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으라차차 홍보 포스터 준비

by 김용희

일요일 오후 도서관에서 열리는 책 만들기 관련 강의를 듣고 소라빵 선생님을 만났다. 얼마 전 나는 <제주의 말 타는 날들>이란 책을 완성하고, 책이 과연 몇 권이 팔릴지도 모른 채 인터넷 인쇄소에 통 크게 100권의 인쇄를 넣었다.


‘잘 될까?’


인쇄를 넣고 나서 책을 기다리는 동안 초조하고 떨리는 마음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최종 인쇄물이 어떻게 나올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고, 서점 입고까지 간다는 것은 언감생심, 내게 너무 먼 미래처럼 느껴졌다.


"선생님, 저 얼마 전에 책 인쇄주문을 넣었는 데요... 저 너무 떨려서요.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가지고요..."


나는 지금 생각하면 당시에 너무 떨려서 소라빵 선생님께 무슨 말씀을 드렸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갖고 있던 가제본을 보여드리면서 책이 앞으로 이렇게 나올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 같고, 100권을 인쇄했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다. 선생님은 책을 살펴보시고는 "제가 지난번에 입고 메일 쓰는 법을 알려드렸죠?" 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열심히 노트 필기를 해둔 게 있어서, '그걸 보고 따라 하면 어찌어찌 되겠지.' 하는 마음에 "네"라고 답했다. 책 만들기 강의도 하시고 서점도 같이 운영하는 선생님은 내게 "지금은 서점 입고 정책이 바뀌어서 달라지긴 했는 데, 저한테 입고 요청 메일 한 번 보내보세요. 보내시면 제가 메일에서 부족한 부분은 또 말씀드릴게요. 그러면 다른 서점에도 한 번 보내보시면 되잖아요?"라고 말씀하셨다.


어쩔 줄 모르는 내게 선생님께 입고 메일을 먼저 보내보라는 말과 선생님께서 입고 메일을 한 번 봐주신다는 말은 홀로 걷는 사막에서 구원을 얻은 듯한 기쁨을 안겨주었고, 나는 소라빵 선생님께 입고 메일을 보내면 된다는 생각에 다음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기로 했다.




프로필 사진을 완성해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이제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 생각을 정리하던 중 얼마 전 만났던 소라빵 선생님께서 입고 메일을 써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선생님께 보내는 메일이지만, 정말 잘 쓰고 싶다...'


나는 선생님을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께서 한 번에 입고를 허락해 주실 만한 퀄리티의 입고 메일을 만들고 싶었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나?'


나는 책 장 구석에서 소라빵 선생님 수업시간 필기했던 노트를 꺼냈다. 노트 한 권에 나의 책 만드는 역사가 빼곡히 적혀 있다.


‘열심히도 살았네.‘


나는 노트를 뒤져 소라빵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내용이 적혀 있는 곳을 펼쳤다. 당시 나는 첫 번째 가제본이 폭망 하여 새로운 책을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생님의 서점 입고하는 법과 관련한 수업을 들었고, 수업을 들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내가 과연 입고 메일을 쓰는 단계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많았다. 노트의 입고 메일 쓰기와 관련된 부분을 펼치니 마치 과거의 좌절한 나와 책 만들기를 성공한 내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구나... 저 때의 나는 내가 이런 책을 완성할 거라는 건 꿈에도 몰랐겠지?‘

나는 좌절한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해 꼼꼼히 노트 필기를 해 놓았던 과거의 나에게 감사하며, 필기 내용을 읽었다. 삐뚤삐뚤 하긴 했지만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쓰인 내용에는 지금 참고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


'책 분량이 몇 페이지 인지, 요약정보, 책 소개, 작가소개는 필수. 온라인 서점의 출판사 홍보자료를 참조할 것. 미리 보기는 큼직하게 만들어서 30p 분량을 줄 것. 책 소개가 너무 길면 바쁜 상황에서 읽기 힘드니, 엔터를 꼭 치고 끊어줄 것. 책 소개가 설득이 안 되면 입고는 이미 끝난 것. 잘 정리해서 보내지 않으면 읽기 어렵다.'


잠시 보고 있는 데, '인디펍'에 관련한 노트 필기가 눈에 들어왔다.


