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드디어 썼다. 첫 입고 메일

by 김용희

홍보 포스터 디자인까지 마친 나는 드디어 내가 입고할 준비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첫 입고 메일은 역시 나의 스승님이신 소라빵 선생님께 쓰기로 했다. 전에 선생님의 수업에서 나는 입고 메일을 보낼 때 한글 파일로 책의 사양을 작성해서 한눈에 보기 쉽게 첨부하면 좋다고 배웠다. 나는 한글 파일을 열고 「저자 연락처, 출판사명, 출간일, 분야, 쪽수, 내지, 제본 방식, 책의 크기, ISBN 번호, 정가, 책 소개, 저자 소개, 도서 이미지, 목차, 책 속으로」를 정리한 파일을 따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니까 초보티를 벗고 조금 더 전문적인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내 메일 계정에 접속해서 메일 쓰기를 누르고 한 자 한 자 정성껏 메일을 작성해 보기로 했다. 메일 제목의 첫 말머리를 [입고요청]으로 쓰려다가 너무 선을 넘는 뉘앙스인가 싶어서 조금은 겸손한 느낌을 주는 [입고검토요청]이라는 말머리를 쓰기로 했다. 선생님께서는 자신에게 먼저 메일을 보낸 뒤 부족한 부분은 피드백을 주신다고 하셔서 지금 쓰는 이 입고 메일은 선생님 개인에게 보내는 것이라기보다는 모든 서점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어떤 부분을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나는 생각을 더듬어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상기했다. 선생님께서는 서점을 운영하다 보면 선 넘는 메일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었다. 수업을 듣다 보니 나는 아마도 '내 책은 당신이 당연히 입고해 줘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보내는 메일' 자체가 굉장한 마이너스가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메일을 쓰면서 내가 당연히 어떤 부분이 선을 넘는 것이고 어떤 부분이 아닌지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정중하게 메일을 쓰고 싶었다. 집에 덩그러니 놓인 바라만 봐도 어쩔 줄 모르겠는 이 100권의 독립출판물을 세상에 전해줄 고마운 분들이니까. 그래서 나는 입고 요청 메일을 '조금은 어려운 선배 멘토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마음을 담아 쓰기로 했다.


수업 시간에 메일의 첫 시작은 해당 서점에 대한 관심이나 감사 인사 혹은 좋은 말로 시작하면 좋다고 배운 것 같다. 나는 소라빵 선생님께 내가 얼마나 많은 걸 선생님께 배웠는지, 그게 얼마나 감사했었는지의 마음을 과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하기로 했다. 또한 선생님이 입고 메일을 보내라고 말씀하시고 2주가 지나 버린 지금 시점에 내가 왜 이렇게 늦게 입고 메일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지 그간 나의 떨리는 마음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책 만들기에 대한 모든 과정이 다 끝나고 유통하는 시점이긴 하지만 이 모든 게 끝나고도 선생님과의 인연은 앞으로도 지속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어려운 부분은 이제 다 된 것 같은데?'


애매모호하고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감이 없는 모든 부분은 이제 다 끝난 것 같다. 메일에 첨부 파일로 책의 사양에 대한 소개자료를 첨부해서 보내긴 하겠지만, 바쁜 분들이 첨부파일을 일일이 클릭해 보지 않아도 메일 본문에 책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메일 본문에 책의 「요약정보: 제목, 저자, 출판사, 분야, 서지정보, 가격, 연락처」를 적고, 책 소개와 저자소개, 도서 이미지를 첨부했다. 이렇게 하니 한눈에 내 책이 어떤 책인지를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았다.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은 가격 부분이었다.


원래 독립서점은 할인이 없고, 정가대로 판매하는 데... 처음에 나는 되도록 온라인 서점에도 입고하여 독자들이 검색하면 손쉽게 나오게끔 유통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서점은 10% 가격 할인이 들어가는 데, 내가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으면서 독립서점에 입고 메일을 보내면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는 독립서점에 배신감을 안겨 주지 않을까?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게 많을 것 같은데 다른 독립출판물 제작자들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하는 거지?'


나는 일단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시간을 더 지체하고 싶진 않았다. 소라빵 선생님께 보내는 메일에는 가격 부분에 <15,000원 (10% 프로모션 예정)>이라고 작성해서 보내기로 했다. 이번 일요일에 혹시 소라빵 선생님을 뵙게 되면 온라인 서점과 독립 서점의 가격 차이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시는 지를 한 번 여쭈어볼 예정이었다.


'이제 메일 본문 쓰기는 다 된 것 같다.'


나는 책에 대한 상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 어제 만든 홍보자료 이미지 파일과 한글로 된 책 소개자료, 책 미리 보기 pdf 파일 30장, 돌담에서 찍은 책 실사 이미지와 책을 펼쳤을 때 양면으로 되어 있는 이미지 파일, 책을 직접 펼쳐보는 실사 이미지 이렇게 5종의 파일을 첨부파일로 전송하기로 했다.


'아... 이제 메일이 세상으로 나갑니다. 부디 좋은 결과 있기를...'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라빵 선생님께 메일을 전송했다. 긴장이 많아서 그런지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부턴 어떻게 하면 되지?'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선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지만,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선생님의 답장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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