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과 마광수

러브 이즈

by 대니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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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real, real is love

Love is feeling, feeling love

Love is wanting to be loved

Love is touch touch is love

<John Lennon, 「Love」 일부분>


2017년 9월 5일 그분의 부고를 믿을 수 없었다.

시대를 앞서갔든지, 유명 대학 교수였던 지위가 문제였는지 모르겠으나 소설 『즐거운 사라』 때문에 수업 중 끌려 나간 그를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시대였다. 삼십 년 전 그는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로 강의 중에 체포되었다. 외설이라는 이유로 체포된 세계 최초의 소설가 광마(狂馬) 마광수(馬光洙). 윤동주 연구의 학문적 성취보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가자 장미여관으로』라는 책이 더 화제가 되었던 시대를 앞서간 천재.


의예과 시절, 연희동 하숙집 근처에 살던 고등학교 선배와 <현대문학의 이해> 과목을 들었다. 그의 말투나 수업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말고사 서술형 문제는 어렴풋이 생각난다. 나는 소월 시를 적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의미를 해석하지는 않았다. 시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에 집중했다. 화자의 서술 중 꽃에 이입된 ‘나’를 사뿐히 밟고 가라는 것을 마조히즘(masochism)으로 파악하여 피학적인 변태 성욕으로 풀이해 썼다. 길게 쓴 나의 헛소리가 그의 마음에 딱히 차지 않았는지 B 학점을 받았다.

한동안 잊고 있던 그를 만난 것은 TV에서였다. 의과대학 실습을 마치고 학생휴게실에 있을 때였다. 온종일 고생한 다리도 비빔국수 한 그릇에 쉴 수 있었다. 그가 뉴스에 나왔다. 교단에서 강의 중에 체포되었다. 여대생 사라가 겪은 남자 이야기가 문제가 되어 외설 재판에 끌려 나간 그를 보았다.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가 확정되었다가 3년 뒤 사면되었으며 7년 뒤 복직되었다. 그러나 교수 생활 내내 왜곡된 시선과 따돌림에 힘들어했다. 2016년 정년 퇴임했고 결국 다음 해 스스로 생을 정리했다.

지금은 포스트모더니즘적 다양성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적 자유를 미풍양속에 반한다고 재단한 것이다. 클릭 몇 번이면 그보다 더한 수준의, 정말 외설이라 할 수 있는 이미지를 금방 접할 수 있는 지금이다. 그 시대를 지나왔지만, 소설 내용을 문제 삼은 그런 일이 정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기야 여성 참정권이 인정된 게 불과 백 년인데 삼십 년 전 여대생 사라는 얼마나 파격이었을까. 게다가 소설의 마지막을 ‘오늘도 먹잇감을 찾아 나선다’라고 박아 놓았으니 높으신 분들에게 미운털이 박혔을 게 뻔하다.

법의 잣대로 만들어진 좁은 새장에 갇혀 몸부림치고 날갯짓하다 주저앉은 천재 시인. 문학적 자유를 갈구하며 스스로 멀리 떠나버린 학자이자 소설가. 그는 “10년 정도 지나면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기억할 것”이라 했고 “씨발놈들이 소설이랑 현실을 구분 못하는 거지”라며 누군지 모를 이에게 얘기했다.


블루스도 싫어 디스코는 더욱 싫어. 난 네 발 냄새를 맡고 싶어, 그 고린내에 취하고 싶어. 네 치렁치렁 긴 머리를 빗질해 주고도 싶어. 네 뾰족한 손톱마다 색색 가지 매니큐어를 발라 주고도 싶어. 가자, 장미여관으로!. 러브 이즈 터치. 러브 이즈 필링.

<마광수, 『가자 장미여관으로』 중>


그의 성적 판타지, 시와 소설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존 레넌이 얘기한 사랑은 무엇이고 마광수가 인용한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그때 A 학점을 받았더라면 대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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