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말에게 고삐를 채우라고요?

by 김용희

'아... 이제 뭐부터 하면 되지?'


동지를 마구간 밖으로 나오게 성공한 나는 일단 수장대에 동지를 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준비시켜 본 적이 없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본인에게 배정된 말을 준비시키기 바쁘다. 다들 빠르게 움직이는 걸 보니 자신이 늦게 준비해서 수업에 지장을 주는 걸 원치 않는 눈치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동지를 단단히 고정하고, 고삐와 안장을 가지러 창고로 뛰어갔다. 이번 학기 우리 반은 총 6명으로 나와 혜수 언니, 미자 언니와 김 반장님 이렇게 4명은 입문반에서 그대로 진급했고, 나머지 두 분은 아직 통성명도 제대로 못 한 상태이다. <덜커덩 선생님> 말씀이 새로운 멤버 두 분은 계절학기를 들어서 우리보다 더 잘 타신다고 했다. 창고에는 미리 와 있었던 우리 반에서 제일 잘 타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은 안장을 고르고 계셨다.


"안장에 고리가 있는 게 없네?"


잘 타시는 분이 혼자말을 했다. 말 안장에는 말을 탈 때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만든 발 받침대인 등자가 달려 있는데, 이 등자의 끈을 고정할 수 있는 고리가 달린 안장을 찾으시는 눈치다.


"고리가 있는 게 좋은 거예요?"


나는 '잘 타시는 분은 뭔가 아는 게 많으시겠지?'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꼭 그런 건 아닌 데, 저는 그래요. 여기 있는 건 다 고리가 없는 듯하네요."


"어? 여기 이건 고리가 있는데요?"


나는 마침, 내 앞에 있는 안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선생님이 쓰세요."


잘 타시는 분은 내가 찾아낸 안장을 본인이 가져가는 게 미안하셨는지, 높은 곳에 있는 안장을 하나 골라서 그것도 고리가 있다며 수장대로 가져가셨다. 나도 그분을 따라 방금 발견한 고리가 있는 안장을 가지고 수장대로 갔다.


'뭐부터 해야 해?'


동지와 함께 수장대에 있던 나는 머릿속이 좀 하얘지는 것 같았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해 보니 말에게 고삐를 채워야 그 고삐의 줄을 안장과 연결된 복대로 고정할 수 있는 것 같다.


'에혀. 하필 제일 어려운 고삐부터 채워야 하네.'


말에게 고삐를 채울 때는 재갈을 물리기 위해서 말의 입을 벌리게 해야 하는데, 기수가 강단이 있으면 말이 자연스럽게 벌려주기도 하는데, 기수가 기가 약하면 말하고 한참 씨름을 하거나 화가 난 말이 콱 물기도 한다. 다행히 동지는 내 말을 잘 안 들을 뿐 나를 물지는 않는 것 같다.


'동지는 물지는 않으니까 혼자서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고삐 잘 못 채우면 말에서 떨어지는 거 아냐?'


지난주에 나는 처음으로 고삐를 채워봤는데, 아무래도 이번 주에 혼자 완벽히 채우기엔 무리 같다. 말을 탈 때는 말 등에서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따로 없고, 고삐를 가지고 말을 컨트롤 하면서 타야 하는 데, 왠지 내가 고삐를 잘 못 채워놓으면 허공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모르겠다. 덜커덩 선생님이 전문가 이니까 잘 못 채운 거는 딱 보면 아시겠지.'


나는 일단 고삐를 들고 동지에게 씌워보려 했는데, 줄이 너무 많아 어느 줄을 동지의 몸쪽으로 넘기고 어느 줄을 얼굴로 가져가는 지 하나도 모르겠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덜커덩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보기로 했다.


"선생님, 고삐 채우는 것 좀 도와주세요."


"아니 지난 학기에 수업을 15번이나 했는 데 아직도 고삐 채우는 법을 모르면 어떻게 해요?"


"아니, 그게 그러니까 그때는..."


"변명하지 말고요."


"네."


사실 나는 지난 학기에는 너무 무서워서 물릴까 봐 말 근처에는 잘 가지 않았고, 짝궁인 혜수 언니가 고삐를 주로 채우거나 김 반장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여차저차 수업을 진행하곤 했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주에 혼자 고삐를 처음 채워본 건데... 쌤은 아마도 내가 많이 채워본 줄 아시는 걸까? 말이 너무 무서워서 그랬던 거긴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든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해서 뒤로 빠져 있던 내가 이 상황에서 변명을 한다는 것도 좀 우습긴 하다.


"이 줄 두 개를 뒤로 넘기시고요, 말 얼굴을 잡으시고, 이 줄을 한 손으로 잡으시고요..."


'아 진짜. 이번에는 확실히 배워서 다음 주에는 혼자 할 수 있게 해야지.'


여차저차 해서 나는 동지를 준비시키는 데 성공했다. 옆에 계시던 잘 타시는 분이 본인의 말을 다 준비시키고 나를 도와주시기도 했고, 나는 말에게 물릴까 봐 고삐 채우는 걸 무서워해서 그렇지, 힘은 좋으니까 말 안장을 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도 하다.


말의 안장은 복대로 고정하는 데, 수장대에서 복대를 너무 꽉 조이거나 갑자기 당기면 놀란 말이 물어버리는 것 같다. 나는 복대의 끈을 첫 번째 칸에 끼우고, 느슨하게 해 놓은 뒤 마장에 들어가서 꽉 조이기로 했다. 덜커덩 선생님 말씀이 말들도 처음 마구간에서 나왔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아서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오늘 동지는 그래 보이진 않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았다.


"오~"


준비를 마친 동지를 보고 <덜커덩 선생님>이 칭찬의 눈빛을 보냈다.


'뭔데? 나 지금 칭찬 들은 건가?'


마음을 놓을 때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가만히 있지 말고, 옆 사람 도와주세요."


"네?"


그렇게 나는 당근과 채찍을 자유자재로 쓰는 <덜커덩 선생님> 덕분에 칭찬에 대해 기분 좋을 시간도 없이 혜수 언니 준비를 도와주러 수장대의 옆 칸으로 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 동지야,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