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수련을 하다 보니, 체력이 엄청나게 좋아지고, 몸이 재빨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매트에서 잘 굴러야 해서 음식을 많이 먹지 않게 되고, 자꾸 구르다 보니 코어가 단단해져서 또 음식을 많이 먹지 않게 되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었다.
주짓수는 하루 이틀 수련한다고 배울 수 있는 운동은 아니어서, 나는 내가 어떤 동작을 배우고 있는지도 잘 모른 채 몸도 가벼워지고, 실력은 늘어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몸이 가벼워진 나는 평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더라도 가뿐해졌고, 주짓수 덕분에 코어가 튼튼해져서인지 승마를 할 때 말도 컨트롤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주짓수 완전 좋은 운동이잖아?'
나는 몸이 날렵해지다 보니 주짓수에 점점 빠져들었고, 모든 운동이 그렇듯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점점 더 재미가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주짓수는 파트너와 함께 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나를 무릎 사이에 가둘 때 내가 상대방의 무릎 사이에서 벗어나 상대를 제압하는 동작인 '가드패스'를 하는 건 먼저 공격한 상대의 공격에서 벗어나 내가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특별히 심적 부담은 없는데... 공격용 기술인 라펠 초크를 배우는 날은 내 마음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우리 체육관은 오전 10시, 오후 7시, 오후 9시에 성인반 수업이 있는데, 나는 쌩초보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오는 시간은 되도록 피하고 사람이 없는 9시 반에 주로 가게 되었다.
다들 7시 수업을 듣고, 8시에 스파링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인지, 그날도 9시엔 체육관은 한산했고, 삼촌이랑 회원분 몇 분이 남아 있었다. 그 중 라펠 초크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서인지 나는 고등학생 친구와 짝이 되어 관장님의 지도하에 라펠 초크를 배우게 되었다.
초크는 상대의 목을 조르는 기술로, 기술이 제대로 들어가면 상대방의 목을 조르기 때문에 호흡이 어렵고, 조금만 시간이 지연되어도 기절하게 하거나 목숨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하는 데, 주로 주짓수에서 사용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라펠 초크는 상대의 벨트 안에 정리되어 있는 도복을 꺼내서 도복 끝을 잡고 상대를 당겨서 제압하고, 내 오른쪽 다리는 상대의 턱 아래에 대고, 상대의 라펠을 잡아 상대의 윗목을 걸고, 내 왼쪽 다리는 내 오른 발목에 걸어서 당긴다.
상상하자면 내 오른쪽 다리를 단두대처럼 만들어서 상대의 목을 걸고 내 왼쪽 다리를 내 오른발목에 채우고 상대의 목을 내 다리 중앙에 넣고 조르면서 앞으로 잡아당긴다고 보면 된다.
"으악"
나는 라펠초크를 배우면서 단두대로 상대의 목을 자르는 듯한 느낌이 들다 보니 계속 비명을 질렀다. 놀란 사람들이 힐끔힐끔 우리를 쳐다보며 주위로 몰려왔다.
"아니, 그렇게 아파요?"
공격하면서 자기가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그게 정말 그렇게까지 아플 일인지가 궁금해서 어리둥절해진 삼촌이 내게 물었다.
"아뇨. 이 학생이 아플 것 같아서요."
음...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여자 사범님이 말씀하셨다.
"암바, 초크와 같은 서브미션을 할 때는 상대가 아프지 않도록 시간을 끌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끝내는 게 좋아요."
'아니, 이 말은 바람의 검심과 같은 만화에 등장할 법한 대사 아닌가?'
그 말을 듣고, 나는 사범님께 물었다.
"아니, 그 무협 만화 같은 데 보면 '너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칼에 죽여주마.' 뭐 이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주짓수가 원래 무협 만화의 실사판 같은 건가요?"
사범님은 내 말에 어떤 반응을 할지 몰라 그냥 웃으셨다. 그 뒤로 나는 어쨌든 수련을 해야 했기에 최대한 빨리 라펠초크를 익히려고 노력했지만, 자꾸만 내 입에서는 '으악', '이것 참' '으악 난 못 하겠다.' 등등의 말만 나왔다.
나 같이 겁 많은 사람이 하기엔 주짓수는 너무 격렬한 운동이 아닌가 싶은데, 신기하게도 아직 나는 주짓수에서 하차하지 않고 수련은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