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아, 배고프지 않아? 여기 맛집 어디냐?"
'컹,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나는 이곳 맛집을 잘 모르는 데, 큰일이다. 전에 갔던 칼국수 집이 생각나서 말씀드렸지만 어머니는 칼국수가 싫다고 하셨다. 나는 빠르게 포털사이트를 켜고 '교래자연휴양림 맛집'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검색을 시작했다.
"칼국수가 있고, 삼계탕도 있고, 우동 있고, 손칼국수 있고.... 여기는 주로 칼국수가 많은데?"
"그래?"
여전히 어머니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나는 검색을 계속했다.
"혹시 한식 좋아?"
한식집이 한 곳 검색되었다. 리뷰에는 '고등어구이와 묵은지 김치찌개가 정말 맛있어요.'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묵은지? 제주에서는 묵은지 요리가 좀 생소한데?'
제주는 예로부터 집마다 우영팟(작은 텃밭)이 있어서 채소를 직접 재배해서 먹었다. 그래서 사시사철 매끼 신선한 채소를 직접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음식의 저장문화는 많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묵은지 요리는 제주에서 정말 생소하게 느껴진다. '제주식탁'이라는 책을 찾아보면 제주 김치에 대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김치의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김치는 생김치 위주로 장만했다. 전국적으로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으며 특히 습도가 매우 높아 발효속도가 빨라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규모의 겨울 김장 풍습이 없으며, 거의 모든 김치는 제철 채소로 2~3주 이내의 소모량만 담는 게 일반적이다.
- 『제주식탁』 양용진, 18p.
묵은지는 생소했지만, 전에 아버지께서 제주식 한식집에 갔을 때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서 한 번 클릭해 보았다. 리뷰와 다르게 대표메뉴는 '고사리 갈치조림'과 '고사리 고등어조림'이었다.
"여기는 고사리 갈치조림이 있네?"
나는 갈치조림에 고사리를 넣은 것은 처음 본 것 같아 '고사리 갈치조림은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다. 여행지에서 갈치조림은 늘 비싼 음식에 속했기 때문에 가격도 확인해 보았다. 가격은 2인에 42,000원이었는데, 3명이 가면 대략 60,000원 정도 나올 것 같았다. 만약 이 식당의 맛이 좋다면 갈치조림 치고는 괜찮을 가격일 거라 생각했다.
"갈치조림?"
식당을 검색하고 나서 처음으로 아버지께서 반응을 보이셨다.
"갈치조림 좋다."
갈치조림이 좋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방금 검색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의 이름은 '식당교래'. 간단하고 외우기 쉬워 좋은 이름이었다. 이름에서 정갈한 느낌과 자신감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왠지 가서 먹어도 음식 맛이 나쁠 것 같지 않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차로 꽉 차 있었다. 나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주차할 곳이 있을 것 같아서 골목 안쪽으로 차를 몰았다.
"헉, 여기는 길이 없나 봐."
골목 안쪽은 단독 주택가였는데, 별장으로 쓰는 집이 많은 곳 같았다. 마당에 잘 가꿔진 잔디와 수국, 봉숭아꽃들이 예뻤다. 나는 마지막 집으로 가서 막다른 골목 끝에서 차를 돌려 나왔다. 다행히 마지막 집은 마당이 넓고 바닥이 돌밭이라 잠깐 돌려 나와도 주인이 이해해 주실 것 같았다. 왠지 이 집은 많은 사람이 잘 못 들어왔다가 차를 돌려 나갈 것 같은 위치에 있었다.
'차를 돌릴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집주인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골목 입구로 나와서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잠시 망설여졌다.
"저기, 이 도로 건너서 저기 골목길 입구에 주차하면 안 되나?"
아버지 말씀에 나는 도로를 건너 반대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여기 골목에 세우면 안 될 것 같은데..."
차량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았지만, 왠지 아무도 안 세우는 곳 같았다. 그때 눈앞에 안내판이 보였다.
'식당교래 전용 주차장'
"어? 우리가 가려는 식당이 '식당교래'인데? 저기가 전용주차장인가 봐. 아 잘 됐다. 그러면 그렇지. 주차장이 있겠지."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우리는 길을 건너 '식당교래'로 들어섰다.
"얼른 들어가자. 맛있겠다."
사진을 찍으며 들어가는 데 입구에서부터 맛있는 조림 양념 냄새가 났다.
'여기 맛집인 것 같은데?'
음식냄새부터 벌써 심상치 않다.
"몇 분이세요?"
아들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분이 우리를 식당 안쪽 창가 옆 좌석으로 안내했다. 식당 안쪽은 생각보다 넓었고, 4인용 테이블 6개 정도가 놓여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우리는 편안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메뉴판은 심플했다. 주메뉴는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묵은지 찜', 아니면 '구이에 청국장 정식'. 우리는 원래 먹으려고 했던 '고사리 갈치조림'을 시켰다. '고사리 갈치조림'에 돌솥밥은 3인분에 61,000원, 그냥 공깃밥은 3인분에 56,000원이었다.
"돌솥밥으로 주세요. 그냥 공깃밥 먹으면 서운하잖아."
어머니는 돌솥밥이 좋다고 하셨다.
"돌솥밥은 15분 정도 걸려요."
우리는 그렇게 15분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함을 안내받았다.
"용아, 저기 앞치마 있는데, 저는 하얀 옷이라 앞치마 해야 할 것 같아."
어머니의 말씀에 부모님의 옷을 보았지만 두 분 다 검은색 옷이라 필요 없으시다고 했다. 나는 앞치마를 하나 잡아서 목에 걸고 자리에 앉았다. 숲에 다녀와서 배가 고픈 시점에 맛있는 갈치 양념 냄새를 맡으며 앞치마를 하고 15분을 기다리고 있자니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벽에는 '가파도 청보리 막걸리', '좁쌀 막걸리', '톡 쏘는 감귤 막걸리', '우도 땅콩주'라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나는 술은 마시지 않지만 이런 날 '우도 땅콩주'를 마시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 '감귤 막걸리'의 맛도 궁금하고...