'독립서점 인디펍, 독립출판물 특화 서점으로 제작자가 서점으로 입점하는 것을 도와준다. 초도물량은 20~30권, 물류걱정이 없으며, 비용을 더하면 대형 온라인 서점에도 입점할 수 있다.'


나는 얼마 전 ISBN을 발행할 때 인디펍에서 대행을 했던 적이 있는 데, 생각해 보니 이 노트에 쓰인 것처럼 인디펍에도 입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소라빵 선생님께서는 인디펍의 장점은 판매내역 및 입고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하셨고, 나는 그 점이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입고메일을 쓸 때 말이야, 인디펍에서 요청하는 상세페이지 비주얼과 내 노트필기를 참고해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사양을 작성해서 입고 메일을 보내면 괜찮지 않을까?'


인간관계에서도 첫인상이 중요하듯 책이 입고될 때도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초보이지만 가능하면 어설픔이 덜하고, 정성스러움과 진실성이 보이는 메일을 한 번 써보고 싶었다.


인디펍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독립출판 유통정보시스템을 클릭하고 신간등록 페이지를 열었다. 해당 페이지 역시 내 노트에 쓰인 내용과 비슷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었다. 책 제목, 출판사, 정가, 저자명, 페이지수, 발행일, 제작사양 등. 나는 쉽게 쓸 수 있는 내용부터 빠르게 작성하기로 했다. 책 소개와 작가소개는 다행히 며칠 전 미리 작성해 놓은 걸 활용하기로 했다.


인디펍 홈페이지에는 내가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는 데, 바로 '책 속으로'라는 항목으로 책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페이지와 함께 적는 부분이었다.


‘진짜 기억이 안 난다...’


나는 내가 썼지만 막상 홍보페이지를 만든다고 하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미 나의 모든 업무는 글작가에서 사진작가로 지금은 마케팅 부서로 넘어온 게 아닌가? 당연히 마케팅 부서에서는 작가의 책을 모를 수밖에...


‘지금 뭔 소리야?’


나도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여러모로 정신없는 이 상황에서 책이 쉽게 읽힌다는 건 천만다행이다. 책을 쓸 때 너무 어렵게 안 쓴 나 자신 고맙다.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우여곡절 끝에 나는 각 장에서 가장 맘에 드는 하이라이트 부분을 뽑아 ‘책 속으로' 부분을 만들었다.


“몽골 초원을 말 타고, 달린다고요?” 나는 낙마보다도 몽골초원이 더 귀에 꽂혔다. “그럼요. 골프에도 원정 골프가 있듯, 승마에도 원정 승마가 있는 법. 몽골로 함께 떠나는 거예요.”
- <몽골 초원을 말 타고 달린다고요?> 중에서 p.40

나는 선생님 말씀대로 손을 펴고 작은 무를 손바닥 한가운데에 놓고 말 입에 가져갔다. 무는 너무 작고 말 입은 너무 크고…. 갑자기 꽤 상식적인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얘 초식동물이잖아. 근데 설마 말도 사람을 무나?’
- <말, 아찔한 당신과의 첫 접촉> 중에서 p.48

“블랙아웃 되면 안 돼. 내 소리 들려요? 정신 차려요.” 아…. 눈앞이 정말 캄캄해진다. ‘어쩌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말 등에 앉게 되었을까?’
- <사랑하는 그대, 이름은 말> 중에서 p.58

뒤에서 큰 소리가 나고 가장 앞쪽에서 ‘소만이’를 타고 있던 나는 제대로 공중 부양 로데오를 했다. 뒷말 소리에 놀란 ‘소만이’가 달리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댔다. ‘소만이’의 말 갈퀴가 내 눈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안장 앞쪽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말이 잠잠해질 때까지 버텼다.
- <더럽게 위험한 말타기> 중에서 p.93

근데 왜 승마만 안 되는 거야? 승마는 근력하고 유연성은 안 쓰는 거야? 그럼, 승마는 무슨 힘을 쓰는 거야?
- <당신에게 있고 나에게 없는 것> 중에서 p.100

