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당신의 적성은 무엇인가요?

by 김용희

너튜브에서 가수 김완선 님이 공연하는 모습을 봤다.


50대 중반이라고 믿기지 않을 춤 솜씨와 안정적인 라이브실력이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1986년에 데뷔한 그녀는 거의 40년 가까이 공연을 펼치고 있는데 무대에서의 모습은 거의 신의 경지 같다.


사실 주변에서 무언가를 몇십 년간 한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다르다. 우리 몸의 세포들이 하나하나 기억해서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혹시 나에게도 김완선 님 같이 내 몸의 세포들이 하나하나 기억해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초등학교 때 나에게 처음 컴퓨터를 사주셨다. 인터넷 연결이 되면 잘못된 길로 빠질까 봐 걱정된 아버지께서는 인터넷 연결 없이 데스크톱만 주셨다. 당시 초등학생들은 1년에 한 번씩 학급문고를 만들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컴퓨터가 있는 내게 학급문고 만드는 일을 시키셨다.


나는 친구들의 원고를 모으고, 타자 치고, 일러스트를 넣고, 프린트해서 학급문고를 완성했었다. 나는 친구들의 손글씨를 컴퓨터에 옮겨 닮느라 자연스럽게 글에 익숙하게 되었고, 일러스트도 넣어야 돼서 레이아웃과 구성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었다.


당시 일러스트를 넣는 방법은 도안집에서 원하는 도안을 복사하고, 그걸 오려 붙여서 원고를 다시 복사하면 책에 그 일러스트가 그려진 것처럼 감쪽같이 만들 수 있었다. 지금 내가 미술을 전혀 배우지 않고도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마 이때 도안집을 보면서 감각을 익혔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혼자 생각한다.


어릴 때 뭘 하고 놀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커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할지 알게 된다는 데...

나는 나의 장점에 대해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모자리나 언니를 길에서 만나 동네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언니, 김완선 님 춤추는 거 보셨어요? 요새 너튜브에 많이 나오던데요?"


"아니, 용용아. 언제 적 김완선이냐?"


"요즘 많이 나와요. 다시 인기예요. 근데 김완선 님 춤추는 거 보니까 아예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그런 경지이던데요. 저에게도 그렇게 저절로 되는 분야가 있을까요?"

"우리 용용이는 김완선 춤추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다 했냐?"


"아마, 제게 누군가 김완선 님처럼 잘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면... 아마도 글쓰기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려서부터 글 쓰는 건 익숙하기도 했고, 초등학교 때 학급문고도 만들어봤었고... 고등학교 때는 펜팔도 많이 했었고요."


"그러게... 너는 이제 그거 하면 되는 데, 나는 뭐 하지?"


"언니요?"


나는 잠시 모자리나 언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나는 모자리나 언니가 진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언니는 어릴 때 뭐가 재밌었는데요?"


"나는... 그림 그리는 게 좋았지..."


"그럼, 그림 그려요. 언니."


"그림은 한 번 잡으면 3시간씩도 그리는데... 어떻게 그렇게 취미만 하고 살 수 있겠니? 그래서 요새 사회복지 공부하는 건데, 그 길로 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어째 쓸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아. 그래서 언니가 타로를 등록했다.


"타로요? 진짜예요? 그거 어렵다던데... 언니는 사람을 잘 보니까 잘하실 수도요... 언니 타로 배우면 저도 좀 봐주세요."


”떽. 내가 무슨 얘기를 할 줄 알고, 네 걸 봐주겠어? 그냥 취미로 하는 거지.“


나는 언니가 타로를 공부하면서 적성을 잘 찾아가길 바라주었다. 왠지 사람 잘 보는 모자리나 언니와 타로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다음에 언니가 타로 고수가 되면 나도 언니한테 타로점을 봐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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