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봄바람에
하늘하늘 밀려서
가려다 또 멈추어
뒤돌아 보았더니
가만히 웃고서 있는
천하 일경 거제 망산.
한 발짝 한걸음
쉬지 않고 쌓인 길에
오르면 당겨 주고
가려면 손내밀어
벗이여, 지치지 말게
벗이여, 같이 가세.
스케쥴 조정으로 금요일 오전 오후가 오롯이 비어 무얼 할까 생각하다 망산으로 향했다.
저구항 근처 문 닫은 주유소 앞에 차를 세우고 거제 망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두 시간 삼십 분이면 넉넉할 거란 얘기에 시계를 보아가며 오르면,
다시 시작하는 봉우리 하나, 다 왔다 싶으면 또 보이는 봉우리 하나 더.
봉우리를 세 개나 넘고 나서야 산을 내려 올 수 있었다.
친구가 얘기해 준 두 시간 삼십 분 보다 십오 분이 더 걸린 산행.
뛰다시피 했는데도 그리 걸렸으니 나이가 들어서인지, 체력이 부족해선 인지는 모르겠지만
땀 흘리며 오른 봉우리 곳곳에 숨어 있던 진달래 무리를 본 것으로 족하다.
망산 가는 길
산에서 만난 진달래
반대편 동네인 명사로 내려와서 차 세워둔 곳으로 가려고 택시를 불렀으나
한참을 기다려도 답이 없어 터벅터벅 걷다가 달리는 차에 손을 들길 두어 번,
부산에서 이사 왔다는 마음씨 좋은 가족의 차를 얻어타고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친구 김 원장이 알려준 바람의 언덕 근처 식당에서 바다향 듬뿍 묻은 성게 비빔밥으로 점심을 하고
투썸플레이스에서 달콤한 카페라테 한잔.
거제도 해수온천에서 몸을 녹이며 보낸 백수같은 나른한 오후.
천하일경 거제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