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주짓수가 미용실에서 들을 수 있는 단어였던가? 주변에 주짓수하시는 분은 본 적이 없는데?
"생각보다 여성들에게는 더욱 좋은 운동이에요."
"주짓수가요?"
"네. 주짓수가요."
"..."
"일하시면서 다이어트 까지하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어요."
"..."
나는 일하시면서 주짓수하시면서 시합 나가면서 다이어트까지 하시는 원장님께 주짓수 체육관은 어디가 좋은지, 그곳 분위기는 어떤지를 여쭤보고 머리를 예쁘고 하고 나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승마하면서 말 위에서 멋진 마상무예를 꿈꾸던 나는 우연히 체육관 앞을 지나게 되었다.
'OO주짓수, 코어 강화'
어? 주짓수가 코어를 강화해 준다고? 그간 딱딱해진 허리로 말 허리까지 딱딱하게 하고 있던 나는 이번이야말로 말 허리 디스크를 방지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주짓수가 마상무예와 관련이 있는 무술일까? 마상무예를 하려면 양궁이나 검도를 가야 하는 게 아닐지 고민하던 나는 일단 코어를 강화해 준다는 주짓수 체험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가본 주짓수 체육관은 동아리 방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관장님께서는 도민은 1회 체험 수업은 무료라고 하시며 체험비도 받지 않으셨고, 하얀 도복을 입고 쭈뼛거리는 내게 여자 회원분께서 띠도 매주셨다.
수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는데 운동 시작은 간단히 몸을 풀고, 3열 횡대로 앞구르기를 시작했다. 나도 따라 세 번 정도 구르다가 갑자기 어지러워서 잠시 주춤거렸다.
'아... 나여기 잘못 온 것 같은데?'
마음은 진심 매트를 날아다니며 구르고 싶은데 다 같이 하는 동작을 몸이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알 수 없었고, 그사이 뒤구르기, 엉덩이 밀면서 앞으로 가기, 엉덩이 밀면서 뒤로 가기 등등 내가 생전 해본 적 없고 이름도 모르는 다양한 자세의 수련이 시작되었다.
'음...'
이쯤 되면 여기서 민폐 끼치지 않고 열에서 빠져 구석에 있는 게 낫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거울 옆에 찌그러져 있는 사이, 친절한 회원분들이 내게 말씀하셨다.
"안돼도 할 수 있는 건 참여해 보세요."
따스한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내가 물었다.
"그... 그럴까요?"
나는 일단은 부서져 가는 멘탈을 부여잡고 수련에 참여 했다. 사실 내가 무슨 자세를 했는지는 지금도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내 옆에 계신 분들과 속도는 잘 맞춘 것 같다. 그 후 나는 무리에서 빠져 앞구르기, 뒤구르기, 새우빼기, 브릿지 등을 배우고 머리가 좀 어질어질 해졌다. 내가 원래 운동을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왜 한 번 본 동작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구분도 안 되고 내 몸으로는 못하는 걸까? 이렇게 아주 잠깐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타이머가 돌아가고 1:1 스파링이 시작되었다.
매트에서 나와 스파링하는 걸 자연스럽게 구경하다 보니 이곳은 바로 신세계가 따로 없다. 나는 승마가 나의 야성을 깨우기 좋은 스포츠라 생각했는데 주짓수는 매트라는 정글에서 흰띠와 파란띠는 초식동물, 보라띠와 갈색띠는 잡식동물, 검은띠는 진정한 육식동물이라는 옆에 계신 분의 설명을 새겨들으며, 오늘 체험을 하러 와서 하얀 도복을 입게 된 나는 흰토끼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고 주짓수가 어떤 운동인지 궁금해진 나는 관장님께 여쭤보았다.
"관장님, 주짓수는 어떤 운동인가요?"
"주짓수는 타격보다는 공격받았을 때 상대의 관절을 꺾어서 제압하기 좋은 운동이죠."
"네..."
"그럼 주짓수는 왜 배우는 건가요?"
관장님을 대신해서 옆에 계신 회원분이 대답해 주셨다.
"재밌잖아요."
대체 주짓수의 어떤 점이 재밌는 건지 몹시 궁금해진 나는 다음 주에 체험비를 내고 한 번 더 주짓수를 체험해 보기로 하고 체육관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