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맞이하는 글
“용희 님, 책을 한 번 써보지, 그래요? 제주 여기저기 다닌 이야기만 써도 재밌을 것 같은데?”
어느 날 친한 J 님이 나에게 말했다.
“제 제가요? 에이 제가 무슨 글을 써요? 제 인생에 무슨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요. 일상도 늘 그렇고 그런데.”
생각지 못한 말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니야. 찾아봐요. 분명 뭔가 있을 거예요. 일상만 적어도 재밌을 거라니까.”
나의 일상을 말하자면 나는 숲을 참 좋아한다. 나는 숲이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기분 좋은 포근함 그리고 강력한 힘이. 생명의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는 행복한 공기는 늘 가득 차 있다.
나는 주로 새로운 생각을 얻거나 찌뿌드드해진 몸을 풀거나 답답함을 잊기 위해 숲을 찾아간다. 때론 우연히 찾아간 숲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숲을 찾고 숲이 주는 묘한 분위기 때문에 마음을 열기 쉽다. 그렇게 낯선 사람들과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가 숲을 타고 흘러 다닌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삼의악에서 노루를 정면으로 마주치고 나서부터 이다. 노루는 원래 겁이 많아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빠르게 도망가 버리는 데 이날 나를 만난 노루는 길 한가운데에서 정말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시간, 그 숲에 인간이 나타나는 건 정말 노루 할아버지가 와도 예상치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을 겪고 난 후, 나는 노루와 만난 이야기를 적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냥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그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그렇게 나는 책을 쓰게 되었다.
책 쓰는 일은 그렇게 수월하진 않았다. 일단 경험 부족, 스킬 부족, 표현력 부족 등등 부족한 것투성이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하다 하다 생전 처음 그려보는 일러스트에도 도전하게 되었고, 핸드폰을 들고 야생동물을 찍겠다고 늪지대를 뛰어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노력도 잠시 인쇄된 책은 나에게 깊은 시련을 안겨 주었다.
그렇게 글을 적고 적다 보니 야생동물을 만나는 이야기와 책을 쓰는 이야기가 한 책에 꾹꾹 너무 많이 담기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야생동물을 만난 이야기는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고 책을 쓰며 시행착오를 겪는 이야기는 '책 쓰는 날들'로 구분해서 책을 출판하고자 마음먹었다.
요즘엔 독립출판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글을 쓰고 독립출판물 제작을 도전해 보았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만나본 결과 독립출판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은 하나 같이 '독립출판은 혼자 뭐든지 다 알아서 해야 하는 외로운 작업'이라고 말한다. 독립출판을 말할 때는 외로움이란 표현도 좋고 막막함 이란 표현도 좋은 것 같다.
나는 이 글을 전국에 외로워하면서 막막해하고 있을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는 모든 분들께' 바치고 싶다. 부디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함께 공감하고, 상처가 있으시다면 함께 치유하길 바라고, 나의 노하우는 분명 엄청 부족하겠지만 혹시라도 전국의 고수님들이 놓치고 있을 어떤 틈바구니가 있다면 티끌만큼이라도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전국의 모든 독립출판물 제작자님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