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희 Dec 17. 2023

21.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해요.

"우리 크리스마스에는 다 같이 모여서 파티하는 게 어때요?"


함께 귤을 딴 후, 미자 언니네 집에 모여 차를 마시다가 유진 씨가 말했다.


"좋지."


집주인 미자 언니의 말에 우리는 설레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파티라니... 좀처럼 특별한 것 없는 우리의 일상에 뭔가 재미난 일이 일어나는 건가?


"그럼, 그때는 각자 자신 있는 요리 하나씩 준비해 오기."


요리에 자신 있는지 혜수 언니가 각자 먹을 음식을 가져오자고 제안했다.


"요리요?"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준비해야 하면 양은 어떻게 하지? 머릿속이 약간 복잡해진다.  


"꼭 집에서 만들어 오지 않아도 각자 먹을 건 각자 가져오기. 어때요? 사 와도 되는 걸로."


사 와도 된다는 말을 듣자, 집 앞에 있는 손맛 좋으신 치킨집 사장님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좋아요."


"그리고 드레스 코드도 있어야지. 드레스 코드는 레드 어때?"


역시 패셔니스타답게 혜수 언니가 드레스 코드를 제안했다.


"드레스 코드는 또 왜 해. 집에 빨간 옷이 어딨어?"


김 반장님의 말에도 혜수 언니는 꿋꿋하게 말했다.


"꼭 빨간 옷이 없어도 소품도 돼요. 예를 들면 머리핀이나, 모자, 목도리 같은 거요. 빨간색이면 아무거나 다 되기."


"좋아요! 재밌겠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면 우리 연말이니까 마니또 게임도 하는 거 어때요?"


나의 제안에 혜수 언니가 말했다.


"오. 그거 좋다."


혜수 언니와 내가 마음이 맞아 눈을 맞추고 하이 파이브를 하는 사이, 김 반장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아니, 또 무슨 마니또 게임이야?"


"연말이니까 선물도 받고 크리스마스 기분도 내고 좋잖아요?"


우리가 김 반장님과 옥신각신하며 설득하는 사이 행동 빠른 미자 언니는 벌써 메모지와 펜을 준비해 왔다.


"자, 그러면 일단 이렇게 이름 적으면 되지?"


언니는 종이에 우리 이름을 적고, 집에 있던 모자 하나를 집어서 뽑기 통을 만들었다.


"자, 이제 다들 뽑아봐. 선물 증정식 할 때까지 마니또가 누군지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선물 금액은 얼마로 할까? 2만 원 대가 좋겠다. 다들 괜찮지?"


"좋은데요? 마니또 상대가 누군지는 연말 파티 때까지 절대 비밀이에요."


혜수 언니의 말에 김 반장님도 떨리는 마음으로 모자에서 종이 한 장을 뽑았다.


"아..."


김 반장님이 누구를 뽑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아주 난감한 표정이 스쳤다.


"이러면서도 또 막상 시작하면 준비는 되게 열심히 한다."


미자 언니의 말에 김 반장님은 종이를 핸드폰 케이스에 넣으면서 말했다.


"잊어먹지 않게 파티 때까지 이렇게 보관해야겠어. 내 마니또가 누구인지 꼭 기억해야지."


툴툴 대면서도 할 건 다 하는 우리 김 반장님. 왠지 가장 정성스레 선물을 준비하실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 가을 오후 각자의 마니또를 뽑고 훈훈한 연말 파티를 기약하며 헤어졌다.




"드디어 오늘이야. 다들 설레지?"


단톡방 미자 언니의 말에 채팅창이 후끈 달아올랐다.


"난리 났어요. 신나서."


신난 유진 씨가 한 마디 했다.

 

"저희 몇 시에 모여요? 다른 거 준비할 건 없을까요?"    


유진 씨의 말에 미자 언니가 대답했다.


"장소는 우리 집. 4시까지 오면 돼. 준비물은 마니또 선물, 각자의 음식 메뉴 한 가지, 그리고 드레스 코드는 레드. 잊지 않았지?"


"아, 드레스코드. 하마터면 잊을 뻔했네요."


그나저나 빨간 옷이 없는 데 어쩌나? 빨간 옷뿐 아니라 빨간 소품이 전혀 없던 나는 근처 생활용품 할인 매장에 한 번 들러보기로 했다.


'이 많은 물건 중에 크리스마스 머리핀이나 아니면 머리띠 같은 게 있을 텐데...'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들이 워낙 많아서 머리핀이 잘 눈에 띄지 않았으나, 한참 매대 앞을 서성거리던 나는 작은 산타 모자가 달린 머리핀을 발견했다. 매대 곳곳을 살펴보니, 산타 모자와 가방도 보였다.


산타 모자 헤어핀을 살까? 큰 산타 모자를 살까? 아니면 귀가 움직이는 귀여운 모자를 살까?


매장이 큰 편이었는데도 맘에 드는 빨간색 물품은 이미 많이 품절이었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무척 뜨거운 가보다. 매대에 있는 물건 중 살만한 물건이 있는지 이것저것 조심조심 만져보고, 생각해 보는 사이 문득 내게도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온 듯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보는 게 대체 얼마 만일까?


나는 물건을 구경하다가 스팽글이 박힌 산타 옷과 귀가 움직이는 귀여운 모자를 사고 싶었지만, 너무 화려하고 과한 것 같아 루돌프가 달린 산타 모자를 하나 구매하고 매장을 나왔다. 날씨가 추워서 인지, 파티가 기대되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손에 쥔 모자가 유독 따뜻하게 느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20. 말을 타고 잃어버린 고관절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