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음 월요일 아침. 기다리던 소라빵 선생님의 두 번째 수업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혹시 책을 출판하시게 되면 여러분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할지 다들 알고 계시나요?"
'그런 건가? 책을 출판하고 나면 생각이 변화하는 건가?'
나는 출판하고 나서도 내 일상이 별로 변할 것 같지 않은 데, 첫 책을 출간하고 나면 무언가 달라지는 걸까?
"책을 만들게 되면 기존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산자의 역할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거죠."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제 우리가 책을 만들게 되면 생산자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야가 많이 확장되면서 앞으로는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게 책의 소재가 될 거라고 하셨다. 또한 그렇게 계속 책을 쓰게 되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찾아나가는 자기 치유와 성장의 경험도 하게 될 거라고 덧붙이셨다.
당시 나는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10주 동안 책을 열심히 만들고 나면 나중에 무슨 말을 해주신 건지 이해될 거로 생각해서 열심히 필기했다.
"여러분, 우리가 책을 쓰는 목표가 노벨 문학상을 받으려는 건 아니잖아요? 기왕 이렇게 배우려고 오셨으니,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서 모두 책 한 권씩은 꼭 내도록 합시다. 자, 여러분 지난 숙제로 내드렸던 기획서 모두 작성해 오셨죠? 그러면 한 분씩 자신의 기획서를 발표해 볼게요."
발표가 시작되자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걷기 여행부터 심리상담, 애호박 농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하는 걸까? 이렇게 자유로운 생각들을 책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독립출판이라면 앞으로 나는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는 일을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듣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 편안하고 자유로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나의 발표 차례가 되었다.
"제 책의 제목은『안녕, 제주』입니다. 저는 제주를 걷다가 우연히 만나는 동물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려 하는데요... 보통 여행 정보를 담은 책들은 딱딱하고 잘 읽히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주의 좋은 장소를 소개하면서 그곳에서 우연히 동물과 만나는 이야기를 쉽게 읽히는 에세이 형식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보통 관광지에 가면 열쇠고리 같은 관광기념품들도 대부분 만 원이 넘잖아요? 그래서 저는 기념품 대신 관광객들이 사 갈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기념품처럼 예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고요."
나는 준비한 인쇄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앞으로 나는 이런 콘셉트의 책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발표는 생각보다 잘 진행된듯했고 사람들은 내 콘텐츠가 신선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장의 분위기가 좋았다. 책에 대해서 긴가민가하던 나는 발표 후 책에 대한 많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 누가 알겠어? 혹시 내가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때 누군가 내게 말했다.
"다 좋은 데, 전 제목이 좀 그런 것 같아요. 『안녕, 제주』는 책의 내용과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너무 식상해요. 제목을 다시 좀 생각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뒤로 나는 괜찮은 책 제목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글을 쓰는 것 보다 제목을 짓는 게 왠지 더 어렵게 느껴졌다. 책 콘셉트에 찰떡같이 맞는 제목은 좀 처럼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안녕, 제주』 대신에 『제주에 왔다가 갈 곳 없을 때 보는 책』, 『님아, 이곳을 다 보기 전까지 절대 죽지 마시오』, 『행복한 제주의 봄 마씸』등을 고민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책 제목을『네가 왜 거기서 나와』로 정했다. 물론 만드는 과정에서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아서 가제본은 『행복한 제주의 봄 마씸』으로 찍었지만 말이다.
발표하면서 나는 우연히 동물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없으니 혹시 추가로 동물을 취재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그때 마침 어떤 분이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도두봉에 가면 닭이 있어요.”
"닭? 닭이 있다고요? 도두봉에요?"
내가 생각하는 닭은 보통 닭장에 사는 데, 어떻게 닭이 도두봉에 있는 건지. 도두봉에 있다면 그 모습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나는 수업이 끝난 후 무작정 도두봉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