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지나 글쓰기 플랫폼에서 알림이 왔다.
"플랫폼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 발행에 앞서 프로필에 '작가 소개를 추가해 주세요!"
'오잉? 나 된 것임?'
나는 작가가 되면 어떤 점이 좋은지 그 디테일은 잘 알지 못했지만... 일단 작가가 되어야 글을 공개할 수 있었으므로 기분이 참 좋았다. 이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기분을 연료 삼아 오늘부터 한번 시작해 보기로 했다.
주말 동안 비공개 원고 저장 게시판에 작성해 놓았던 글이 좀 있었기 때문에, 시험 삼아 글을 몇 편 올려보았다.
'누가 내 글을 봐주기나 할까?'
나는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발행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알림이 울리고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기 시작했다.
'오잉? 이것 참 신세계네...?'
왠지 아무도 읽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글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좋아요' 수가 올라가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근데 전자책 만들기는 뭐지?'
나는 기왕 다 처음이라 이것저것 해보는 김에 전자책 만들기에도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글쓰기 플랫폼을 이용하여 만드는 전자책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그간 나는 인디자인을 사용했었는데 글쓰기 플랫폼은 이에 비해 사용하기 훨씬 편리해서 신세계 같았다. 조작이 간편했고, 반응속도도 빨랐으며, 자동저장 기능이 아주 잘 작동해서 글을 쓰다 실수로 글을 다 날려버리는 일이 적었다.
'여기 참 좋은데?'
처음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뭔가 불편할 거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플랫폼이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도 글을 열심히 써보기로 했다.
나는 일단 전자책 제목을 <네가 왜 거기서 나와>로 정했다. 내 책은 제주를 다니면서 야생동물을 만나는 에세이 책인데, 지난번 가제본에서 제목으로 택했던 <행복한 제주의 봄 마씸>은 아무래도 책의 내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자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표지도 작성해야 했는데... 그동안 나는 표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버전 중 한 가지를 택해서 올려보기로 했다. 종이책으로 인쇄하면 사진의 색감이 달라져서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하지만 전자책 표지는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 쓸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사용하는 글쓰기 플랫폼은 이미 규격화된 표지 디자인이 있어서 사진만 올리면 됐지만, 나는 책 제목을 좀 더 길게 적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인디자인으로 표지를 살짝 변형해서 쓰기로 했다.
이쯤 해보았으니, 글을 더 다듬은 뒤 전자책을 발간할지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 글들이 세상에서 어떻게 평가받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하도 쓰고 엎고 쓰고 엎고를 반복했던 터라 뭔가를 시작하는 시간을 더 늦추고 싶진 않아서 그냥 전자책을 오픈해 보기로 했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나는 몇몇 친한 지인들에게 책의 링크를 보냈다.
지인들이 어떻게 말씀하실지 궁금하긴 했지만... 사실 너무 초보여서 긍정적인 평가를 해 주실 거로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내 예상보다 좀 더 따뜻한 것 같았다. 실시간으로 모바일 메신저가 울려댔다.
"뭐야, 용희. 문체가 부드럽고 좋네?"
지금은 꽤 지난 일인데도, 다시 생각해 보면 이 말 한마디가 지금까지도 글이 막힐 때마다 내게 큰 힘이 되어 주는 것 같다.
다음 날 소라빵 선생님도 내게 메시지를 주셨다.
"용희 님, 4편 <수탉 찾아 도두봉> 너무 좋네요. 우리 수업에서 이런 일이 있었군요. 이 글은 '기승전결'이 좋은 것 같아요. 다른 편들도 '기승전결'이 느껴지면 좋겠어요. 아쉽게도 앞에 쓰신 이야기들은 '기승전'에서 끝나는 것 같았어요."
"아... 그렇군요."
역시 사람은 시작이 두려워도 막상 실전으로 부딪혀 봐야 배우는 것 같다. 당연히 글에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는 건데... 그간 뭔가를 끝내려고만 서둘렀지, 글의 구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소라빵 선생님 말씀에 갑자기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 이거 너무 놓쳤다.'
사실 책을 생각해 보면, 전체적인 문체와 글의 구성도 중요하지만 글 하나하나의 '기승전결'도 중요한 거였는데... 그게 바로 내가 놓치고 있던 작품의 완결성이 아닐지 싶었다. 이번 기회로 이렇게 전자책을 오픈하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기 시작하니, 내 글의 장단점, 그리고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게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서 좋았다.
'한데, 글을 개선하려면 내가 책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동시에 글 하나의 구성도 완벽하게 구현하는데... 그게 과연 지금 내 실력으로 가능한 일일까?'
나는 처음 시작하는 내가 이런 것들을 해 낼 수 있을지는 좀 자신이 좀 없었지만, 기왕 내 손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마지막 결과물만큼은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실력이 부족해도 어쩌겠어? 그냥 최대한 해보는 거지.'
나는 가제본의 실패를 되새겨, 적어도 이번에 만들 책의 파이널 버전은 아마추어티를 최대한 벗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