어차피 시간도 남는 김에 나는 식당 곳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한쪽 벽에는 코팅된 대형 제주도 지도가 붙어 있고 그곳에 보드마카로 '식당교래'라고 표시된 부분이 보였다. 아날로그 방식에 이런 표기가 정말 정겨운 것 같아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우리보다 먼저 와있던 창가 좌석의 사람들은 대화하면서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아무래도 조림에 돌솥밥이 뜨겁다 보니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아니고 가족들의 분위기가 좋아 대화하면서 먹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나는 이렇게 천천히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게 진정한 한식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우리 테이블에도 음식이 나왔다. 양배추 유자 드레싱 샐러드와 오징어젓갈, 나물무침, 연근조림, 배추김치, 깻잎장아찌, 숙주나물과 고사리무침의 반찬이 먼저 나왔다. 나는 이중 내가 좋아하는 양배추샐러드를 한 입 먹었다. 양배추가 최대한 가늘게 채 썰어져 있어서 씹기 좋았고 유자 드레싱은 상큼했다.
"음~"
나도 모르게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다음으로는 고사리 무침의 맛이 궁금해서 한 입 먹어 보았다.
"음~"
도톰한 고사리가 알맞게 데쳐지고 짜지 않게 양념이 되어 있어서 맛이 좋았다.
"여기 음식 잘하는 것 같은데? 반찬이 맛있어."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말씀하셨다.
"응, 맛있는 것 같아."
잠시 후 갈치조림이 나왔다.
"갈치조림은 다 익혀서 나온 거라 지금부터 드셔도 됩니다."
밥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갈치조림이 나와서 아버지께서는 조금 당황하신 눈치다.
"이걸 지금 먹으라고?"
"조금 있다가 돌솥밥 나오면 드시면 되죠."
나는 혹시 아버지가 지금 드셔서 갈치조림을 드시다가 속이 쓰릴까 봐 조금 있다가 밥이랑 같이 드셔도 된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잠시 후 돌솥밥이 나왔다.
"밥 물은 여기 있고요. 물 넣으시고 뚜껑 덮지 마세요."
"넘칠까 봐 그러시나 봐. 저번에 어떤 돌솥밥집 갔었는데, 뚜껑을 덮어놨더니 펄펄 끓어 넘치더라고."
어머니의 말씀에 비로소 왜 뚜껑을 덮지 말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갔다.
"맛있겠다."
배가 고픈 우리는 갈치조림을 떠서 서로의 그릇에 놓아준 뒤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음~~ 여기 심하게 맛있는데?"
갈치조림을 먹자마자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무를 자작하게 깔고 고사리를 넣어서 국물에서 시원함이 느껴졌고, 잘 못 조리면 갈치가 비린데 비린내는 하나도 나지 않았다. 고사리를 넣어서 그런지 고춧가루를 넣었는데도 국물 맛은 맵다기보다 기분 좋게 칼칼했다.
식당 벽에는 고사리에 대한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청정자연 한라산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자란 고사리는 옛날 궐채라 불리며 임금님께 진상될 만큼 귀한 작물이었습니다. 피를 맑게 하고, 머리를 깨끗하게 해주는 칼슘과 칼륨 등 무기질 성분이 풍부합니다. 신지대사를 촉진시켜 주며 체내의 노폐물을 배출시켜 주는 건강식품입니다.
'설마, 지금 내 피가 깨끗해지고 있어서 이렇게 맛있게 느껴지는 건가?'
나는 갈치조림에 국물을 몇 숟갈 떠서 부었다. 국물만 먹어도 시원했기 때문에 갈치를 촉촉하게 적셔 먹으려는 생각이었다. 이 집 갈치조림은 신기하게도 갈치조림에 들어간 모든 재료가 다 맛있었다. 나는 푹 익은 무를 떠서 반으로 잘라 한입 베어 물었다.
"어떻게 모든 재료가 다 맛있을 수 있지?"
신기한 마음에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모든 반찬도 하나씩 다 먹어 보았다.
"헐, 반찬도 다 맛있는데?"
이 많은 음식이 다 맛있다니 진짜 신기한 음식 솜씨였다.
"주인분 음식 솜씨 진짜 좋으시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응. 여기 진짜 맛있다."
어머니도 이 집 음식이 맛있다고 하셨다.
여기는 서울에서 손님 오시면 같이 와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며칠 후에 만나기로 한 서울 손님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분이 갈치조림을 좋아하실까?'
누군가 우리 아버지처럼 갈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곳에 함께 오면 행복할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옆 테이블 손님들처럼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었다. 먹다 보니 왜 옆 테이블 사람들이 저렇게 천천히 음식을 먹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집 음식은 그냥 다 맛있고, 음미하면서 아주 천천히 먹고 싶다.
"진짜 맛있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 테이블에는 깻잎장아찌만 몇 잎 남아 있을 뿐 갈치조림의 국물을 포함한 모든 음식을 깨끗하게 다 먹었다. 나는 갈치조림에 들어있는 야채 한 줄, 남아있는 국물까지 이렇게 소중하게 다 먹어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우왕,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일어나니까 배가 불러."
평소에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배부르면 힘들어지는 데,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그 맛에 취해 자기가 얼마나 배부른 줄도 모르는 건가? 문득 머릿속에 궁금증이 스쳤다.
<찾아가기>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655 식당교래
영업시간: 매일 11시~18시 30분, 목요일 휴무
고사리가 들어간 갈치조림은 어떤 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