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다섯 시 오십이 분 알람에 맞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일 년 사 개월째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 코치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
선임자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고수님들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많이 늘었네요’ 소리를 들으니,
나이 들면 듣기 힘든 칭찬이라 그 한마디에 으쓱한다.
유니클로에서 산 회색 면티가 땀으로 짙은 회색으로 변할 때쯤 되면 숨이 턱턱 차올라
인사하고선 집으로 돌아와 가까운 해수온천에 몸 담그고,
체중을 달아보니 근 십수 년째 팔십 킬로그램 근처.
얼마 전 선물 받은 훈제 굴 한 캔, 요플레 하나, 토마토 하나로 아침을 채우고 출근하였다.
목표는 칠십오 킬로그램, 저녁에 해수온천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 이십 분, 웨이트 트레이닝 삼십 분정도 하여도 몸무게가 줄지 않아 고민해보았다. 선배 한 분과 유명한 보신탕집에서 수육을 먹고 소주 몇 잔 마시고
얘기하다 말씀드렸더니 – 이 선배는 대단하다, 마라톤이며 산악종주며, 범접하기 힘든 체력을 가진 분이다. 당신은 러닝머신 두 시간 뛴단다, 오 킬로그램 이상 빠졌다고 한다.
그래 결심했어!!! 나도 다른 거 하지 말고 뛰어보자.
그동안 배드민턴, 검도며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운동하고 밤마실을 핑계로
하이 프로테인, 하이 카보하이드레이트 식이요법 하던 것도 수정해야겠다.
러닝머신을 노려보며 올라보았다.
이십 여분 했더니 심박동은 올라가지 않고 지겹기만 하였다.
그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오십 분 채웠더니, 뭐랄까 지겨움도 아니고, 권태로움도 아니고,
나약함인지... 더 달릴 수가 없어 내려왔다.
그래도 안 하던 운동이라고 아래쪽 ‘글루테우스 막시무스’ 부위가 아렸다.
노곤함에 젖어 배드민턴 하루 빼먹고 머리 박고 반성하다 저녁으로 너글너글한 훈제 굴 한 캔과
냉동시켜놓았던 오미사꿀빵 세 개, 야채주스 한 캔을 마시고 헬스클럽으로 달렸다.
도전, 삼십 분 지났더니 머릿속의 망설임과 열정과 기타 감정들이 말다툼하다
사십 분, 오십 분만 하자 타협하였다.
권태로운 달리기 끝에 오십 분에 도달하니 근육들이 속삭이듯 '형아, 조금만 더 가봐,, 새로운 세계가 있어.’ 최고속도 시속 십육 킬로로 맞추고 냅다 뛰고 걷고 하였더니 갑자기 러닝머신에서 초록 불이 깜빡이더니
멈춰 섰다. 드디어 육십 분,,, 육십 분 되면 멈추게 되어 있었나 보다.
권태로운 마음으로 달리다 우연히 마주친 러닝머신 육십 분의 첫 경험. 이것이구나.
목적지 없이 달리는 러닝머신 위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이란 게 결국은 자기 성취감 만족감이었구나.
백이십 분 도전을 위해서 그리고 몸무게 칠십오 킬로그램을 위해서 계속 달려야겠다.
60에 도달하다
* 결국 백이십 분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지금은 동네 한바퀴 4 km에 만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