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판형을 한 번 고민해 볼까요?

by 김용희

글쓰기 플랫폼이 좋은 점은 이곳에서 전자책을 만들면 일정 기준을 충족한 책에 한 해서 독자 정보 분석 리포트를 보내준다. 이 리포트에는 전자책의 누적 조회수, 주요 독자의 나이와 성별, 관심 키워드, 완독자수, 완독률이 가장 높은 글이 표기되어 있으며, 내 책을 클릭한 독자들이 좋아하는 다른 작가들의 책은 또 어떤 것이 있는지도 상세히 알려준다.


'뭐야? 여기 정말 좋네?'


나는 전자책을 이용해서 타깃 독자를 분석해 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평소 내 책의 독자들이 어떤 분들이 실까 자못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이 모든 게 이 글쓰기 플랫폼에서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사실 많은 마케팅 회사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나와 같이 가내 수공업을 하는 무명작가에게 이러한 정보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나는 전자책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그 독자분들께 맞는 판형과 디자인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은 독자층이 많이 달라졌지만, 처음 내가 글쓰기 플랫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내 전자책을 읽어주셨던 주요 독자층은 50~60대 남성분들이셨다. 글쓰기 플랫폼에서는 독자 정보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만 제공되므로 주변 분들께 내 책이 독자분들께 어떤 이유에서 호감을 주는 건지 그 이유를 여쭤보며 분석하기 시작했다.


주변 연령대가 비슷한 분들께 여쭤보니 시중에는 50~60대 남성분들이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일 거라 하셨다. 그리고 보통 내 나이대 여성 작가분들이 쓰는 문체는 아름답고 수려하고 화려한 데 비해 내 문체는 꺼끌꺼끌하고 투박하고 조금은 순수한 느낌이라 어쩌면 남성분들에게 호감을 주는 게 아닐지 라고, 덧붙이셨다.


'글쎄? 과연 그럴까?'


당시 나는 구독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내 책의 독자에 대한 정확한 평가인지는 자세히 알기 어려웠으나, 일단은 분석된 정보를 바탕으로 지치고 메마른 마음에 단비와 같은 어른들의 동화 느낌의 책을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나는 책장에 있는 책을 꺼내서, 이러한 콘셉트에 맞는 마음에 드는 판형을 고르기로 했다. 여백이 너무 없고 작은 책은 내가 읽기에도 멀미가 나는 경우가 있었으므로, 책을 잡았을 때 부담이 없으면서 잔잔한 위안을 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한 손에 쏙 들어오면서도 여백을 많이 줄 수 있는 판형을 고르기로 했다.


그냥 독자로 책을 읽을 때는 그냥 딱 보고 느낌이 좋으면 구매했는데, 만들려고 하다 보니 그냥 딱 보고 느낌이 좋은 게 무슨 느낌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게 문제였다. 집에 있는 책을 모두 꺼내보고 자로 재보고, 하다가 내가 쓰는 글은 아래 두 가지 판형이 예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1번) 폭 126mm 높이 188mm

2번) 폭 110mm 높이 178mm


책 만들기를 하다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종이책을 만들 때는 만들기 전에 미리 판형을 잘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인디자인으로 작업하다 보면, 판형이 맘에 안 들때 가장 잘 수정하는 방법은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 둘 중 뭐가 좋을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나는 서점에 가서 다른 책들도 한 번 살펴보고, 판형을 고르기로 했다.




나는 시내에 있는 대형서점으로 향했다. 이곳은 제주에서 발행한 독립출판물도 판매하고 있다. 나는 천천히 서점을 돌아다니며 베스트셀러 섹션과 독립출판물 매대를 구경하고 수필집 매대도 구경했다. 독립출판물 매대는 제주에서 출판된 책들이 많이 있었는데, 대부분 '달책빵'에서 만든 책이었다.


'언젠가 내 책도 이 매대에서 판매되면 좋겠다.'


나는 꿈 같은 상상을 하면서 책 만들기 참고용으로 쓸 기성 출판물 한 권과 독립출판물 한 권을 구매해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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