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주뼛거리며 체육관으로 들어가는 데 회원분들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는 관장님께 체험비를 내고, 체험 도복을 받아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아직 띠를 맬 줄 몰라서 지난번 봤던 여자 회원분이 또 띠를 매주시러 내게 오셨다.
"안녕하셨어요? 헤어스타일 바뀌셨네요?"
내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 뒤에서 다른 남자분들이 소리치셨다.
"다른 분이에요. 다른 분."
"아, 죄송합니다."
말씀드리며 눈을 보는 순간, 나는 소리를 질렀다.
"원장님!!!"
원장님이 웃으시면서 나를 맞아주시는 게 아닌가? 나는 원장님께 따로 연락을 드리지 않고 체육관에 왔던 터라 도복 입으신 모습이 생경해서 다른 사람인 줄만 알았다.
"여긴 어떻게...?"
"아, 여기 지난주에 체험하러 왔다 가요. 이번 주에 또 체험하러 왔어요."
승마는 말이 일단 무섭고, 올라타면 높아서 떨어질 게 무섭지만... 주짓수는 매트에서 하는 데도 뭐가 무서운 건지... 어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슨 요일에 올지, 저녁에 올지 밤에 올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회원들이 많이 없으실 것 같은 화요일 오전 시간에 찾아오게 되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원장님을 뵐 수 있을 줄이야...
"원장님은 늘 이 시간에 오세요?"
나는 반가운 마음에 원장님께 물었다.
"10시에 올 때 있고, 7시에 올 때 있고요."
원장님이 대답하셨다. 전에 관장님께 여쭤보니 체육관에는 10시랑 밤 9시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고, 7시에는 사람이 많다고 하셨었다.
"아 그러시구나... 저는 이제 등록해서 당분간 구르기만 할 것 같아서 가급적 사람 없을 때 오려고요."
지난 시간 회원들 많을 때 왔던 나는 앞 구르기만 하고, 옆으로 빠져 있었던 아찔한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매트에서 기본을 배우시는 거는 아마 한 일주일만 하시면 그다음 주부터는 스파링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기본기 배우는 것보다 스파링이 훨씬 재밌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람 많은 7시에 많이 와요."
"아..."
승마 때도 그렇지만 나는 운동을 배울 때 진도 빨리 빼는 걸 원치 않는 데, 일주일만 기본기를 배우면 바로 스파링을 할 수 있다니... 주짓수도 진도는 엄청나게 빨리 나가는 운동인 것 같다. 아니면 우리 체육관이 잘 가르쳐 주는 체육관 이거나...
생각하며 대기하고 있으니, 어느새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지난번 배웠던 기본 동작을 다시 반복해서 배웠다. 하지만 어쩜 이리도 새로 배우는 동작인 것만 같은지...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해도 몸은 잘되지 않았다.
배웠던 동작 중에 제일 어려운 건 처음으로 배운 뒤구르기였는데... 한 손을 옆으로 뻗고 손과 반대 방향으로 목을 꺾고, 목과 손 사이 어깨 방향으로 다리를 넣어 뒤로 구르면 되는 데 목이 자꾸 중앙으로 들어와서 다리가 목으로 넘어갔다.
"어, 회원님. 그렇게 하면 목이 꺾여요."
"아... 그래요?"
나는 오늘 목을 꺾고 싶진 않았지만, 마음과 다르게 내 몸은 다리를 넘길 때 목이 자꾸 중앙으로 들어왔다. 특히 오른 어깨와 머리 사이로 다리를 넣을 때가 심했다. 오른쪽 골반이 왼쪽보다 더 뒤쪽으로 틀어져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잠시 의심됐다.
"회원님, 그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다리를 어깨 쪽으로 보내서 옆으로 구르시는 게 좋아요."
나는 최대한 목을 왼쪽으로 젖힌 채, 오른손을 벌려 어깨 사이 공간을 유지하고, 오른쪽 어깨를 굴린다는 느낌으로 다리를 넘겨 보았다.
"잘하셨어요. 차라리 그렇게 넘어가는 게 나아요."
나는 이 동작을 집에 가서 다시 해보라면 어쨌든 못 하겠지만 일단 관장님께서 된다고 하시니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자꾸 구르려는 데 허벅지 앞쪽이랑 코어 쪽이 유연하게 잘 굴러가지 않는 느낌만 들었다. 오늘 잘 구르려고 아침도 굶고 왔는데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처음 배우는 동작은 역시 안 되었다.
그렇게 수련을 마치고 나는 승마 선생님께서 승마에서는 신체 각 부위 독립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체육관에서 계속 구르면 내 코어도 좀 더 유연해지고, 골반과 허리가 척추 뼈 하나하나씩 따로 움직일 수 있으려나?
그렇게 나는 신체 각 부위 독립을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를 하고 주짓수 체육관을 등록하기로 했다. 3개월 등록하면 도복을 주신다는 관장님의 말씀에 어차피 도복은 입어야 하고, 아침을 굶고 계속 구르면 저절로 다이어트도 될 것 같고, 그렇게 구르다가 코어도 향상되면 말 등을 내 허리로 딱딱 찍는 일은 없어질 것만 같은 여러 기대감을 가지고 과감히 체육관에 3개월을 등록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복을 주문하기 위해서 입단 원서에 몸무게를 써야 한다는 관장님 말씀이 마음에 좀 걸렸다. 나는 원장님께 조용히 다가가서 물었다.
"원장님, 근데 여기 등록하려면 도복을 맞춰야 하는 데 도복을 맞추려면 입단 원서에 혹시 몸무게 쓰나요?"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뒤구르기는 할 수 있어도 입단 원서에 몸무게는 절대 못 쓸 것 같다. 이쯤 되면 주짓수 등록은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지...
"아마, 사이즈는 저랑 비슷한 사이즈 입으셔도 맞을 것 같아요."
그렇게 나는 원장님의 조용한 도움으로 생애 첫 주짓수 체육관 등록을 무사히 마치고, 다음 주부터 본격 수련에 들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