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많은 대화를 이어간다. 그런데 특별히 대화가 재미없는 이들이 있다. 대화가 재미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구조가 없기 때문이고 넛쉘시나리오테크닉에서는 말한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넛쉘시나리오처럼 대화에도 반드시 리듬과 곡선이 있어야 한다. 넛쉘의 법칙은 25% 지점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50% 지점에서 내 자신의 부족(찌질함)을 선포한다. 75% 지점에 와서야 주인공의 결정적 선택이 일어나며, 그 이후 바나나처럼 껍질을 벗기듯 극적인 반전과 해결이 드러나는 시나리오 구조다. 이 비선형적 흐름이 대화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재미없는 대화는 이 과정을 건너뛴다. 처음부터 내가 주인공으로서 ‘수퍼맨’이 된다. 남의 이야기는 무시하고,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과시하고, 사회현상에 대한 피상적인 관찰과 결론만을 늘어놓는다. 무용담, 투덜거림, 비난과 비판, 상대 의사와는 상관없는 독단적 결론지음이 이어지지만 정작 해결책은 없다. 사건도, 꼬임도, 반전도 없는 나열형 서사. 더불어 새로운 단어로 늘어나는 가지만큼의 주제확산에 금세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넛쉘 대화법은 다르다. 먼저 밑밥을 깔듯 사건을 던진다. 상대가 관심을 보일 때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 사건이 왜 의미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후 내 스스로의 부족함이나 한계를 드러낸다. 결함과 꼬임, 나의 찌질함을 인정하는 순간, 상대는 공감하고 귀를 기울이며 안타까워하고, 답답해 하기도, 또 비웃기도 한다. 그러다 75% 지점에서야 결정적 선택을 꺼내며 이야기를 전환한다. 이후 반전의 카타르시스가 터지면서 대화는 단순한 잡담이 아닌 서사가 된다. 이 넛쉘시나리오 구조를 밟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인공이 된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앞차를 추돌한 교통사고가 있었다. 차에서 내린 어르신들이 목을 부여잡으며 나왔고, 범퍼는 깨져 있었다. 알고 보니 그분들은 전직 도로교통부 장관으로 친구분들과 함께 골프를 치던 지인들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사과하며, 왜 한눈을 팔았는지, 벤처창업 업무로 분주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추석 명절 전이라 이후 병원에 가시겠다고 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병원비가 많이 나올까봐, 보험처리 한계가 넘을까봐 조마조마 하고 있던 차에 오히려 “젊은 사람이 열심히 살라”는 문자를 남기고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그 후로는 또 다른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어르신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가능한 그냥 보내주게 되었다.
넛쉘 대화법에 필요한 핵심 역량은 네 가지다.
첫째, 상대의 대화 속 사건의 심각성과 가치를 알아보는 인지 감각, 곧 사건의 문해력이 필요하다.
둘째, 자신을 찌질이로 만들 수 있는 겸손의 마음이다.
셋째, 자신의 부족함을 뒤집어 희·비극을 결정짓는 결정적 선택의 서사다.
넷째, 그 선택이 빚어내는 반전과 카타르시스 스토리다.
결국 대화도 영화처럼 설계해야 한다. 밑밥→사건→ 찌질함→ 결정적 선택→ 반전. 이 다섯 단계를 따라간다면 어떤 이야기라도 빛을 발할 수 있다. 넛쉘 대화법은 말 잘하는 법이 아니라, 재미있게 살아가는 법이다.
혹 대화의 검객이 되어, 상대의 말을 자르고, 상대의 의도를 끊고, 상대가 더는 말할 수 없도록 상대의 혀를 베어버린다면 당신은 최악의 대화 상대다. 대화는 결투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펫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