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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Jan 12. 2024

22. 마니또 선물을 준비해요.

내 마니또가 누굴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뽑은 종이에 적힌 이름은 바로 '유진 씨'였다. 


'오, 넘 좋다. 내 마니또가 유진 씨라서...' 


나는 착한 유진 씨가 편하기도 하고, 언제나 그렇듯 선물이라는 건 동성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는 게 훨씬 쉬운 법이기도 하다. 


'무슨 선물이 좋을까?'  


나는 한 달간 유진 씨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유심히 관찰하였다. 그러다 문득 유진 씨가 가방에 핸드크림을 넣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오, 핸드크림이 좋겠는데?' 


나는 향이 좋은 어느 브랜드의 크리스마스 에디션 핸드크림을 샀다.


'유진 씨가 내 선물을 좋아하면 좋겠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크리스마스를 선물을 준비하는 건 얼마만의 일인지. 마니또 선물이 이렇게 설렐 줄이야. 유진 씨와의 한 해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에 유진 씨가 내게 좋은 책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미처 제대로 말해주지 못했던 일이 생각났다. 


유진 씨에게 추천해 주고 싶었던 책이 산더미같이 많았었지만... 그날 내가 제대로 말하지 못한 건 책이란 그렇듯 자신과 결이 맞는 작가가 있고, 약간의 인연이 닿아야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함부로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서였다. 내가 책에 너무 의미를 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읽는 책에는 내가 들어야 할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며 읽는 편이라 그런 것 같다.  


'음... 유진 씨에게 필요한 책을 한 권 선물해 주면 어떨까?' 


유진 씨는 몸이 좀 약한 편이라 나는 전부터 유진 씨에게 몸과 마음의 치유로 유명한 루이스 헤이의 책들을 소개해 주고 싶었었는데, 생각난 김에 평소 주고 싶었던 책도 한 권 포장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사서 카드 가득 크리스마스의 설렘과 우리의 우정과 나의 사랑을 담았다. 이러니 제법 오늘이 크리스마스 파티 같이 느껴졌다. 


"다들 천천히 오삼. 일찍 오면 티타임" 


단톡방에 미자 언니의 메시지가 울렸다. 


"오 일찍 가도 되는구나. 전 시간 기다리고 있었어요." 


"용희, 일찍 와. 커피 줄게." 


"네. 저 지금 출발요." 


"미자 언니, 지금 거기 눈 와요?" 


"안 와. 오늘 만약 눈 와도 조금 뿌리다 말 것 같아." 


김 반장님과 미자 언니네 집은 제주도 북서쪽 해발 340m에 위치한다. 우리 집은 그보다 약간 동쪽에 해발 300m에 위치하는 데, 문제는 양쪽 집 모두 제주 산간에 속한다는 점이다. 내가 걱정되는 건 만약 눈보라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면 언니네 집에서 탈출해서 달려와도 우리 동네로의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오늘 일기예보에 눈이 안 온다고 하니까 뭐. 별일 없겠지.' 


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며 준비한 선물과 카드를 챙겨 미자 언니네로 향했다. 우리는 오늘 각자의 집에서 음식을 싸 오기로 했었기에 나는 가는 길에 미리 주문해 둔 치킨도 찾았다. 손맛 좋은 사장님이 챙겨주신 달걀찜도 몽글몽글하게 느껴졌다. 


'오늘 우리 크리스마스 파티는 어떨까?' 


벌써 잔뜩 기대를 안은 채 나는 운전석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설레는 마음에 자꾸만 빨리 달려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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