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승마대회 구경하기 1

by 김용희

"쌤 내일 여기서 경기해요?"


"네."


수업이 끝난 후 나는 <덜커덩 선생님>께 내일 시합에 관해 물었다.


"그럼, 내일 몇 시쯤 오면 시합을 볼 수 있어요?"


"몇 시더라?"


선생님은 핸드폰을 확인하신 후 내게 말씀하셨다.


"아마 9시쯤 시작할 거예요."


"아 그래요? 그럼 저 9시에 올게요."


"쌤 근데 대회 이름이 뭐예요?"


"마리랑 이예요."


"마리랑이요? 대회 이름이 무척 특이하네요."


나는 무슨 대회인가 싶어 포털 사이트에 '마리랑'을 검색해 봤지만, 마리랑 한식집만 나왔다.


'대체 마리랑이 무슨 대회야?'


나는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결국 별다른 소득이 없어 내일 경기장에서 팸플릿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나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차를 주차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기마대용 말 운송 차량이 두 대나 와 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주차장에서 언덕을 내려가는 데 경기장에는 마리랑 이라고 쓰여 있는 포토월이 설치되어 있었다.


'뭐야 진짜 마(馬)리랑 이네?'


나는 어감도 귀엽고 포토월 디자인도 귀여워서 웃으며 사진 한 장을 찍었다.


포토월에는 '제주WINTER 2차 예선전'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승마 초보인 내가 이 상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마리랑 승마대회는 무엇이고, 제주WINTER 2차 예선전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는 팜플릿을 받아서 경기에 대한 정보를 얻어보려 했으나, 제주시승마협회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제주특별자치도, 렛츠런파크가 후원한다는 건 알게 되었지만, 경기의 역사나 탄생 배경은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또한 이 경기가 예선전이라고 하는 데 이 경기도 시상식을 하는 것 같고, 제주WINTER 결승은 언제 하는지도 궁금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이해하려고 하진 말자. 어차피 나는 이제 막 승마를 알게 되었잖아.'


예상보다 승마에 대해 배울 게 많았지만, 승마 입문자인 내가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이해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차차 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쌤은 어디 가셨을까?'


나는 마구간을 돌아다니며, <덜커덩 선생님>을 찾았지만,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대회 준비로 바쁘시겠지. 뭐.'


나는 마구간의 분위기를 구경하다가 관중석에 앉아 선수들이 몸을 푸는 걸 지켜보았다. 이번 경기는 지난 번에 관람했던 '전도승마대회' 보다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크게 경직된 것 같지는 않다. 스피커에서는 캐쥬얼하고 가벼운 느낌의 팝송이 흘러나왔다.


'경기할 때도 이렇게 노래가 나오나?'


내가 아는 노래는 아니였지만, 노래가 나와서 그런지 왠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마리랑 승마대회는 경기 중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QR코드를 스캔한 후 1:1 채팅을 통해 신청곡을 접수할 수 있었다. 신청 방법은 가수 이름과 노래 제목을 적으면 되고 특정 선수가 나올 때 선수의 응원 메시지와 함께 신청곡을 틀어주기도 한다.


'엄청 재밌는 승마대회네.'


나는 즐거운 분위기의 승마대회가 재미있었다. 나는 잠시 선수들이 몸 푸는 모습을 보다가 말 타는 장면을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관중석에서 난간 쪽으로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뒤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용희 쌤"


내 뒤에는 <덜커덩 선생님>이 제자들과 앉아 있었다.


"뭐예요? 쌤. 청소년인 줄 알았잖아요."


승마복을 입으면 누가 누군지 다 비슷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쌤이 청소년 제자들과 섞여서 앉아 있다 보니 바로 옆에 계신 줄 몰랐다. 자세히 보니 옆에 있던 개 3마리 중에 덜커덩 선생님의 반려견 뿌꾸도 있었는데 나는 그냥 옆집 개려니 하고 못 알아봤다. 나는 난간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관중석으로 돌아왔다.


9시가 되자, 본부석에서 80cm 장애물 경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지난 학기에 승마대회를 구경할 때는 잘 몰랐지만, 이번에 승마대회를 관람하다 보니 장애물을 넘을 때 선수들의 상체가 어떤 리듬을 타는 것 같아 보였다.


'나는 하체를 스쾃하는 자세로 잡고 잘 고정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타는 건 줄만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


장애물 앞에서 선수들은 상체를 뒤로했다가 앞으로 보내면서 그대로 앞으로 숙이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모든 운동에는 운동을 잘하는 방법이 있고, 어떤 법칙 같은 게 있는데... 나는 승마에 대해서는 무섭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잘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올라가서 버티자.',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생각으로만 있었던 건 아닌지, 나 자신을 반성하며 오늘 경기 관람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신기하게도 경기장에는 신나는 노래가 계속 흘러나왔다. 또한 선수들이 경기를 끝내고 나면 1위 기록이 나오면 '판타스틱 베이비'가 흘러나오기도 했고, 2위~5위 등수는 '불타오르네'가 나오기도 했다.


'뭔가 엄청 유쾌한 경기네.'


나는 관중들은 노래가 나오면 관람하기 좋은데 혹시 선수나 말에게는 방해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덜커덩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쌤, 혹시 노래가 이렇게 크게 나오면 선수들이나 말에게 방해 안돼요?"


"그런 거에 방해받으면 선수 생활 접어야죠."


"그 그런 건가요?"


"어차피 경기장에 서면 아무것도 안 들려요."


사실 모든 노래에는 리듬과 박자가 있어서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특정 작업에 따라 듣는 노래가 다 따로 있다. 예를 들면 글을 쓸 때는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듣는 다거나 교정 교열을 볼 때는 '시간을 달려서'를 듣거나, 청소할 때면 'I AM'을 듣는 그런 식이다. 나중에 뭐 내가 말을 타고 장애물 경기에 나가게 되면 나는 '말 달리자'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틀어 달라고 해야겠다. 그 정도가 말 타는 박자에 잘 맞지 않을까? 노래가 너무 빨라서 달리다 위험하려나? 나는 내가 장애물 경기에 나가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 하다가 선생님께 궁금한 걸 물었다.


"쌤, 장애물 20cm 경기가 초보가 제일 처음 나가는 경기예요?"


"네, 맞죠."


"그럼 초보가 20cm 경기에 나가려면 얼마나 걸려요?"


"쌤 기준으로요?"


"네. 제 기준으로요."


"음... 일주일에 3번 훈련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마도 2달? 정도 연습하면 될 거예요."


이윽고 <덜커덩 선생님>은 나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하지만, 자기가 하려는 마음을 내야 하고, 용기도 있어야 하고."


"아... 그렇죠. 알았어요."


그래도 꽤 희망적이다. 나는 아마도 내가 대회에 나가려면 오래 걸릴 거로 생각하고 물었던 건데, 2달이라니... 생각보다는 실력이 그렇게 형편없지는 않은가 보다. 어쩌면 선생님 말씀대로 내가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걸까? 나는 언제 내가 대회를 나가볼지, 아니면 대회를 나갈 생각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음번 승마 수업에서는 꼭 지난 수업보다는 좀 더 용기를 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 말에게 고삐를 채우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