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날씬한 언니를 알게 된 후, 언니가 나에게 식이요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나는 올해 다이어트를 꼭 하고 싶었기 때문에 좋다고 말했다. 언니는 내게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인 '저탄고지' 식습관의 중요성을 설파한 뒤, 나에게 그렇게 해보라고 했다.
"방탄 커피 알아요?"
"그게 뭐예요?"
"커피에 버터를 넣어 먹는 거예요."
"헐, 전 그건 좀... 다른 건 없나요?"
언니의 말에 의하면, 내가 좋아하는 캐러멜 마키아토는 거의 한 끼 분량의 열량을 담고 있으며, 그걸 먹으면 밥을 굶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우유도, 딸기 생크림 롤도 다 그렇다고 했다.
"저기 봐요. 저렇게 밥 먹고, 케이크도 먹으면 밥을 두 끼 먹는 효과가 있는 거예요. 무심코 자기도 모르게 먹는 습관을 바꿔야 해요."
언니 말을 듣다 보니, 내가 정말 건강한 식습관이 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좀 배워보기로 했다.
"지방이 절대 나쁜 게 아닌 게, 우리가 탄수화물을 줄이고 몸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갖다 쓸 수 있게 되면 게임 끝. 다이어트의 완성이죠.
나는 언니에게 어떻게 먹으면 되는 거냐고 물었다.
"고기 좋아해요?"
"저 고기 좋아해요."
"고기를 질릴 때까지 먹으면 돼요. 버터 넣어 먹으면 더 좋아요."
나는 그렇게 나는 한 달여 동안 버터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건강검진에 갔다. 3개월 전 건강검진을 했었는데, 뭐가 안 좋게 나왔다고, 3개월 후 재검사하자고 해서 3개월 만에 재검했고, 며칠 후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알리는 전화가 왔다.
"환자분, 지난번 문제가 되셨던 안 좋은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그간 뭘 드셨기에 콜레스테롤이 갑자기 높아지셨어요? 너무 많이 높아졌는데요..."
검사 결과지 통보 전 결과를 설명해 주는 친절한 간호사 선생님의 전화였다.
"아, 제가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지 못하고, 고기를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 식습관을 바꾸고 다시 한번 검사해 볼게요."
"네, 그러면 환자분. 3개월 후에 재검사하시는 걸로 예약해 놓을게요."
그렇게 나는 뜻하지 않았지만,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뒤로 나는 '저탄고지'를 과감히 포기하고, 나만의 방식을 찾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맞는 방법이라고 해서 나에게 꼭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이번 일로 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엔 '저탄고지'로 몸무게는 줄어도 피가 꼭 깨끗해지는 건 아니기도 했고...
나는 날씬한 언니가 말해 준 여러 가지 배울 점에서 내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찾기로 했다. 먼저 언니는 나에게 캐러멜 마키아토 대신 아메리카노를 먹으라고 했었다. 나는 쓴 거는 싫지만, 그건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탄수화물은 먹지 말라고 했지만, 완전히 끊기는 어려워서 내가 좋아하는 달콤한 케이크나 빵을 끊고, 밥은 조금 먹기로 했다. 그리고 나 자신을 관찰한 결과 오후 4시에 배가 많이 고파지는 특성이 있어서, 그냥 어떤 날은 4시에 저녁을 먹고 다음 날까지 공복을 유지하는 날도 있었다. 배는 고프지 않지만, 입이 심심할 땐 껌을 좀 활용했다.
그리고 한 가지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은 내가 어떤 음식을 먹어도 '아, 이거 먹으면, 살찌겠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먹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흔한 자기 계발서에서 하라고 하는 대로 '이 음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해.'라고 하며 음식을 먹는 습관을 들였다. 적으니까 좀 이상한데, 그냥 머릿속으로 혼자 하면 괜찮다.
어쨌든 그런 방법으로 나는 6kg 정도를 감량했는데, 슬슬 다이어트도 심심해지고, 특별한 동기부여도 없어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치킨도 먹고, 과자도 먹으며 다시 2kg을 맛있게 찌우는 주말을 보냈다.
주말이 끝나고 정수기를 관리해 주시는 매니저님이 집에 오셨다. 정수기는 3개월마다 필터를 교환하기 때문에, 이번 만남은 3개월 만에 이루어진 것이었고, 나는 정수기 매니저님과 가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소소한 우정을 키워나갔다.
지난번에는 인간관계로 고민하시길래, 평소 좋아하는 책을 선물로 드렸었는데, 그 책을 카페에 들고 가셨다가 그 카페 사장님이 "그 책을 선물해 준 분 저희 카페에 좀 오시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부탁을 받고 오신 적도 있었고, 어느 날은 내가 제주에 대해 잘 모르는 게 있어서 '아, 그 매니저님은 아실 텐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거짓말 처럼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적도 있었다. 아무튼 그런저런 연유로 우리는 정수기 필터 교환하는 날이 되면 서로를 은근히 그리워하는 사이가 되었다.
"고객님, 혹시 뭐 하셨어요? 다른 사람이 되어 계시는데요?"
"제가요? 어디 가요?"
"혹시 살 빼셨나요? 좀 달라 보이는데..."
"그렇긴 한데... 이번 휴일에 한껏 먹어서 지금 다시 찐 건데요..."
"아닌데, 분명 달라 보이는데? 몇 킬로 빼고 몇 킬로 찌신 건데요?"
왕성한 호기심으로 궁금해하시는 매니저님을 위해 나는 세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아니, 그니까 어쨌든 4kg 뺀 거잖아요. 그러니까 사람이 달라 보이지."
"원래 그런 말 있잖아요. 팔찌 하면 10배, 목걸이 하면 20배, 귀걸이 하면 30배, 살 빼면 1,000배 예뻐 보인다고요."
나는 전에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를 들려드린 뒤, 궁금해서 매니저님께 질문했다.
"그래도 제주 사람들은 육지 사람들보다 몸매에 관심이 없으신 것 같은데요? 저는 제주분들께 살쪘다, 살 빠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그건 아닌 거 같아요. 그냥, 주변에 외모에 관심 없는 분들을 만나고 계셔서 그런 거 아녜요? 저는 얼마 전에 친구들하고 놀러 갔는데, 사진찍으니까 저만 못 생기게 나오고. 날씬한 동생이 '언니 살쪘죠?' 해서 상처받았어요."
매니저님은 어느새 정수기 필터를 다 갈고, 짐을 챙기시며 말했다.
"다이어트를 할 때, 이나영 외모를 목표로 한다고 하면 오늘의 내가 갑자기 내일 이나영이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오늘의 나는 정해진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들여서 살을 빼고 있는 거니까, 오늘의 나한테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 주면 좋을 거예요."
뭔가 매니저님께 도움이 되는 말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적당한 말을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매니저님의 표정이 조금 밝아지셔서 좋았다. 매니저님이 가시고, 나는 다시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살 빠지면 1,000배 예뻐진단 말을 해놓고, 또 계속 달콤한 것만 찾으면 뭔가 앞뒤가 안 맞을 것 같아서... 나는 건강식을 생각하다가 빠르게 사과와 케일 갈아 한 잔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