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선생님께 답장이 올까?'
내가 소라빵 선생님께 입고 메일을 발송한 시각은 오전 0시 20분. 늦은 시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메일 알람을 설정해 놓으셨다면 실례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첫 입고 메일을 작성하느라 하루를 꼬박 할애한 나는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을 지니고 다음 날까지 고민하느니 그냥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아침에 소라빵 선생님께서 서점에 출근하고 나면 아마 내 메일을 보고 답장을 주실 거란 기대는 했지만, 토요일이라 어쩌면 서점의 이런저런 행사로 굉장히 바쁘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떨리지만 기다려 봐야지.'
반나절 정도가 지나 나는 선생님께 기다리던 답장을 받았다. 어떤 내용이 쓰여 있을 지 떨리는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아무리 내가 책을 성심을 다해 제작했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지 알 수 없었던 나였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돌아오든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이미 마음의 준비는 마친 상태였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대학 입학 통지 메일을 받는 심정으로 메일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용희 님.
드디어 입고 메일을 받아보네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신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
책은 가능하면 개별포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산용 계좌도 알려주시기 바라요.
긴장하며 열어 본 메일에는 눈물이 날 만큼 고마운 소라빵 선생님의 따듯한 마음이 가득 담겨오는 듯했다. 메일 중간 부분에 정산계좌라는 단어가 입고가 현실이 되었다는 걸 묵직하게 전달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내가 입고에 성공하다니... 믿기지 않았지만 일이 진행되는 건 맞는 것 같다. 드디어 내 책들이 우리 집 거실을 떠나 세상으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구나. 감회가 새롭다. 선생님 덕분에 마음에 작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책을 포장해 달라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큰 서점에 가서 비닐 포장된 책들을 살펴본 후 깔끔하게 포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쇄소에서 직접 수축포장을 신청하면 손쉽게 할 수 있다고 들은 것도 같지만, 내가 거래하는 인쇄소는 인쇄 오류가 많아 책을 일일이 다 확인하기 위해서 수축포장을 신청하지 않았기도 했고, 그 인쇄소가 실제 수축포장을 해주는 지도 알 수 없었다. 입고를 고려하고 있는 독립제작자와 서점을 연결 해주는 유통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디펍에서는 권당 500원의 수축포장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책은 인디펍에 입고된 책에 한해서 신청할 수 있다.
시내에 있는 대형서점으로 향했다. 서점에 있는 포장 도서는 대형출판사에서 인쇄 공정 시에 수축포장을 진행한 깔끔한 책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간간이 OPP 비닐로 포장된 책들도 눈에 띄었다.
'아... 이렇게 포장하면 책이 오래되면 책이 상당히 낡아보이네...'
내가 발견한 OPP 비닐로 포장되어 입고된 책의 일부는 책의 사이즈보다 너무 클 경우에 약간 안 팔릴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고, 실제로 입고된 지 오래된 경우는 아무도 찾지 않는 구 재고 같은 느낌이 컸다.
'OPP 백 포장은 각을 맞춰서 최대한 너덜너덜한 부분이 없이 포장해야겠다.'
테이프 자국도 오래되면 주변에 먼지가 묻어 까맣게 변하기 때문에 테이프 부착은 최소화하면서도 최대한 책 크기에 맞게 포장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일반 소비자였을 때 책 포장은 서점에서 직접 하는 건 줄 알았었는데, 이렇게 내가 직접 하는 것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점에 가서 시장 조사를 하고 나니, 내 책의 포장이 잘 못 되었을 경우 서점 주인이 예쁘게 다시 포장해 주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번 포장할 때 두 번 손이 안 가게 최대한 깔끔하게 하자.'
독립출판물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일까? 내가 자칫 뭔가를 잘 못하면 내 책이 학급문고 같은 이미지를 내는 게 신경 쓰였다. 나는 기계가 포장한 것만큼 완벽하게 포장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각을 맞춰서 비닐이 울지 않게 포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음악을 켜 놓고 포장하면 좀 좋지 않을까?'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특정 행동에 맞는 박자의 음악을 켜 놓으면 작업이 더 잘 되는 데, 책을 포장하는 박자는 이상하게도 임재범의 『비상』이라는 곡이 아주 잘 맞았다. 뭐 가사도 지금 내 상황과 잘 맞기도 하고.
나는 임재범의 『비상』을 틀었다.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임재범의 비상 中
'뭐야. 이거 지금 내 이야기임? 포장하기에 박자도 딱딱 맞고 좋네.'
나는 선물 포장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각을 잡아 책을 포장하는 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책을 포장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예쁘게 하려고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책을 포장하면 오히려 비닐이 한쪽으로 쭈글쭈글해지기 일쑤였다.
'너무 잡아당기면 안 되나?'
몇 번의 실패 후 나는 약간의 느슨한 틈을 줘서 책을 포장하는 게 너무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것보다 더 예쁜 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업이 잘 되니까 아예 100권을 다 포장해 버릴까?'
마음은 앞섰지만, 책 포장은 생각보다 그리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만 포장하고, 다른 날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포장에 임하기로 했다. 매대에 나가는 책이라 왠지 더 신경 쓰였다.
'아 맞다. 선생님께서 내게 책 입고할 때 사인을 해서 보내라고 하셨었는데...'
불현듯 또 모르는 분야가 나와버렸다. 내지에 쓰는 작가 사인...
'작가 사인은 또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나는 여태까지도 그랬지만 아직도 독립출판에 대해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