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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Nov 28. 2023

햄스터 나슈의 환갑잔치(?)


   사랑하는 우리 나슈~ 생일 축하합니다.

   집에 온 지 다섯 달째인 푸딩 햄스터 ‘나슈’의 생일. 막내까지 대학 가면서 우리 집은 공식적인 빈 둥지(empty nest)가 되었다. 그리움과 보고픔에 아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가 잠자고 생활하던 빈방 침대에 눕곤 했다. 그러다가 초여름쯤 둘째의 반려 푸딩 햄스터 나슈가 집에 머물게 되었다. 애초 약속은 과제로 바쁜 시기 동안만 맡아 주는 것이었는데 벌써 오 개월이 지났다. 제 속으로 낳은 자식을 대신할 건 어느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햄스터 나슈가 오고부터 아내의 웃음소리가 커졌다. 개나 고양이 또는 원인 모를 알레르기가 많은 나도 녀석이 좋아졌다. 

   집 앞에는 햄스터를 위한 택배 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나슈의 베딩용품, 간식거리, 장난감 등등. 택배 상자를 열며 즐거워하는 아내를 보며 나도 같이 웃었다. 하지만 기쁜 날들 사이에도 아내는 나슈 생각에 잠깐씩 슬퍼하다 급기야 눈물도 한 방울 흘렸다. 푸딩 햄스터의 평균 수명은 2년 정도고 3년 살면 오래 사는 거라며 해씨별로 간 햄스터 모습과 장례 절차를 말하는 유튜브 영상 때문이었다. 왠지 비실비실하거나 털이 부실한 것처럼 보이는 날이면 우리는 나슈를 보면서  눈물 찔끔했다. 

   나슈가 언제 태어난 지 모르니 정확한 나이도 알 수 없다. 햄찌를 데려온 둘째에게 물어서 가늠해 보기론 두 살 남짓 된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나슈의 날들. 우린 나슈의 생일 잔치를 하기로 했다. 마침 반려 햄찌의 원주인이었던 둘째가 집에 온 날을 나슈옹의 생일로 정했다. ‘나슈력’ 2년으로 말이다. 

   역법(曆法)은 천체의 주기적 운행을 시간 단위로 구분하는 계산법이다. 쉽게 얘기하면 일 년의 단위를 정하는 규칙이자 약속 같은 것이다. 역법 중 태양력에 속하는 율리우스력은 기원전 46년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제정해서 약 1,500년간 사용되었다. 현재는 1582년 10월 교황 그레고리 13세가 제안한 그레고리력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로마제국의 전통을 잇는 동방 정교회는 율리우스력을 따르고 있어 율리우스력으로 12월 25일 성탄절은 현재 쓰는 그레고리력으로 1월 7일이다. 역법의 기준에 따라 달라진 성탄절이면 어떠랴. 감사하고 축복하는 날 하나 더 생기면 고달픈 인생 덮어주는 포근한 이불 하나 더 생기는 것 아닐까? 

   어쨌든 11월 11일, 누가 정했는지 알 수 없는 빼빼로데이. 햄집사 아내의 맹렬한 지휘 끝에 맞이한 그날이 왔다. 햄스터 ‘나슈’의 탄신일 ‘나슈력’ 2년 첫째 날. 햄스터 나슈는 입에도 대지 않을 달콤한 초코케이크에 환한 초를 꽂았다. 축하 노래도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나슈의 생일 축하합니다.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간절한 목소리들은 나슈 집 앞에 모여 한참 동안 와글와글했다. 후-. 햄집사 아내는 약간 붉어진 눈시울을 살짝 가린 채 힘차게 촛불을 불었다. 

   인간 나이 육십을 넘긴 나슈옹은 환갑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박수 소리와 노랫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그저 맛있게 밀웜을 먹고 있다. 우리도 눈물방울 떨어진 초코케이크 나눠 먹었다.  나슈옹이 그레고리력과 율리우스력 그리고 ‘나슈력’으로도 십 년은 거뜬히 함께하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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