한참을 말 위에 앉아서 ‘말 멍’을 때리고 있는데 <오늘의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거기 동지 탄 선생님 이리 오세요.”
- <말 등에서 잠시 쉬어가기> 중에서 p.117

‘아, 승마여. 진정 강한 자들의 스포츠. 어떻게 하면 널 잘할 수 있단 말이냐?’
- <제대로 마상> 중에서 p.138

‘뭐야? 승마는 몸의 균형뿐 아니라, 마음의 균형까지 다 잡아야 하는 운동인 건가?’
- <승마 당신을 앞으로 어찌해야 할까요?> 중에서 p.145

‘잘 된다고 너무 자만하면 안 돼. 항상 겸손해야 해.’ 나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계속 달리다 보니 문득 ‘우리의 삶도 이렇게 달리는 말 등에 올라타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제가 말을 잘 탄다고요?> 중에서 p.153

만약 승마를 삶에 비유한다면 이런 다양한 견해들은 우리의 가치관 차이인 걸까? 누군가는 두려움을 극복하면 실력이 늘고, 누군가는 지속적인 습관을 들이면 실력이 늘고, 누군가는 걸림을 제거하면 비로소 실력이 느는 걸까?
- <마지막 수업> 중에서 p.182


'뭐야? 처음엔 막막했는데...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일이 되긴 되네? 이제 진짜 책 같잖아?'


뭔가 부족했지만 뿌듯했다. 나는 내가 책을 만들긴 했지만 조금씩 책이 유통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이 상황이 마냥 신기했다.


'그러면 다음으로는 뭘 하면 되지?'


다음으로는 미리 보기 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이미지 파일을 첨부해야 했는 데, 앞표지, 뒤표지, 앞날개, 뒷날개, 책등의 이미지를 첨부하고, 모든 이미지는 낱장으로 제작해서 등록해야 했다. 이 부분은 인디자인으로 표지 디자인을 만들 때 사용했던 파일을 jpg로 저장해서 낱장으로 만들면 되는 것 같아 어렵지 않게 지나갔다.


'이건 뭐지?'


도서 홍보용으로 제작하신 이미지가 있으면 함께 압축해 주세요.


나는 이 부분이 아마도 온라인 서점에서 <출판사 제공 책소개> 부분에 들어가는 '홍보 포스터'와 같은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나도 하나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만든담...?'


나는 평소 자주 가는 온라인 서점에서 다양한 책의 <출판사 제공 책소개> 부분을 연구해 보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려한 디자인 스킬이 들어간 포스터는 내가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았고, 가장 심플하면서도 내가 제작할 수 있는 것 같은 몇몇 책의 디자인을 확인했다.


'그냥 내 스타일 대로 한 번 해볼까?'


인디자인 프로그램에서 종이 크기를 A4로 설정하고, 홍보용 포스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내 디자인의 특징은 시작하기 전까지는 무슨 디자인이 만들어질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냥 한번 해보는 거지, 뭐.‘


나는 페이지의 가장 위 쪽에 책의 장르를 적고 책 제목과 내 이름을 적었다. 책 사진으로는 돌담에서 찍은 프로필 사진을 활용하기로 했다. 책 소개를 간단히 적고, 마지막에는 <제주 사는 김 작가 김용희 올림>이라고 적어 넣었다.


'원래 이렇게 하는 거 맞아?'


나는 작가 김용희 올림은 적는 건 지 마는 건지 잘 모르기도 하고 디자인도 너무 심플해서 서점 온라인 페이지에 이 자료가 올라가도 되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만들면서 정이 들어서 인지 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디자인이긴 하지만 올라가도 신박할 것 같긴 했다.


늘 그렇듯 사진이나 디자인에 감이 없는 나는 친구들의 의견을 좀 들어보기로 했다. 나는 가장 먼저 내게 책을 처음 쓰라고 권했던 절친 진희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진희님, 이거 홍보자료인데 어때요?"


"오. 좋은데요?'


진희님은 제일 특이한 것은 돌담 사진이라고 했다. 나는 진희님 말에 용기를 얻어 이 포스터를 홍보자료로 활용하기로 마음먹고 SNS에 올렸다. 이상하게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SNS에선 노란색 책 표지가 초록색으로 보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정할 방법을 몰라 SNS엔 그냥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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