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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Aug 17. 2024

48. 말을 잘 타려면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해요.

"용희 씨, 그래서 어제 어떻게 된 거야?"


다음 날 아침, 승마장에서 부인분이 내게 물었다.


"스칼렛을 타는데 저를 태우고 스칼렛이 이렇게 이렇게 뒷발을 두 번이나 차서요. 진짜 너무 놀랐지, 뭐예요?"


나는 스칼렛이 뒷발을 차는 모습을 흉내 내며 부인분께 말했다. 


"다음에는 기좌를 더 확실하게 하면 그런 일이 없을까요...?"


옆에서 내 말을 듣고 계시던 남편분이 말씀하셨다. 


"그게... 꼭 용희 씨 잘 못은 아니에요. 너무 다 용희 씨가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나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그간 나는 말을 타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발목 움직임을 고치고, 골반의 위치를 바로잡고, 하체의 힘을 키우면서 나름대로 많은 훈련을 해 왔다. 하지만 말을 탈수록 난 어느 날부터인지 '말이 잘 못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었는데... 실력이 늘어갈수록 자만심이 높아져 잘한 건 내가, 못한 건 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분은 나를 잠시 보시다가 말씀하셨다.    


"승마를 하다보면 어떤 사람들은 말 탓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반성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실력이 많이 느는 사람들은 후자이죠. 그런 자세는 칭찬할 만 하지만 모든 것이 다 기승자의 잘 못만은 아니에요. 언제나 상황에 맞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해요."


말 위에서 기승자는 항상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주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자동차 운전도 자신의 성격대로 하듯이 승마도 그러한데, 승마하는 자세를 보면 기승자의 성격이 그대로 나온다. 


아마 나는 남편분의 말씀처럼 삶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좀 부족했던 건 아닐지 싶다.  


이처럼 말을 탄다는 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발견해 갈 거란 기대를 하고 승마를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자아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나는 남편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상황에 따라 '나도 잘 못할 수 있지만, 말도 잘 못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란 말씀인가요?" 


"네, 맞아요.


사실 말이 뒷발차기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릴 때 생긴 말의 생존본능과 관련이 되어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따르도록 하지 않고 잘못된 버릇이 들면 커서도 뒷발차기 하는 말이 되어 버린다고 한다. 


승마는 정말 배울 게 많지만, 앞으로 나는 상황을 균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각도 길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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