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한 짧은 통영 투어

by 대니보이

바람 불면 내닫던 통영, 자고 나면 훌쩍 커 버리는 초등 육학년 아들을 모시고 넘어갔다.

통영시립박물관, 통영군청으로 쓰이다 충무시와 통영군이 합쳐지면서 통영시청 별관 역할을 하다

몇 년 전에 시립박물관으로 변신하여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신호를 보내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통영연 하나와

그 연을 조종하는 얼레를 기증한 기념으로 아들 앞에 서서 “기증자입니다” 한마디하고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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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놀라게한 기증자 명판(프라이버시 관계로 이름을 가렸습니다.)


고향의 박물관에 작은 이름하나 남기게 된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어린 아들이

“어, 아빠 이름이 저기 있네요~” 하는 조금은 놀란 목소리가 더 기쁘게 다가왔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들 손을 잡고 박물관을 돌아본 후 바로 옆에 있는 윤이상기념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돌아가시기 전 고향 통영에서 눈을 감고 싶다고 청원하였으나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해

먼 베를린에 몸을 누이고, 대한민국 여권 독일 여권 그리고 생전 놓지 않았던 첼로에

靈으로 통영의 생가에 돌아온 거장의 발자취. 1967년 동백림사건 이후 고향 통영에 돌아오지 못한

그의 이름 석 자 뒤에 붙어있는 ‘예술에는 국경이 없지만, 예술가에겐 국적이 있다.’ 는 말은 차치하고라도

눈을 감기 전까지도 통영의 그 푸른 바다를 보고 싶어 했던 통영사람 윤이상이 연주하는 듯한

비장감으로 감싸도는 음악을 털어내고 기념관을 나섰다.

배고픈 제비 새끼 마냥 연신 졸라대는 아들을 데리고 서호동 할매우짜로 걸음을 옮겼다.


당신은 늘 우동 아니면 짜장

왜 사는게 그 모양인지

시대적 교양없이 물어보지 않을게요

그래요, 그래서 우짜라구요

우동이냐 짜장이냐

이제 피곤한 선택은 끝장내드리죠

….

-이명윤 ‘항남우짜’ 중-


시인이자 공무원인 고등학교 동기 녀석의 시 구절을 떠올리며 아들이랑 우짜 세 그릇을 맛나게 먹고

바로 옆 넉살 좋은 할머니의 호떡집에서 맛있는 호떡을 디저트 삼아 먹다가 마주친

아들의 웃는 두 눈에서 유전자의 끈끈하고 강인한 힘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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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을 쥔 나의 유전자


마지막 행선지로 통영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는 남망산으로 차를 돌렸다.

좋은 거 없나 둘러보다 딱 두 눈이 마주치는 놈이 있어 바로 카드를 내밀었다.

파란 놈 하나 갈대 색깔 하나, 두 마리를 잡아 왔다.


물고기는 눈을 뜬 채로 잠을 자기 때문에 집에 두면 재물을 지켜준다는 의미도 있고 또,

이 물고기 이름이 우리말로는 쏘가리이지만 한자로는 궐어鱖魚 라고 하는데 궁궐(闕),

대궐의 궐 자와도 같은 음이라 벼슬, 관직에 나가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된다고 하였다.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즐거운 상상에 젖어보았다.

사무실에 놓인 이놈은 지킬 재물도 지켜줄 벼슬도 없는데 과연 무엇을 지켜줄지 두고 볼 일이다.

아들과 함께한 반나절의 통영투어,

아들에게 아버지와의 추억 한편 만들어 준 것 같아 뿌듯한 작은 행복에 젖어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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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언가를 지켜줄 궐어( 鱖魚 )


*몇년 전 기록에서 찾아낸 기억 한 조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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