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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Dec 03. 2024

18. 이대로 떠나긴 아쉬운 주짓수

그렇게 한 달 정도를 자충우돌하면서 버틴 나는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단 생각에 묘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든 두 달을 버티고 주짓수에서 안전하게 퇴장하려 했던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아직 관장님의 시연을 보고 방향을 입체적으로 익혀서 바로 기술을 쓰는 건 무리이지만, 내 짝꿍 블루벨트 고등학생 친구가 먼저 나한테 기술을 걸어 내가 몸으로 기술을 받아본 뒤에 감각을 익힌 후 기술을 걸면 제법 따라갈 만 해졌다.


특히 두 달간 골반이 좀 유연해지고 코어가 튼튼해져서 고관절을 경첩처럼 접고 펼 수 있는 힙힌지 자세를 할 때 평소에는 감각도 없던 근육의 움직임들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였고 그 때문에 주짓수를 더 배워보고 싶어졌다.


'관절이 부러질까 봐 무섭긴 하고 운동 효과가 좋은데 그만두긴 아쉽고...'


고민이 생겨서 주짓수를 대체할만한 다른 운동들을 찾아보았지만, 주짓수처럼 눈 깜짝할 만큼 짧은 시간에 파워풀한 에너지를 내는 다른 무술이 있는지가 잘 생각이 나지 않았고, 정해진 신체 움직임으로만 배우는 틀에 박힌 운동이 아니라 이제까지 모르던 다양한 신체동작을 통해 나의 순발력과 창의력을 더한 움직임을 쓰는 주짓수가 개성 있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운동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진도를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잘하지 않는 편으로 천천히 배우면서 부상을 당할 위험이 없고 안전성만 보장된다면 주짓수가 정말 오래 해도 좋은 운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뭐 이렇게 다니다가 한 달 후에 그만두느니 관장님께 말씀이나 드려보지, 뭐."


나는 어차피 한 달 후에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조용히 그만둘 바에는 관장님께 초보반을 만들어 주실 수 없는지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천천히 배우더라도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을 테니까... 나는 심호흡을 하고 관장님께 한 번 제안드려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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