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난 동네에서 절친 미쓰 탠저린 언니를 만났다.
"용희 씨, 그래서 주짓수는 어땠어요?"
미쓰 탠저린 언니는 우아한 성격에 문화 예술을 좋아하는 언니로 평소 나와 함께 동네 걷기도 하고 연극과 발레도 보러 가는 절친 언니이다. 언니는 갑자기 주짓수를 시작한다는 나의 말에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그러니까. 재밌었어요. 제가 안 돼서 그렇지. 제 평생 안 해본 동작들을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고요. 체육관에 가자마자 매트에서 계속 굴렀는 데, 구르다 보니 머리를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머리는 또 왜요?"
"계속 구르다 보니, 머리가 계속 걸려서요. 둘러보니 체육관에는 여자분들도 다 짧은 머리시더라고요."
내 머리는 수년간 기른 갈색 웨이브가 진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인데 매트에서 계속 구르다 보니 등 뒤에 깔리기도 하고, 그렇다고 상투를 틀자니 머리 위에서 걸리고, 뒤로 묶자니 목 뒤에서 걸리고... 내가 긴 머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스트리트 파이터의 춘리처럼 옆으로 묶는 방법밖에는 없는 데 이쯤 되면 춘리가 왜 그런 머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듯도 하다.
"용희 씨, 그건 좀 더 생각해 봐요."
나를 항상 이성적이게 도와주는 미쓰 탠저린 언니의 조언이지만 그래도 내가 춘리 머리를 하고 매트에서 구를 수는 없는 거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가뜩이나 제대로 못 굴러서 민망한데 수련이 끝나고 내가 있던 자리에 머리카락이 한가득인 건 관장님께 더더욱 죄송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붙잡고 주짓수 체육관에서의 예절을 좀 가르쳐 주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음 시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가지 고민이 참 많아지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