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를 만나러 가는 길. 대학 이 학년이면 제 앞가림하고 살 나이지만 올 7월에야 스무 살이 되는 아들이라 어린이날 기념식 해도 되겠다 싶었다. 한 달 전 집에 다녀간 막내 아들 또 본다는 생각에 옆자리 아내는 들떠 있었다. 얼핏 보니 웃음기 가득한 눈가엔 눈물도 한 방울 묻어 있었다. 그리 좋을까. 기숙사 발치에 차를 세웠다. 차에 탄 아들은 웃는 엄마 손 먼저 잡고 내 손도 꼭 쥐었다. 평점 좋은 학교 근처 식당에 앉았다. 집 떠난 지 2년 차 되는 아이는 어느덧 의젓한 청년이 되었다.
“아들, 아빠 대학생 때랑 똑같네.”
내 너스레에 아들은 손사래 치며 자기는 엄마 닮았단다. 그 말 한마디에 아내는 잘 커 준 자식 앞에서 또 작은 이슬 하나 보였다. 식사가 끝나고 아이는 어버이날 선물 먼저 드린다며 내 앞으로 선물 포장 하나 내밀었다. 포장지를 살포시 뜯었다. ‘샤넬’ 로고 찍힌 립스틱처럼 보였다.
“아빠 거예요, 입술 건조해지면 바르세요.”
뚜껑 열고 스틱 끝을 잡고 돌렸다. 하얀 청포묵 같은 덩어리 끝을 입술에 문지른다. 입술 표면이 매끈해지는 찰나, 하마터면 눈물 찔끔할 뻔했다. 나의 첫 번째 샤넬을 다시 보았다. 샤넬이 뭐라고, 눈물이 날까? 어버이날 꽃바구니는 집으로 보냈다며 어린 아들이 웃는다.