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하루 한 편 글을 쓰기로 마음먹기까지

by 김용희

나는 처음부터 책을 다시 쓰기로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책 스승님이신 소라빵 선생님께서는 책에 나 자신의 이야기를 넣어보면 어떠냐고 말씀하셨었다. 내 이야기가 녹아 있으면 독자들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시면서...


'글쎄? 과연 내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생각과 느낌을 글로 써서 출판하겠다고 결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평소 자기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어렵사리 용기를 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독자들이 관심을 둘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거 괜한 일을 벌이는 거 아니야? 글이라는 건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과연 내게 그만한 능력이 있을까?'


머릿속에는 시작하기 전부터 의문만 쌓여갔다. 책을 출판해 본 적이 없는 나는, 내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고, 막상 내 이야기를 쓰자니 사람들의 평가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 갈 때쯤 나는 우연히 어떤 시인님의 북토크에 참석했다. 그간 가끔 시도도 쓰고 있었기에 이날 북토크에는 시인님께 시 쓰는 걸 좀 배우고 싶어 찾아갔지만... 뜻밖에도 나는 이날 내가 글을 계속해서 쓰는 데에 대한 많은 용기를 얻게 되었다.


시인님은 그동안 여러 편의 시집을 발행했지만, 이번 시집은 특히 오랜만에 발표한 시집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만큼 고민이 많으셨다고 했다. 이번 시집은 오랜 기간에 걸쳐 차곡차곡 써놓은 여러 편의 시 중에서 삼분의 일만 선별하여 더욱 밀도 있는 시들로 구성되었다고 했다. 나는 유명하신 작가님들은 글 쓰는 게 몸에 익어서 쉽게 쉽게 작품을 쓰는 줄 알았었는데... 막상 이렇게 고뇌하며 작품을 쓰시는 점을 생생하게 들으니, 아직 출발도 못 한 나는 조금 더 분발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토크는 따뜻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시인님의 시 낭송을 듣고, 시에 관해 질문하고, 글쓰기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북토크에 참여해서 시인님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가끔 이렇게 다른 작가님들의 북토크에 참여해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 토크가 끝날 때쯤 어떤 사람이 질문했다.


"저는 책을 쓰고 있는데요, 가끔 '내가 책을 왜 만들까?'를 생각합니다. 좋지 않은 책을 만드는 건 나무한 테 미안한 건 아닐까요? 시인님이 생각하시기에 우리는 왜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있는 걸까요?"


그 질문을 가만히 듣고 계시던 시인님이 대답하셨다.


"제 생각에 글은 자기 삶을 거듭나게 해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글은 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쓰는 것이지요. 반면에 책은 내가 느낀 것에 대해 다른 사람과 서로 나누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로 소통하고, 위로하고, 자신만 느낀 줄 알았던 서러움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죠."


시인님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초보 작가인 나도 느끼는 게 많았다. 나 역시도 글 쓰기가 개인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출판이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작업이 되는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는데... 어쩌면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나의 소소한 경험담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나도 조금은 출판에 대한 용기를 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또 다른 사람이 질문했다.


"저는 시를 쓰고 있는데, 사실 아직 등단 못 했습니다. 외국에는 등단하는 문화가 없다고 하던 데... 혹시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질문을 듣고 시인님이 대답하셨다.

"제가 아는 어떤 친구가 가난한 집에 시집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어요. 달력 뒷장을 뜯어서 제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이 친구가 삶이 얼마나 고달프면, 이런 종이에 편지를 써서 보내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후 저는 경솔하게 생각했던 저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이 친구는 하루 한 편의 시를 써서 매일 소중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등단하진 않았지만 벌써 시집도 세 권이나 냈다고 했습니다. 저는 시를 쓰는 건 제가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쓰는 경험 전과 시를 쓰고 난 경험 후 제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지요. '오늘 아침에 시를 썼으면 시인이고 안 썼으면 전직 시인'이라고 합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수준이 나아지고 높아질 수 있다면, 그렇게 바뀌어 가는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시인님께서는 작가는 하염없이 루틴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셨다. 작가라면 밥은 안 먹어도 글은 써야 하는 것이라고... 작가들에게 영감을 기다린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며, 하루 10분 만이라도 계속 글을 쓰다 보면 마지막에 좋은 글이 '쑥' 나온다고 하셨다.


"하염없이 루틴을 가지고 써 보십시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하시는 시인님의 말씀을 듣고 오늘 나는 이 북토크에 정말 잘 왔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작가가 맞는지 긴가민가했었는 데...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재빨리 노트를 꺼내서 「오늘 아침에 글을 썼으면 작가이고, 안 썼으면 전직 작가. 진정한 작가는 루틴을 가진 자.」라고 적었다. 그리고 이날부터 되든 안 되든 매일 한 편의 글을 꾸준히 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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