 중턱에 있는데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나는 바로 이 표지판처럼 산 중턱에 박혔다. 어떻게든 오늘 닭을 만나야 했는데 최선을 다해서 찾아봤으니 이제는 뭐 못 만나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몇 명에게 더 물어보고 가자. 아마 오늘은 닭이 없나 봐.’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애완견을 데리고 내려가는 사람 뒤에 있는 등산복장을 한 사람에게 물었다.
“혹시 닭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닭이요?”
“네 닭이요.”
“네. 알지요. 저기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도두봉 표지판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있어요.”
나는 흥분해서 목소리가 커졌다.
“정말 닭이 어디 있는지 알고 계세요? 아래쪽 입구에 있는 표지판이요? 그리고 그다음에 어디로 가는데요?”
반갑고 막막한 표정의 나를 보고 그분은 말했다.
“음. 그러면 저랑 같이 갑시다. 어차피 운동하러 왔으니까... 같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됩니다.”
그렇게 나는 <도두봉에서 만난 이>와 닭을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