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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Jul 05. 2024

5. 주짓수 하는 걸 다시 생각해 보라고요?

새로 받은 귀여운 하르방이 그려진 쨍한 파란색 도복으로 갈아입고 쭈뼛쭈뼛 매트로 들어서는 데 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초보자 교육은 우리 여자 사범님이 담당하겠습니다." 


"네." 


여자 사범님은 아주 짧은 머리에 키가 크신 분이셨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꾸벅 인사를 했다. 우리는 다른 회원분들의 수련을 방해하지 않도록 거울 쪽으로 갔다.


"저, 어디까지 배우셨나요?" 


사범님의 질문에 관장님이 말씀하셨다. 


"체험 오셨던 거라 동작을 잊어버리셨을 거라서... 처음부터 가르쳐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관장님은 내 눈을 보며 살짝 웃으셨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관장님께서 해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나는 그렇게 다시 리셋되어 브릿지, 새우빼기, 뒤구르기, 어깨서기를 다시 배웠다. 이 동작들은 평소 몸이 주로 하는 동작들이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해도 계속 좌우가 헷갈렸다. 특히 뒤구르기는 왼팔을 벌리고, 고개는 오른쪽으로 꺾고 왼팔과 고개 사이의 공간으로 다리를 넣어 구르면 되는 데, 나는 왼팔을 벌리고 고개를 왼쪽으로 꺾고 왼팔과 고개 사이로 다리를 보내서 구르다 고개가 꺾일 뻔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동작들이 첫째 날 배우는 동작이라면 앞으로 나는 얼마나 더 어마어마한 동작을 배우게 되는 걸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나는 격렬한 첫 수련을 마치고, 땀범벅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께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서는 데 아버지께서 물으셨다. 


"용아, 너 어디 갔다 오는데?" 


"주짓수요." 


"주짓수? 갑자기 주짓수는 왜?"


"말 타다 보니, 코어를 좀 튼튼히 하고 싶어서요."  


"그래? 근데 주짓수는 엄청 격렬한 운동인가 보네?" 


"그런 것 같아요. 계속 매트에서 구르다 왔어요. 주짓수는 어떤 동작을 하는 건지 한 번 보여드릴까요?"


나는 난생처음 해보는 주짓수 동작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아버지께서 주짓수 동작을 보시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가 궁금했다. 요가 매트를 펴고 냅다 오늘 배운 동작을 보여드렸다. 


"으아, 그렇게 하는 거 맞아?" 


"네!" 


어깨서기를 보신 아버지가 놀라서 말씀하셨다. 


"다른 동작들도 보여드릴까요?"


나는 오늘 배운 동작 중에 가장 안 되면서 격렬한 뒤구르기를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아까보다 더 놀라서 말씀하셨다. 


"아... 주짓수 계속해도 되는 거 맞아? 원래 운동들은 예측할 수 있는 동작을 하잖아? 네가 익숙한 뒤구르기를 하면 내가 '어, 그렇구나. 저렇게 뒤구르기를 하는 거구나.' 할 텐데, 이건 보면서 '어? 어? 어?' 이렇게 되는 데?"


"그래요?" 


나는 아버지의 말씀에 대답하면서 뻐근해진 어깨 상태가 궁금해서 반팔티 소매를 걷어올렸다. 내 어깨를 보신 아버지는 화들짝 놀라서 말씀하셨다.

 

"용아, 너 괜찮은 거 맞아? 어깨가 정말 빨간데?" 


"아..." 


체육관에서 계속 매트를 굴러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어깨가 짓눌렸나 보다. 살펴보니 양쪽 어깨가 모두 빨갛게 자국이 나 있었다. 걱정되신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주짓수는 좀...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니?" 


"아... 저도 몰라요. 벌써 3개월 등록해 버린걸요."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주짓수가 부상이 잦은 운동일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 하고, 그저 매트를 계속 구르다 보면 코어도 단단해지고 척추도 부드러워지겠거니 하고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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