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침을 먹으면서 느낀
아침 일곱 시 삼십육 분 통학버스를 타야 하는 고등학생 아들과 둘이서 아침을 먹는다.
아내는 식단 조절로 가볍게 먹느라 출근시키고 먹는 일이 많다.
학기 초엔 반찬 그릇 서너 개를 놓고 먹었는데,
어느 날 아들이 제 엄마에게 불만을 얘기한 후 배치가 바뀌었다.
셋이서 식사를 하면 제일 늦게 먹는 게 아들이라 그날,
자기가 먹고 싶었던 일미 무침과 서울식 불고기가
아빠의 젓가락질 두 번에 너무 많이 사라져 마음이 조금 상한 모양이었다.
식탁을 반으로 나눠 아들 앞으로 몇 개, 아버지 앞으로 몇 개의 반찬이
데칼코마니처럼 배치가 되고 나선 식탁의 평화가 유지되었다.
반찬 하나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조금은 바빠진 아내의 아침 시간 덕분에 아들과 아버지의 젓가락 전쟁이 싱겁게 끝나 버렸다.
며칠 전 반찬에 경상도식 무김치가 있었다.
통영 어머니가 보내신 것인데 볼락 젓갈이 들어 있는 젓갈 김치였다.
아들이 생선구이나 매운탕은 좋아하는데 젓갈은 잘 먹지 않아 내 앞의 반찬 그릇에만 담겨있었다.
“아빠, 맛있어요?”
아내가 냉장고에서 꺼내 줄까 물으니 괜찮다고 하는 아들에게
“아빠 젓가락 안 댔는데 먹어 볼래?”
젓가락으로 콕 집어서 먹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 “먹을 만하나?" 물었더니 씩 웃고는 오물거렸다.
아들이 잘 먹는 걸 기억하고는 오늘 아침에는 두 개가 올라왔다.
다 먹어갈 즈음 내 앞에 있는 무김치 그릇을 가리키며 남은 볼락 젓갈을 먹어도 되냐 물어보길래
웃으면서 앞쪽으로 밀어주었다.
마른논에 물대는 것보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더 좋다고 하는 속담이 아니더라도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주는 아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반찬 하나 밀어준 것이 무어라고, 혹시나 아들은 아빠가 좋아하니 그랬던 것은 아닐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 되었든 좋아하는 이에게 내 앞엣것을 말없이 밀어주는 것이 사랑 또는 배려가 아니겠는가.
무김치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