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드디어 찍은 건가? 책 프로필 사진

by 김용희

'오늘은 하늘이 맑아야 하는데?'


어제 돌담에서 사계카페로, 사계카페에서 사려니 숲으로, 사려니 숲에서 마방목지로, 마방목지에서 돌담으로 돌아다니던 나는 결국 아침에 찍었던 동네 돌담에서 맘에 드는 측면 사진 한 장을 건졌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건 같은 돌담에서 찍은 정면 샷과 측면 샷 한 세트. 오늘도 나는 부족한 사진을 찍으러 길을 나서기로 했다.


'오늘은 기필코 모든 사진 촬영을 마치고, 책 홍보 포스터까지 진도를 쭉쭉 나가는 거야.'


만약 오늘도 원하는 사진을 얻지 못하면, 이제는 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있는 사진으로만 홍보자료를 만들 굳은 결심도 했다.


야침 찬 마음으로 집에서 책 샘플을 챙겨서 돌담으로 출발한 나는 어제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아서인지 자꾸만 하늘을 체크하게 됐다.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비 예보가 있었지만, 내 걱정과는 다르게 다행히 아침은 맑고 청명했다.


'오늘은 말이야, 뭔가 느낌이 좋은데? 하늘도 맑고...'


나는 이미 오늘 사진을 끝내기로 결심했고, 하늘도 맑아서인지 돌담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은 어제보다 가벼운 것 같다. 어제 이미 돌담의 좋은 스폿을 알아놔서 그런지 마음도 어제보단 훨씬 편하다.


돌담으로 걸어가는 길 군데군데 날아다니는 나비도 정겹고, 마음이 어제보다 편해서인지 길가에 작은 키위가 주렁주렁 열린 키위나무도 눈에 들어왔다.

'원래 가로수로 키위나무가 있을 수 있는 건가?' 나는 길가에 느닷없이 키위나무가 있는 게 정말 신기했지만, 지금은 책 프로필 사진이 먼저였으므로 어딘가 씨앗이 날려서 여기에 우연히 심긴 키위나무인가 보다 하고 대충 생각하기로 했다. 근데 '단풍나무처럼 키위가 씨앗이 날려서 퍼지는 나무인 거야?' 나는 키위나무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했지만, 일단 책 프로필 사진 빨리 끝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비랑 키위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헐'


돌담에서 도착한 나는 오늘도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예상치 못했지만 밤새 돌담 주인이 돌담의 풀을 이발해 버렸다. 풀이 싹 잘려 나가서 이 많은 돌 중에 대체 내가 책을 대각선 방향으로 예쁘게 사진 찍었던 그 돌이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돌이 그 돌 같고 그 돌이 그 돌 같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같은 장소에서 정면 샷과 측면 샷을 찍어서 한눈에 책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였는데...


한 곳에서 비슷한 느낌을 내는 사진을 찍기는 이제 모두 틀려 버린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분명 저 자린 것 같은 돌이 보이는 데, 마침 거기에 새 똥이 있어서그 돌 위에 책을 놓을 엄두는 못 내겠다.


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보기 위해 해의 방향과 사진의 배경을 생각하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어제의 내가 큰 돌담의 어떤 돌 위에서 찍었는 지는 찾을 수 없었다.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은 배경을 포기하고 마음에 드는 돌을 찾아 정면샷 몇 장을 찍어뒀다. 배경으로 제주의 파란 하늘이 나오지 않는 게 너무 아쉬웠다. 오늘은 파란 하늘이 나오는 돌의 위치를 찾을 수 없고 돌담의 평평한 곳도 잘 못 찾아서 그런지 책도 자꾸 넘어지는 것 같다. 멀쩡한 책이 망가질까봐 사진은 적당히 찍고 이쯤에서 집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그래도 추가로 찍은 사진 중에 다시 잘 찾아보면 괜찮은 사진도 있겠지. 뭐.‘


아쉬움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카페 아라아라에서 첫날 찍었던 비 오는 창을 배경으로 한 정면 샷과 대각선 샷을 옆에 돌담 샷을 붙여서 책 프로필 이미지를 만들기로 했다.


'가장 첫 날 찍은 사진이 제일 낫네...‘


비오는 창이 배경이라 좀 아쉽지만 그래도 이 사진과 돌담사진을 서점에 보내야 겠다. 혹시 서점에서는 진열 모습을 참고하려고 실내용 이미지를 더 좋아하실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암튼 결국 내가 만든 이미지는 비 오는 날과 아닌 날, 그리고 실내와 야외가 섞여 있어서 여러모로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게 지금의 내게는 최선의선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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