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떤 셰프 님의 요리 시연

by 김용희

평소 요리에 관심이 있는 나지만, 특별히 요리학원에 다니거나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운 적은 없었다. 어느 날 우연히 나는 어떤 셰프님이 직접 요리를 시연하면서 관객들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는 요리 클래스에 가게 되었다.


앞에 있는 주방은 마치 연극 무대처럼 꾸며져 있었고, 관객들은 방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요리 시연을 구경했다. 셰프님이 직접 현장에서 요리하기 때문에 행사장에서는 만들어지는 요리의 냄새도 맡을 수 있는데 나는 TV를 시청하는 데 냄새가 튀어나오는 느낌이 들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음식점을 하거나, 요리에 관심이 많아 셰프님께 요리 노하우를 직접 배우려는 사람이 많았고, 평소 나는 책을 쓰고 책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보니, 요리 시연을 보면서도 책 만들기와 비슷한 점을 생각하며 듣게 되었다.


어떤 셰프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잘 풀어놓는 사람이었다.

“저는 예전에 미술을 전공했었어요. 도예를 했었는데 그릇을 만들다 보니 이 그릇에 뭔가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요리를 하게 되었죠. 지금도 접시를 보면 요리가 떠오르기도 해요.”


음식을 만들면서 어떤 셰프님이 말했다. 그의 이야기에 따라 내 머릿속에도 문학적 영감이 흘러 다녔다. 음식을 만드는 것이 꼭 책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릇을 보고 요리가 떠오른다는 셰프님의 말에 숲에서 나무나 꽃을 보면 글이 떠오르는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모든 예술은 서로 연결된 것들끼리 영감을 받아내는 과정인 걸까?


요리를 마치고 어떤 셰프님이 말했다.

“플레이팅을 하실 때는 내가 가진 큰 것부터 놓으시고요.”


모든 것을 만들고 준비되어 내놓을 때는 내가 가진 큰 것부터. 세상에 내어 놓는다. 내가 잘하는 장점부터 세상에 보여준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글, 사진, 그림... 그럼 단연 나는 글에 먼저 집중해야겠네.


“소스는 마지막에 놓으세요. 방향과 간격을 생각하면서 놓으시는 데 재료 하나하나가 어우러지게 놓으시면 돼요. 작고 크고 대비를 좀 주시고 상큼한 맛과 쓴맛을 조화롭게 놓아주세요.”


아. 나는 왜 세상 모든 일에는 주인공이 있다고 생각했을까? 모든 재료를 그냥 조화롭게 넣어주면 될 것을. 나는 항상 요리에는 주인공이 있고 나머지 재료들은 다 조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정말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려면 그냥 모든 재료를 조화롭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자신을 주인공 자리에 놓는 사람은 타인을 조연 자리에 놓는 걸까? 그럼 조화롭게 사는 사람은 모두를 주인공인 세상으로 보는 사람들일까?


내 글은 쓰는 사람이 주인공인 글일까? 읽는 사람이 주인공인 글일까? 모두에게 조화로운 글을 쓴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리고 지금 보시면 접시가 동그라니까 소스도 동그랗게 뿌리시지 말고 이럴 때는 사선으로 힘을 빼고 점과 선이 어우러지게 그림 그리듯이 뿌려주세요.”


요리도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과 비슷하구나. 약간의 강약 조절. 실력과 함께 예쁘게 보이는 것도 중요한 것. 나는 실력이 강한 사람일까? 보이는 것이 강한 사람일까?


어떤 셰프님의 요리 시연은 내 머릿속 의식의 흐름에 많은 자유를 주었고, 나에게 책 쓰는 일에 대한 다방면의 자아 성찰을 하게 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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