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책 도전기

3. 자 당장 시작

by 김용희

노루이야기를 쓰든, 인터뷰집을 쓰든, 어쨌든 나는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도무지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고민하다 주변에 알 것 같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제일 궁금한 것은 책에 포맷이 있는지. 워드나 한글 파일을 열고 그냥 글을 쓰면 되는 건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한글에 쓰면 되는 건데 왜 그게 제일 마음에 걸렸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막막함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사촌 오빠였다. 언젠가 막연히 사촌오빠의 부인 S 언니가 나와 비슷한 일을 한다고 들었던 것 같다.


“음 알겠어. S 한데 내가 얘기해 볼게. 시간 되면 전화할 수 있게 말이야.”
이윽고 나는 언니와 통화할 수 있었는데 언니는 몇 권의 책을 냈고 책이 잘 팔렸으며 강의를 다니고 겸임교수로 일도 한다고 했다.


“언니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그렇게 했어요?”

"일단 저의 분야는 다른 사람들이 비슷하게 하기 힘든 전문 분야라 더 좀 메리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가씨도 일단 책을 써 봐요. 쓰기만 하면 유통하는 건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일단 쓰면 된다는 거죠? 근데 혹시 유통은 어떻게 하는데요?”
“유통을 하려면 일단은 사업자등록번호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ISBN 번호를 신청할 수 있거든요.”
“사업자요?”

사업자라는 말을 들으니 좀 복잡한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일단 시작하면 뭐가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며 나는 언니에게 지금 당장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을 했다.


“언니 책 쓰는 데 형식이나 문서 포맷이 있나요?”
“포맷이요? 그런 건 없어요. 그냥 쓰면 돼요.”

'정말 누군가 포맷을 정해주면 좋지 않나? 그럼 초보자는 거기에 떠오르는 글만 계속 적으면 좋을 텐데.'


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여전히 모든 게 막연했고, 시작은 내가 해야 된다는 압박이 느껴졌다. 내가 잘할 사람이든, 못할 사람이든, 어떤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든, 지금 이 순간에 아무 시작도 못 하면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니까.


'그냥 내 방법대로 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나는 맘에 드는 크기의 여러 종류의 책을 꺼내서 30cm 자로 하나하나 재봤다. 감으로 생각했을 때 내가 원하는 크기의 책은 한글 파일에서 A5용지 크기로 된 것 같았다. 나는 한글 파일을 A5용지 크기로 설정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맘에 드는 이미지를 하나 골라 표지를 만들었다.


'자, 일단 시작'


그렇게 한글 파일에 글을 모으고 있을 때쯤 한라도서관에 다니는 지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한라도서관에서 '당신만의 책 만들기' 수업의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언젠가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보는 꿈을 갖고 계신 분

평범한 일상에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보고 싶은 분

글, 그림, 사진 등 SNS에 보관만 해오던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분」


‘딱 내게 필요한 교육이잖아.’


그렇게 나는 매주 월요일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10주간 한라도서관에서 열리는 강의에 참석했다. 준비물은 인디자인 및 포토샵 설치가 가능한 노트북이라고 쓰여 있었다. 사실 나는 인디자인과 포토샵이라는 단어에 긴장이 엄습했다. 왠지 또 깔면서 렉이 걸릴 것 같고, 하다가 컴퓨터가 멈출 것 같고... 뭐 그렇게 그런 디지털과 내가 멀어지는 사건들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수업 첫날 노트북을 들고 한라도서관으로 향했다. 강의실에는 20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선생님은 우리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우리 반의 담당선생님은 S 선생님으로 이번 수업이 3 번째 강의라고 하셨다. 시각 디자인 학과를 나오셨고 지금은 독립출판 서점을 운영하고 계시다고 했다. 선생님은 힘든 시절 매일 먹던 빵 하나가 많은 위안이 되어 닉네임을 지었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닉네임과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워서 연습장에 나도 모르게 따라 그려보았다. 빵 얼굴에 모자와 안경을 쓰고 신발을 신은 그림이었다.


'나도 작가가 되면 캐릭터 있으면 좋겠다.'


자 이제 제 소개는 마쳤고요. 여러분들도 각자 소개를 해보도록 할게요. 여러분이 기획하고 계시는 책도 한 번 말씀해 주세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나도 간단히 나를 소개하고 지금 생각하고 있는 책은 인터뷰집이라고 말했다.


"음. 인터뷰 집은 오래 걸릴 것 같은데요?"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이것저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역시 선생님 말씀대로 인터뷰집이 10주 안에 끝나는 건 무리였다. 어찌 됐든 10주 안에 책을 완성하려면 원고가 이미 있거나, 아니면 원고를 쉽게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생각해봐야 했다. 그리고 나는 10주가 지나 혼자가 되면 혼자서 이 많은 걸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교육이 진행되는 10주 안에 어떤 책이든 꼭 만들고 싶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은 기획서작성 숙제를 내주셨다. 나는 카페에 가입한 뒤 기획서를 작성해서 올렸다.


1. 이 책을 왜 만들고 싶은가

- 갑자기 신기한 동물을 만나거나 특이한 경험을 하는 제주 여행지 추천 책

- 식상한 여행지 말고 진짜로 가면 진짜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을

주소 정보와 함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2. 어떤 형식의 책을 만들 것인가? 책의 주제는?

- 에세이 형식 짧은 글+ 여행지 주소+ 사진으로 구성된 제주 관련 콘텐츠책

- 주제: 제주 소개


3. 내 책의 특징은?

- 감성이 부족한 여행정보지에 감성 한 스푼 더하기.

- 투박하지만 유머러스한 제주감성이 담긴 책

- 구성: 여행지와 관련한 에세이 + 찾아가기 주소 + 관련 사진 + 짧은 시 한 편 선물


(부족한 부분 수업에서 개선)


기획서를 쓰고 생각에 잠겼다.

'이걸 어떻게 실행할 수 있지?'


컴퓨터에 있는 사진 폴더를 확인하는 데 얼마 전에 삼의악에서 만난 노루가 생각났다.


‘노루를 만났던 그 감정들을 담아서 우연히 만나는 제주의 다양한 관광콘텐츠 북을 써볼까?’


나는 노루와 마주한 그 일 덕분에 조금은 생각을 정리하기 쉬었다. 거기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제주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더하면 재밌는 책이 될 것 같았다. 영감이 없어져 버리기 전에 이번에도 한글 파일을 열고 이런저런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보았다.


‘다 됐다.’


다음 주 월요일에 수업에 가면 기획서 발표를 하고 선생님 피드백을 들은 뒤 본격적으로 뭔가를 시작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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