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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Apr 22. 2024

딸이 보낸 이십 년 전 사진


   딸아이가 이십 년 전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속엔 TV 만화 주인공 호빵맨과 나란히 앉은 일곱 살 딸아이의 앳된 얼굴이 있었다. 눈가가 젖었다.      


   2003년 3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따고 소아 신경 펠로우(소아과중 신경 분야를 전공하며 전임의라고도 불린다)로 근무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몇 달 전이었던 레지던트 4년 차 때보다 급여도 줄어 울적한 마음도 들었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 어쩌겠는가. 

   그날도 밤새 뇌파 판독을 하느라 마음이 지쳐있었다. 비행기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상상을 하다가 A 항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팝업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줄어든 여행객 탓에 외국 왕복에 필요한 마일리지를 50% 할인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스라고 불렸던 중증급성 호흡 증후군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 coronavirus, SARS-CoV)는 호흡기를 침범하는 질병으로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8,096명이 감염되어 774명이 사망했다. 사스 때문에 힘들어진 여행사며 항공사는 살아남기 위해 애썼다. 

   삼십 대 혈기 왕성한 젊은 부부와 무서움 자체가 없던 일곱 살 딸은 텅 빈 비행기를 타고 일본 작은 온천 마을에 닿았다. 숙소 예약도 하지 않아 마을 입구 관광 안내소에서 추천해 준 여관에 묵었다. 개인 온천이 딸린 방에 조식까지 포함하여 1만엔 정도였다. 마차를 타고 동네 구경한 뒤 먹었던 수타우동집도 떠올랐다. 부른 배 두드리며 만났던 작은 상점 앞 호빵맨. 딸아이는 호빵맨 조각 옆에 서서 웃는 건지 찡그린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의 사진을 남겼다.      


   딸아이가 보내온 사진은 이십 년 만에 엄마 아빠와 갔던 곳에 다녀왔다며 보내온 사진이다. 

   “이쁜 딸, 눈물 날라 하는 거 보니 갱년긴가보다.” 

   이모티콘과 함께 딸은 메시지를 보냈다. 

   “울지마~ 담에 셋이 또 일본 여행 가자. 호텔비는 내가 냄.” 

   눈물이 쏙 들어갔다. 이십 년 전 사진과 함께 그날 남겼던 메모를 들췄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첫날 먹었던 저녁입니다. 늘 진수성찬이 아니더라도 여행은 인생의 만찬입니다.’ 

   어렸던 일곱 살 딸이 독립하여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추억과 함께할 딸과의 만찬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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