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월요일 책 만들기 수업에서는 '책 표지' 만드는 법을 배웠다. 나는 미리 그려간 그림 파일을 활용해 표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표지를 만들 때 일러스트를 쓸 거면 일러스트만 쓰거나, 사진을 쓸 거면 사진만 쓰는 게 좀 더 세련된 느낌을 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일러스트와 사진을 모두 써서 마음껏 개성을 표현해 보기로 했다. 당시에는 이렇게 하면, 굉장히 귀여운 표지가 나올 줄 알았다.
나는 먼저 파란 하늘에 하트 구름이 떠 있는 실사 사진을 배경으로 삼아, 포스터컬러로 그린 풀밭 레이어를 깔고 그 위에 색연필 화로 그려진 동물 일러스트를 넣어 지금 동물들이 풀밭을 지나는 듯한 그림을 만들었다. 거기에 색연필 일러스트만으로는 느낌이 좀 부족한 것 같아, 어미 말과 망아지의 실사 사진에서 배경을 자르고 동물들만 오려서 마치 말들이 풀밭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냈다.
'음... 괜찮은 건가?'
제주 구좌읍 평대리에 가면 커다란 당근모형이 마을 앞에 박혀 있는데, 나는 그 모형을 사진 찍은 적이 있다. 나는 그 사진에서 배경을 없애고 당근모형만 오려 말 옆에 박았다.
'다 됐다.'
나는 이 표지를 진희 님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한 마음에 한 번 진희 님께 보내보았다.
"용희 님, 제 생각엔 이 표지는 은행 달력 그림 같은데요?"
"아... 그래요?"
나름대로 산뜻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좀 내보려 했는데, 은행 달력이라니...? 아무래도 이 표지는 아닌가 보다. 표지를 어떻게 수정할지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는데, 소라빵 선생님이 지나가다가 표지를 보셨다.
"용희 님, 표지가 굉장히 특이하네요? 용희 님 책 콘셉트와도 어울리고요. 전 괜찮은 것 같은데요?"
"진짜예요? 이 표지가 은행 달력 같다고 하던데 진짜 괜찮은가요?"
소라빵 선생님은 전에 웹 디자인 일을 하신 적이 있다고 하셨었는 데, 디자이너가 보시기엔 뭐가 좀 다른가?
"잠깐만요, 용희 님."
소라빵 선생님은 내 자리에 앉아 손수 일러스트의 위치를 정렬하고, 전체적인 디자인 비율을 잡아주셨다.
"용희 님, 저는 이 은행 달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작업을 하시면서 소라빵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래요?"
전문가가 손을 대니 확실히 표지가 살아났다. 나도 이 은행 달력 표지가 점점 맘에 들었다.
"저도 예쁜 것 같아요."
옆에서 구경하던 어떤 분이 말씀하셨다.
"그리고 저는 일러스트들이 다 귀엽고 예쁜 것 같아요. 이런 그림은 책갈피를 만들어 봐도 예쁘겠는데요..."
"그래요?"
나는 소라빵 선생님과 구경하시던 분 덕분에 그림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내 책의 표지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