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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Nov 17. 2023

키보드 소리가 참 좋았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기쁨으로 오늘을 보냈다. 

   COVID -19이란 실체도 보이지 않던 전염병으로 모든 것이 멈추기 시작한 그날, 나도 타인도 긴 시간 동안 그렇게 되리라 알지 못했다. 

   단추 몇 개 풀어 놓은 채 거리를 방황하든 청춘의 시간처럼, 이리저리 바람길 따라 도망쳐 나가던 내 삶의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내 안에 멈추었다. 익숙지 않은 시간의 여백을 뭐로든 채우고 싶었다. 시간과 함께 맞바꿔진 껍데기의 허상에 색깔을 입히고 싶었다. 

   '문예창작학과'를 선택했다. 사이버대학이라고 쉽게 생각한 게 오산이었다. 매주 대여섯 과목씩 올라오는 영상 강의를 저녁 시간에 눈 비비며 들어야 했다. 중간, 기말과제로 시, 수필, 소설을 제출했다. 줌 수업도 몇 번씩 참석했다. 그렇게 이 년 동안 나의 시간을 내 안에서 공글렸다. 원고지 250매가량의 소설을 공모전에 내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시간의 결정체' 하나 만들어 낸 헛된 시간이 아니었기에 기뻤다. 

   마법 같은 에세이 수업 시간, 고수님의 발길 따라 '브런치'에 에세이를 올리기 시작했다. 진홍의 조명이 비치는 식탁 의자에 앉아 숨결에 맞춰 탁탁 울리는 키보드 소리가 참 좋았다. 그렇게 글이 백 개 이백 개 쌓여갔다. 

   나는 안다. 이 시간을 혼자 걸어 온 것이 아님을. 저 먼 곳에서 긴 시간 동안 키보드를 두드리며 고뇌하든 글동무들이 있었음을. 

   무슨 너스레를 이리 요란스레 떠냐고 하겠지만. 어느 날 눈 떠보니 '브런치스토리'에서 나의 브런치에 떡하니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딱지를 붙여 주셨다. 그 감동! 또 하나의 성취에 기쁜 마음으로 그리고 부족한 글에 귀한 시간 쪼개어 읽어 주신 글동무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기록을 남겨본다. 이전에 썼던 글 그대로 옮겨 읊어 보며 지치지 않고 글 쓸 수 있는 글쟁이를 꿈꾼다. 

   “원자 근지적야(遠者 近之積也). 먼 것은 가까운 것이 쌓인 것이다. 먼 곳에 뜻을 두되 가까운 이곳에 충실하다 보면 언젠가는 먼 곳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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