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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Nov 23. 2023

7. 아래를 보지 못하는 새

어느 날 새 한 마리가 

아파트 공동현관 입구에 갇혔다. 


천장과 벽은 막혀 있었지만

바닥은 뚫려 있었는데.


그녀는 아래를 보지 못하고, 

사방의 막힌 벽을 따라 

계속 같은 곳만 왔다 갔다 맴돌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통로를 한 번이라도 내려다보았더라면

어쩌면 그곳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걷는 건 자기 일이 아니라 생각해서일까? 

그녀에게 자유는 죽음보다 더 먼 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저러다가 죽으면 어떻게 해?  


휘파람을 불어 그녀에게

아래쪽으로 나와보라고 말해보기도 했지만


아마 새로운 방식으로 나가는 생각보다는 

늘 하던 대로 날아가고 싶어서 일지 

그녀는 결국 스스로 아래는 보지 못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반나절 

또 반나절 

아무것도 못 하고 우왕좌왕하던 나는 


쌀이라도 뿌려서 아래를 한 번 보게 해주고 싶었었지만, 

혹시라도 그게 그녀를 더 두렵게 하고 

어떤 면에서 더 괴롭게 하는 건 아닐지

주저주저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죽음 가까이에 이르러 

생명이 끊어질 듯 탈출하는 그녀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도 지금 그녀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지 

어쩌면 모두 같은 모습일지 모른단 생각이 잠시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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