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할 때 춘리처럼 머리를 양옆으로 묶고 체육관에 가는 걸 고민하던 나는결국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했고 미용실에서 원장님은 내게 물었다.
"네."
내가 짧게 대답했다.
"얼마나 짧게 잘라 드려요?"
"귀 밑까지요."
"네? 그렇게 짧게 자르신다고요?"
사실 커트를 치고 싶긴 했지만 이제 시작하는 마당에 실력은 바닥인데 운동에 대한 결의만 세게 다지는 것도 너무 튀는 것 같아서 허리까지 오던 머리를 주짓수 초보자에게 어울리도록 적당히 짧은 단발로 잘랐다.
우리 체육관은 지난번에 입단 원서를 쓸 때 약간의 추가 비용을 내면 파랑이나 검은색 도복색 골라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주짓수를 체험해 본 날 입었던 흰색 도복이 너무 초식 토끼 같은 약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유색 도복으로 하려고 했고, 그날 원장님이 파란 도복을 입고 계시던 바람에 나도 따라 파란색으로 결정했다. 원장님 말씀은 어차피 도복은 운동하다 보면 계속 사고 싶을 거라고 하셨고 시중에는 핑크색 도복도 판매되고 있다고 알려주셨다.
나는 주짓수 실력이 늘면 한 번 입어 볼 수 있을지 하는 마음에 핑크색 주짓수 도복을 검색해 봤지만,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입기 힘들 것 같은 비주얼을 보고는 조용히 핸드폰을 닫았다.
등록 첫날 나는 관장님께 파란색 도복을 받았다. 제주 답게 등에는 하르방이 양손을 전화해하는 모양으로 들고 있고 위쪽에는 'WIN OR LEARN'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우리 체육관 마크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원 안 쪽에는 감귤을 상징하는 주황색이 칠해져 있어서 밝고 경쾌한 느낌이었다. 파란색 도복만 있으면 심심해 보일 것 같은데 하르방이 있어서 귀여워 보였지만, 혹시 어린아이들만 이 도복을 입는 건 아닐까 하고 쑥스러워 주변을 둘러보니 나보다 덩치 큰 어떤 삼촌이 귀엽게 입고 계신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안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