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온 지 7년.
퇴사한 지 8년 차.
퇴사 후 친하던 동료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나는 예전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던 실 님을 만나기로 했다. 우린 꽤 친한 친구였는데, 당시에 굉장히 통하는 게 많은 사이였다. 어느 날 내가 우연히 가시에 찔려 바늘을 찾고 있을 때였다. 당시 회사는 구급함과 연고 등이 놓여 있었었는데, 이상하게도 바늘만은 찾아도 찾아도 없는 거였다.
그래서 나의 친구 실 님은 내게 반짇고리를 선물했다. 하지만 퇴사라는 게 그렇고 사회라는 게 그렇듯 어떤 인연은 다시 만나지 못할 거란 생각을 하는 인연이 많다. 나와 실 님도 그랬다. 나의 퇴사와 동시에 그녀와 나는 자연히 연락이 끊겼다.
하지만 그녀가 내게 선물로 준 반짇고리는 8년이 지나도록 소중히 간직되었다.
나는 SNS를 좋아하진 않아서, 지난 5월부터 처음 하기 시작했고... 직장인들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직장인이 SNS를 할 이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우연히 SNS를 시작하게 된 나는 실 님을 찾았다. SNS가 주는 순기능이 이런 것일까? 부담 없이 한 번 말을 걸 수 있는 것.
나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곧 그녀와 연결되었다.
"어머 세상에 너무 반가워요."
제주에 사는 좋은 점은 해외에 나가 사는 친구든, 서울 친구든 누구든 제주도는 꼭 온다는 것이다. 아마 어느 지역보다 잃어버린 친구를 찾기 좋은 곳이 아닐까 싶다.
"저 제주에 살고 있어요? 언제 제주에 안 오세요?"
그렇게 우리는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사실 우리 번호는 8년간 바뀌지 않았다.
어느 태풍 오는 날 아침, 나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용희 님, 오늘 저 제주도 가는데... 태풍 때문에 가능할까 싶긴 한데 시간 되시면 얼굴 보면 좋을 것 같아 연락드려 봐요."
나는 오래된 연인을 만난 듯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만나기로 했다.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소규모식탁>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남로 115번길 12
"용희 님, 여기 어때요?"
그게 어디든 난 상관없이 좋았다. 3시에 약속이 있다고 하셔서 11시에 이른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다.
'내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지난 세월 동안 많이 변했을까?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많은 생각이 스쳤지만, 나는 마냥 좋았다. 내일 태풍이 지나간 제주도 길이 안전하길 바랄 뿐.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나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운전대에 올랐다. 다행히 별 다른 일 없이 태풍은 지나갔고, 청명한 가을하늘이 눈부신 날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제주도는 가을 느낌이 났다.
라디오에서는 으스스한 귀신 얘기들이 나왔다. 청명한 하늘과 함께 귀신 이야기를 들으니 안 무서울 것 같았지만 무섭고 재밌었다. 귀신 얘기를 들으며 40분을 달려 나는 <소규모 식탁>에 도착했다.
<소규모 식탁>에 도착하자 마자 대포 카메라를 든 사람이 보였다.
'여기 맛집이야?'
나는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실 님을 만나기 위해 왔지만, 이 곳은 맛집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단독주택 느낌의 건물에 작은 식탁이 몇 개 놓인 가게였다. 나는 빠르게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실 님을 보자마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쩌면 평생 보지 못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늘 그렇지만 옛 친구는 다시 만나도 늘 그대로이다.
<소규모 식탁>의 사장님은 잠시 우리를 보다가 친근하게 말씀하셨다.
"오랜만에 만나셨나 봐요."
"네, 저희 진짜 오랜만에 만났어요."
사장님이 주신 메뉴판은 진심 특별했다. 메뉴가 3가지인데 취향대로 준비한 식탁이었다.
"뭐가 맛있어요?"
나는 사장님께 여쭤보았지만, 보다시피 취향껏 준비한 메뉴들이다.
"저는 모정식을 먹을게요."
나는 뜨끈한 국물을 먹고 싶어서 모정식을 골랐다. 실 님은 규정식을 골랐다.
'어떤 음식이 나올까?'
진심 너무나 궁금해지는 메뉴 구성이었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우리는 미처 서로 나누지 못하고 흘러가 버린 지난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저는 SNS 잘 안 하는 데, 이게 왜 오지? 했어요. 저는 제 계정이 해킹당한 줄 알았지, 뭐예요?"
"하하하. 그랬나요? 저였어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음식이 나왔다.
'진심 메뉴 구성 신박하다.'
나는 닭곰탕이라는 글자만 보고 곰탕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만두가 나와서 놀랐다. 사실 나는 만두를 좋아하진 않는다. 후추도... 모양이 냉동만두 같이 생겨서 당황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게 수제만두라서 평소 마트에서 사 먹는 만두 맛은 아닐 것 같았다.
나는 만두를 한 입 깨물어 먹었다. 속에 있는 애호박이 터졌다.
'아, 이게 보는 것과는 다른 맛이네.'
나는 인스턴트 맛이 날까 봐 걱정했는데, 걱정 노노. 닭곰탕 맛이 나서 좋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도시적인 사람들이 많이 왔다. 요즘 나는 노루를 찾아다니고 꿩을 찾아 다니고 사는 데, 오랜만에 만난 실 님께 서울 얘기를 들으니 좋았다. 이 장소도 서울 생각이 나는 곳이었다. 식당이 좁아서 빨리 먹고 나가야 하는 걸 알았지만, 오랜 세월을 잡으려니 시간이 부족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사장님의 배려로 다른 테이블보다는 오랜 시간을 앉아 있다 나왔다.
"여기는 진짜 제주도 같아요. 도시 사람들이 제주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이런 감성이지 않을까요?"
<소규모 식탁>은 도시 손님들이 오면, 모시고 가기 좋은 곳 같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카페로 향했다.
<찾아가기>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남로 115번길 12
영업시간: 월화 휴무
11시 - 3시 (14:40 라스트 오더)
서울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규모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