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길 잃은 새끼 노루
삼의악의 두 번째 입구는 완만한 경사가 있는 관음사 코스이다. 두 번째 입구를 찾으려면 <제주시 아라일동 산 67-4>에 주차하고 숲으로 향하는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관음사 코스는 좀 으슥하긴 하지만 전체가 1시간 반으로 부담이 없고 한 번 들어가면 걷기 싫어도 돌아 나오기가 어려워 강제로 운동이 되는 코스이다. 한마디로 이곳을 표현하자면 걷기에 완만하면서 그만 걷고 싶어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곳. 한번 들어가면 자동으로 원하는 만큼의 운동량을 채울 수 있는 곳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런 점이 좋아 혼자서도 관음사 코스를 많이 찾았다. 하지만 문제는 운동하기 정말 좋은 데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낮에 이 숲은 진짜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간간히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숲이 아주 커서 드물게 사람들과 마주칠 뿐이고 많이 다녀봤지만 여기에 감히 혼자 오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자기야. 거기 혼자 가면 위험해. 아무도 없단 말이야. 저번에 나는 조릿대 밭쪽으로 들어갔다가 길도 잃었었어.”
H 언니는 걱정하며 나에게 조언했지만 나는 하루 종일 의자에 눌린 허리가 아주 잘 풀리는 관음사 코스의 시원함을 잊지 못하고 계속 찾아갔다. 가고 싶을 때마다 언제나 언니와 함께 다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였기 때문에 그냥 혼자서 숲으로 들어갔다.
한 번은 나도 색다른 길을 가보고 싶어서 평소 다니던 길에서 살짝 옆길로 들어가 보았는데 갈수록 숲이 깊어지고 길이 없어져서 결국 눈앞에 딱 걸려 있는 대형 거미줄을 보고 돌아 나온 적이 있다. 마침 핸드폰 배터리도 간당간당하던 순간이라니. 심장이 쫄깃했다. 그때 알았다. 산길에서는 잡초가 무성한 길은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 사람이 많이 다니면 저절로 잡초가 없어지니까 산에서는 무조건 잡초가 무성한 길은 피하고 봐야 한다.
길을 걷고 있는 데 길 아래 절벽을 타고 무언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말의 움직임처럼 보이는 데 말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이라서 본능적으로 노루라는 걸 알았다. 두 마리였는데 한 마리는 절벽에서 멈췄고 또 한 마리는 절벽 끝까지 절벽이 끝나서 멈췄다.
‘뭐야. 쟤들 때문에 그렇게 어미 노루가 소리를 지른 거였어? 쟤들 길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절벽 앞에 멈춰있는 새끼 노루의 뒷모습이 보았다.
「길 없음 주의」
아래쪽에 노루를 위한 표지판을 하나 세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