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토끼 네가 왜 사라봉에서 나와?

#1 사라봉과 별도봉 어디로 가지?

by 김용희

사라봉은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제주 10경 가운데 하나로 제주국제공항으로부터 5.2km,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다. 제주를 곧 떠나야 하는데 자연을 끝까지 마음에 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방문하면 좋다. 빠르고 임팩트 있게 제주를 눈에 담고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 이사 오기 전 나는 여름마다 제주에 놀러 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사라봉에 들렀다.


처음 사라봉을 알게 된 건 동생의 추천 때문이었다.


“언니 사라봉 가서 운동해 봐. 사라봉에서 산을 볼 수 있고 별도봉에서 바다를 볼 수 있어. 산과 바다 둘 다 보고 싶을 때 가면 좋아.”


제주에 오기 전 사라봉에 가면 내가 제주 도민이 된 듯한 착각에 쉽게 빠져들 수 있어 좋았다. 사라봉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함께 운동하다 보면 나도 곧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상상에 빠져들었다. 사라봉은 제주가 좋아 정착하려는 데 아직 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사람들은 사라봉에 제주에 정착한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러 오기에 딱 좋다.


어쨌든 이주에 성공하여 오늘 제주에 살고 있는 나는 운동하기 위해 사라봉에 방문했다. 사라봉이 익숙한 나는 우당도서관 앞에 주차하고 사라봉 쪽으로 오르다가 <사라봉 공원 안내도> 밑에서 계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계단을 따라가면 별도봉으로 향하는 길이 나오는 데 나는 이 길을 좋아한다. 그늘도 적절하고 사라봉에서 별도봉으로 가는 것보다 별도봉에서 사라봉으로 가는 게 걷기 편하기 때문이다.


이곳을 걷다 보면 꽃의 향기와 나무 그늘이 참 좋다고 느낄 때쯤 느닷없이 일본군 진지가 나온다. 걷다가 왼쪽을 돌아보면 안내 표지판과 함께 너무 가슴 아픈 과거를 알아버릴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해서 왼쪽을 절대로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빠르게 통과해야 한다.

별도봉을 오르는 데 어떤 사람이 말을 건넨다.


"이 바위가 무슨 바위게요?"

"애기 업은 돌이라고 쓰여 있는데요?"

"맞아요. 아래쪽은 뭐게요?"

"글쎄요? 엄마바위?"

"노노. 자살바위라고요."

"네? 진짜예요?"

"여기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지어진 이름이에요. “

“Oh, No.”


나는 차마 아래쪽을 보지 못하고 또 빠르게 통과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 이 종족을 만나고 싶으면 삼의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