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작가 사인을 하긴 했어요.

by 김용희

'작가 사인이라...? 내가 지금 쓰는 사인을 쓰면 되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평소 내가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쓰는 사인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아무래도 책 면지에 쓰기엔 맞지 않을 것 같다.


'책 내용을 반영할 수 있는 괜찮은 말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하던 나는 「강인함과 섬세함 사이. 당신의 균형 잡힌 인생을 응원합니다. 김용희♡」라고 써보기로 했다. 하트가 좀 촌스러운 것 같았지만, 그래도 뭔가 그림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하트라도 그리기로 했다. 이럴 때 멋지게 말 얼굴을 그리면 참 좋을 것 같지만 내 그림 실력에 말을 그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쓰셨지?'


나는 평소 기회가 닿으면 작가에게 친필 사인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몇몇 작가분께 사인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 저 책을 한 번 찾아보니 기성 출판물은 대부분 첫 장에 김용희님께 라고 쓰고 날짜와 작가 이름만 적어주셨다.


'독립출판물은 좀 다르지 않았나?'


나는 제주 북페어에 갔을 때 책을 구매하면서 작가 사인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구매했던 책을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어떤 작가분은 내 이름을 넣고 책과 관련한 문구를 한 문장 써주시기도 했고, 또 어떤 분은 그냥 자기 이름을 아주 크게 써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소라빵 선생님은 내게 간단히 메모를 적어주시기도 했다.


'개인에게 메시지를 적을 때랑 서점에 납품할 때는 작가마다 적는 문구가 다를까?'


독립서점에 갔을 때 작가 사인을 좀 더 눈여겨볼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독립서점에 다녀올 시간이 되지 않으니, 소라빵 선생님께 보내는 책부터 해결하고 다른 서점에 납품할 때 할 사인은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인과 관련한 내용은 어디에 물어보기도 그렇고, 다른 작가님들께 여쭤보아도 대답해 주기 어려운 부분 같다. 최근 제주에 강연 오셨다가 알게 된 작가님께 여쭤보니 서점에 보낼 때 작가 입장에서는 샘플에 사인을 해서 보내는 게 좋다고 하셨다. 하지만 면지에 서점 이름을 쓰고 서점 운영에 관련한 개별 맞춤(customized)된 내용을 적는 게 좋은지, 아니면 그냥 중립적인 내용을 적는 게 좋은지까지는 답변을 듣기 힘들었다.


나는 소라빵 선생님께 그간 감사했던 마음을 담아 개인적인 메모를 간단히 적을지 아니면 선생님이 운영하는 서점에 입고하는 거니까 방금 생각했던 「강인함과 섬세함 사이. 당신의 균형잡힌 인생을 응원합니다. 김용희♡」를 적을 지 무척 고민했다. 어떤 게 예의에 맞는 걸까? 선생님께는 감사의 마음을 담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서점에서 사용하실 샘플도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나는 결국 소라빵 선생님께 샘플 2권을 드리기로 하고 한 권은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메모를 적고 한 권은 「강인함과 섬세함 사이...」를 적었다.


아무래도 독립출판물 제작과 유통에 관한 딱 떨어지는 매뉴얼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작가 사인 부분은 어떻게 하는 게 예의인지도 모르겠고, 누군가에게 물어보기엔 너무너무 민망해서 어떤 법칙이 있는지 알게 되면 참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2. 제 책을 입고해 주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