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우리의 일상을 담은 연극 '불멸의 여자'

by 김용희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 사회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노동은 3번의 큰 변화를 경험했고, 이에 따라 개인이 필요한 능력도 시대에 따라 달라져왔다. 노동은 인류의 역사를 통해 계속되어 왔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출현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은 사회 전반적인 특성과 맞물려 빠르게 변화해 왔으며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노동자들의 핵심 능력도 변화를 거듭해 왔다. 산업시대는 공장에서 단순한 일을 주로 하는 육체노동이 중요했으며, 정보화 시대는 정보와 기술을 잘 활용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한 지식노동이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서비스 시대가 도래 한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고객과의 능숙한 대인관계 기술이 중요시되고 있다. 즉, 자신과 타인의 감정의 이해 및 조절 능력이 그 중심이 되고 있다. 따라서 감정노동은 감정이나 기분에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경제적 목적으로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노력과 경제적 보상을 교환하는 노동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감정노동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접촉 빈도가 높고, 외부 고객 응대가 중요하며, 불쾌하거나 화난 사람 대응 빈도가 높은 직군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정노동자는 항공사 승무원, 텔레마케터, 간호사 등이 있다. 감정 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직업일수록 대인관계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하며 직무수행 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표현해야 할 감정이 달라 정서부조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서노동에 지속적으로 종사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정신적 스트레스의 누적으로 심각한 정신적·육체적 질병에 노출되기도 한다


"오늘 19금 연극 재밌을까?"


문예회관 앞에서 미자 언니, 김 반장님, 혜수 언니를 만났다. 연극 시작 20분 전부터 입장할 수 있어 우리는 입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까지 연극제에서 본 연극들의 분위기를 봤을 때, 뭔가 충격적인 게 나올 수도 있어."

미자 언니가 말했다.


"혹시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내가 말했다.


"글쎄... 모르겠지만 19금이니까 야하지 않을까?"

혜수 언니가 말했다.


"용희 씨, 소극장 연극은 처음이지? 소극장도 재밌다. 배우하고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생동감 있고 좋아. 오늘도 재밌을 것 같아. 소극장 연극이라 그런지 주차도 여유로웠지?"


"네, 언니. 저는 소극장에서 연극 보는 건 처음인데 언니가 재밌다고 하니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되네요."


"아, 저는 15일에 하는 연극 '장수상회' 날짜가 헷갈려서, 예약을 못했어요."

혜수 언니가 말했다.


언니는 단톡방 메시지가 헷갈리는 바람에, 수요일 연극을 못 간다고 말했던 건데, 15일 장수상회를 못 간다고 잘못 말했다고 했다.


"지금 문예회관 홈페이지 확인해도 자리 있을지도 몰라. 가끔 취소표 나오는 것 같던데?"

미자 언니가 말했다.


"어? 2시 40분이다. 이제 시간 됐다. 우리 들어가자."


우리는 소극장으로 향했다. '매진 현장판매불가'라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원래 문예회관 소극장은 고정석이 70석인데, 이날은 전석 매진되었고, 이동식 좌석까지 추가로 설치해서 현장이 많이 붐볐다.


무대는 화장품 판매 매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언니, 어떤 연극일 것 같아요."

나는 옆에 앉은 혜수 언니에게 물었다.


"글쎄요. 화장품이 많고 19금이라고 하니 혹시 동성애 이런 거 나오는 건 아니겠죠?"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수위가 너무 높으면 부끄러워서 어떻게 보지?' 나는 내심 불안했다.


곧 연극이 시작되고, 유니폼을 입은 화장품 판매 사원이 등장했다. 한 명은 매니저였고, 한 명은 사원이었는 데, 이들은 계속 반품 및 교환을 요구하는 2명에 고객들에게 시달리면서도 마음의 가면을 쓰고 계속 웃어야 했다. 고객들은 이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데, 약간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사람 같았다. 어딘가에서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어서 괴롭히러 일부러 찾아오는 그런 느낌?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의 70%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서비스의 비중이 산업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노동의 강도는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는 감정노동에 종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요새는 영업직뿐 아니라 일반 사무직도 동료관계나 상하 관계에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특히 팀제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서로가 서로를 갑이나 을로 보지 않고 조금씩만 배려해 준다면 이런 일은 많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연극을 보면서 내내 좀 안타까웠다.


연극은 굉장히 사실적이었다. 실제 화장품 매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그대로 고증했다. 이 극작가의 필체는 담담했고 사실적이며 경험을 중시하는 것 같아서, 그냥 내 필체와도 조금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연극이 끝나고 우리는 문예회관 앞 카페에 모였다. 그간 연극을 열심히 봐왔던 우리이고, 이번 연극제의 마지막 연극이라서 헤어지기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아... 그니까, 19금이 그냥 욕설이 좀 나와서 그런 거였어."

미자 언니의 말이었다.


"그러네요... 그리고 성추행을 묘사하는 듯한 대사 한 줄."

우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 연극은 좀 사실적이네요. 유통업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내가 말했다.


"나는 연극배우들 보면서 저렇게 열심히 하는 데 보수는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건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봤어."

미자 언니가 말했다.


"그런데 왜 배우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무대에 서는 걸까요?"

나는 평소 궁금하던 걸 물었다.


"그건 용희 씨가 글을 쓰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네?"


미자 언니의 말은 가끔 나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미자 언니의 말이 무슨 뜻인지 한 번에 이해되지 않았다.


"용희 씨도 즐거워서 쓰는 거잖아. 아마 배우들도 그럴 거라고."


'그랬나? 내가 지금 글이 즐거워서 쓰고 있는 거였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것 같았다. 글을 쓰면 자유롭고 행복하니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책을 내려고 하고...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검증되지도 않았고,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희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으니까... 아마 그래서 나는 힘들어도 희망차게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미자 언니 말처럼 배우분들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니,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배우 분들과 비슷한 거."


나는 웃으며 언니에게 대답하면서 동시에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이제 연극제도 끝났는 데 뭐 하실 예정이에요?"

내가 미자 언니에게 말했다.


"글쎄. 연극제가 다 끝나버려서 시원섭섭하네."


"미리 알았으면 더 많은 연극을 봤을 텐데 아쉬워요."

혜수 언니도 한 마디 했다.


"저 지난번에 소개해 주신 인터넷 사이트에서 스노클링 장비 샀거든요. 도착 예정일이 7월 3일이에요."


평소 스노클링을 즐기는 미자언니와 김 반장님을 따라 혜수 언니와 나도 스노클링을 가기로 했다. 나는 일단 장비가 없어서 언니가 추천해 준 사이트에서 장비 먼저 구매했다.


"요새 비가 많이 와서. 비 오면 바닷가 위험하니까... 비 그치면 가야지."

미자 언니가 말했다.


"아니, 원래 바다는 비 맞으면서 수영하는 거 아녜요? 비에 젖으나 물에 젖으나..."

내가 말했다.


"저도 비 맞는 거 좋아하는 데..."

혜수 언니도 거들었다.


"그래도 비 그치면 같이 가."


나는 아직 스노클링 장비가 도착하진 않았지만, 빨리 장마가 끝났으면 하고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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